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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풍계곡을 찾아가는 길, 가곡천을 따라 갑니다. 코스모스 군락이 참 이뻤습니다.
덕풍계곡을 찾아가는 길, 가곡천을 따라 갑니다. 코스모스 군락이 참 이뻤습니다. ⓒ 문일식
가곡천의 하류로부터 거슬러 올라가면 서편을 가로막고 있던 우람한 산세들이 조금씩 앞으로 다가오고, 넓은 천변도 서서히 좁아들면서 계곡의 형태를 갖추고, 물도 더더욱 맑아지며, 흘러내리는 소리 또한 경쾌해 집니다. 가곡천변에 이르게 핀 코스모스 군락이 푸른 하늘과 조화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416번 지방도에서 약 30여분을 달리면 910번과 416번으로 갈리는 삼거리가 나오는데 좌회전하여 910번 지방도로 길을 잡으면 바로 덕풍계곡 입구입니다. 한산함이 절로 느껴지는 덕풍계곡입구. 한창 휴가시즌인 듯 한데도 움직이는 차량이라고는 제 차밖에 없었습니다.

덕풍계곡의 입구.
덕풍계곡의 입구. ⓒ 문일식
매표소에서 입장료와 주차료를 내고, 몇 가지 궁금한 사항이 있어 물어보다가 여러 이야기를 많이 했습니다. 지난 7월 중순 강원도를 강타한 폭우로 많은 지역이 수해를 입고, 경제적으로도 심각한 타격을 받았습니다. 삼척의 경우는 피해가 거의 없다할 정도였는데, 비단 삼척뿐만이 아니라 동해안으로의 피서객들의 발길이 끊어진 것입니다. 강원도의 수해가 막심할 것이라는 사람들의 생각 때문입니다. 수해 입은 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 모두 피해를 입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덕풍계곡의 초입부터 맑은 계류가 굽이굽이 흐릅니다.
덕풍계곡의 초입부터 맑은 계류가 굽이굽이 흐릅니다. ⓒ 문일식
몇 년 전 태풍 루사가 강원도 삼척을 휩쓸었을 때 이곳에는 무려 860mm에 달하는 폭우가 쏟아졌다고 합니다. 계곡 아래쪽으로도 상당한 깊이가 있는데 매표소 1m정도까지 물이 찼었다고 합니다. 콘테이너 박스까지 물에 휩쓸려 떠내려갔다고 하니 그 피해 정도는 생각하지 않아도 짐작이 됐습니다. 루사가 지난 이후 몇 년 동안 복구를 해왔는데 올해는 다른 지역 수해 때문에 덩달아 장사가 안 되고 있다며 혀를 끌끌 찼습니다.

덕풍계곡은 크게 4개의 골짜기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버릿골, 굉잇골, 문지골, 용소골이 그것인데, 대체로 잘 알려진 곳은 용소폭포가 있는 용소골입니다. 이번에는 버릿골과 용소골을 들어가 보기로 했습니다.

덕풍계곡 성황교 입구의 시원한 계곡의 흐름이 좋습니다.
덕풍계곡 성황교 입구의 시원한 계곡의 흐름이 좋습니다. ⓒ 문일식
차를 타고 덕풍계곡입구를 지나면서 눈이 휘둥그레지는 것은 맑디맑은 옥빛의 계류 때문이었습니다. 바닥의 자갈, 모래 한 알까지 투명하게 비치는 맑은 물속을 바라보고 있자니 눈 속까지 시원해지 것 같았습니다.

성황교를 지나 버릿교에 이르렀습니다. 이곳 주민들이 사람들이 잘 가지 않는 곳이라며 귀띔해준 곳이 바로 버릿골입니다. 버릿골을 따라 올라가면 5단 폭포까지 있다고 해서 한 번 올라가 보기로 했습니다. 사람들이 잘 찾지 않는다는 말을 절실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계곡은 계곡이지만 마치 바위덩어리들로 막아 놓은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꽉 들어찬 바위 사이사이로 계곡물은 비집고 들어가고, 아래쪽 본류와 합류가 됩니다.

사람이 다니는 길과 서서히 멀어지기 시작하고, 물가에서 놀던 사람들의 소리마저도 사라진지 오랩니다. 귓가에 들리는 소리는 지치지도 않는 매미들의 울음소리와 거기에 버금가는 계곡물 소리뿐이었습니다. 버릿골로 올라가는 길은 따로 없습니다. 바위를 타고, 물을 건너면서 알아서 길을 만들어 가야합니다. 막상 인적이 없는 계곡을 혼자 가고 있다고 생각하니 오싹한 기분도 들었습니다.

