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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박물관 앞에 입장객이 줄을 섰다. 좀처럼 보기 힘든 광경이다. 29일 낮, 동숭동 쇳대박물관 입구.
사립박물관 앞에 입장객이 줄을 섰다. 좀처럼 보기 힘든 광경이다. 29일 낮, 동숭동 쇳대박물관 입구. ⓒ 곽교신
서울 대학로 쇳대박물관(관장 최홍규)에서 열리고 있는 '2006 종로구 박물관 연합전'이 성황을 이루고 있어 박물관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새로운 신호가 아닌지 조심스레 분석되고 있다.

이 기획전에는 가회, 목인, 삼성출판, 세계장신구, 쇳대, 짚풀생활사, 초전섬유퀼트, 티베트, 한국불교미술박물관 등 종로구의 대표적인 사립박물관 아홉 곳이 130여점의 소장 유물을 내놓아 이뤄졌다.

'최초의 지역박물관 연합전'인 이 기획전에 대한 관람객들의 반응이 개막 3일째 연일 뜨겁다. 사립박물관 전시장에 관람객이 길게 줄을 서서 입장권을 구입하는 것은 보기 드문 일이다. 전시 준비로 장맛비 속에서 비지땀을 쏟았던 쇳대박물관 직원들도 흥이 난다. 이런 기대 이상의 호응은 사립박물관의 변화를 바라는 관람객들의 관심과 요구로도 해석되고 있다.

마을버스와 전철을 갈아타며 5살과 6살짜리 두 딸을 데리고 왔다는 송창현(38․서울 구로구 고척동)씨는 "평소 사립박물관들의 입장료가 박물관의 규모에 비해 비싸다고 생각했는데, 싼 입장료로 여러 박물관들의 주요 소장품들을 볼 수 있으니 좋다"며 반긴다. 사립박물관들의 평균입장료는 3000원대 수준이지만 이 기획전의 입장료는 1000원.

이 전시를 기획한 최홍규 관장은 "관람객에게 먼저 다가가겠다는 사립박물관들의 뜻을 전하고자 무료 전시도 고려했으나 상징적인 입장료로 1000원을 받는다"고 했다. 입장료수입 전액은 소외계층을 위한 성금으로 기부할 예정이라고.

결코 마음 편한 전시는 아니다

이 기획전에는 '세계(?) 최초의 지역박물관연합전'이라는 화기애애하면서 거창한 명분이 걸려있다. 그러나 경영상의 이유로 존폐 위기까지 거론되는 사립박물관들이 활로를 찾고자 시도한 행사이기에 결코 '마음 편안한 연합전'은 아니었다. 또 기획 의도는 좋으나 개성이 강한 박물관들이 뒤섞여 이도저도 아닌 전시가 될 수도 있다는 전문가들의 우려도 있었다.

그렇게 속사정이 복잡한 전시장에 연일 많은 관람객들이 찾아오고 있다. 서울 지역에 장대비가 퍼붓던 28일에도 전시장이 관람객으로 꽉 찼다. 일단은 성공이다. 사립박물관계로서는 모처럼 맞이하는 경사다.

새로운 전시물이 아닌 기존 소장 유물들을 보여주지만, 연합전이라는 새로운 전시 형식이 관람객들 눈에 신선하게 비쳤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이는 사립박물관계는 물론 박물관 정책 입안자들에게도 좋은 방향 제시의 예가 될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관람객이 없는 박물관은 말 그대로 유물 창고에 불과하다. 박물관 스스로 변화의 활로를 찾을 때 관람객도 눈길을 준다는 평범한 사실을 이 기획전은 확인해주고 있다.

이 연합전이 박물관 문화의 전기가 되기를

이 전시회의 입장료 1000원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연간 입장객이 비교적 많은 몇몇 사립박물관을 제외하곤 입장료는 경영상에 큰 도움이 안 되는 것이 현실이다. 사립박물관측에서는 원가 개념으로 계산해도 입장료가 비싸지 않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관람객들은 입장료가 비싸다고 생각하는 이런 부조화는 중앙 및 지방정부의 정책적 지원만으로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는 게 박물관 이론가들의 오랜 주장이다.

흔히 사립박물관을 개인의 재산이라 말한다. 법적 소유권은 그렇다. 그러나 박물관(또는 미술관)의 간판을 내거는 순간부터 박물관 건물과 소장 유물들은 사회에서 공유하는 문화자산이다. 현실적으로 법적 소유권을 행사하기도 힘든 것이 사립박물관이다. 다행히 문화관광부에서도 "사립박물관은 사유재산일 뿐"이라는 그동안의 시각을 차츰 수정하는 분위기다.

박물관 정책 입안 부처의 시각 변화와 더불어 이번 연합전 같은 사립박물관들의 아이디어 창출이 합쳐질 때, 사립박물관은 이 나라 문화 중심의 한 축으로서 역할이 더욱 다양해질 것이다.

이 전시회는 8월 16일까지 계속된다.

덧붙이는 글 | 전시 문의  02-766-6494. 지하철 4호선 혜화역에서 5분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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