버릿골을 한참 거슬러 올라간 후 거대한 암반을 따라 역시 맑은 물이 쉼없이 흐릅니다.
버릿골을 한참 거슬러 올라간 후 거대한 암반을 따라 역시 맑은 물이 쉼없이 흐릅니다. ⓒ 문일식
어느 정도 올라갔을까? 바위면를 타고 곡선을 그리며 떨어지는 폭포에 이르렀습니다. 출발 전 이곳 주민이 말해줬던 폭포는 아닌 것 같은데 아무튼 혼자 즐길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기쁨이었습니다. 하얀 물줄기가 바위면을 흠뻑 적시며 아래쪽은 맑고 작은 소를 만들었습니다. 마음 같아선 발가벗고 물속으로 뛰어들고 싶었지만, 탁족을 하는 것만으로 위안을 삼았습니다.

버릿골 골짜기로 올라가는데도 널찍한 소를 이루고 있는 곳이 많습니다.
버릿골 골짜기로 올라가는데도 널찍한 소를 이루고 있는 곳이 많습니다. ⓒ 문일식
용소골을 가야한다는 생각 때문에 더 이상 버릿골은 올라갈 수 없었습니다. 버릿골을 내려가는 길은 올라왔던 길을 그대로 따라가는 길이었습니다. 바위를 타고 넘어간 후 더 이상 발을 디딜 수 없는 지경에 이르길 몇 차례 겪고서야 버릿골의 시작점인 버릿교에 이르렀습니다. 용소골은 버릿교에서 몇 개의 다리를 더 건너야 합니다. 산세와 어울려 굽이굽이 돌고, 다리를 건너 또 다른 멋진 절경과의 만남은 계속 이어졌습니다.

지금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정말 복 받은 사람입니다. 북적대는 사람들 틈바구니 속에서 지내지 않아도 되니 말입니다. 한가로이 낚시를 즐기기도 하고, 고무보트위에 올라 물살을 가르기도 하고, 매미소리 가득한 숲 속 텐트 안에서 늘어지게 잠을 자기도 합니다. 정말 제대로 된 휴가를 즐기고 있는 사람들이 분명합니다.

용소골 제1용소 찾아가는 길, 계곡을 따라 텀벙텀벙 시원한 트래킹이 이어집니다
용소골 제1용소 찾아가는 길, 계곡을 따라 텀벙텀벙 시원한 트래킹이 이어집니다 ⓒ 문일식
용소골 입구부터는 차량통행을 할 수 없습니다. 즉, 이곳부터는 본격적인 계곡답사를 하게 되는 때문입니다. 용소골과 함께 문지골로 가는 이정표가 보이고, 두개의 물길이 눈앞에 펼쳐졌습니다. 용소골로 들어가는 그 길 또한 혼자였습니다. 오가는 사람 아무도 없고, 공허한 목소리만이 계곡을 타고 멀리 흩어졌습니다. 용소골을 따라가는 길은 계곡 트래킹을 할 수 있는 곳이어서 여기저기에 안전한 트래킹을 위한 철계단이나 밧줄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굳이 철계단을 오르고, 밧줄을 잡고 갈 필요는 없습니다. 반바지와 샌들이 준비되었다면 텀벙거리며 거슬러 오를 수 있습니다. 용소골로 가는 길은 S자를 그리며 크게 휘어져 돌아갑니다. 물살을 거슬러 올라가면서 과연 저 굽이를 돌아가면 어떤 경관이 펼쳐져 있을까하는 호기심에라도 전혀 심심하지 않았습니다.

어찌 이리도 맑을까요? 그대로 드러눕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습니다.
어찌 이리도 맑을까요? 그대로 드러눕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습니다. ⓒ 문일식
짙은 녹음을 가득 품은 산세가 사방을 휘감고, 산세가 만들어내는 골짜기마다 맑은 물살 가득 담아 놓았으며, 가득 담긴 물살 속에 또 하나의 파란 하늘과 풍성한 구름을 드리웠으니 아! 그야말로 무릉도원이 따로 없구나… 라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용소골 1용소를 지나 올라가면 깊은 소가 하나 나옵니다. 너무나 깊어 물색이 까맣게 보입니다.
용소골 1용소를 지나 올라가면 깊은 소가 하나 나옵니다. 너무나 깊어 물색이 까맣게 보입니다. ⓒ 문일식
대자연 한 가운데 우뚝 서 있음을 느끼고, 홀로 이 큰 자연을 품고 있으니 어느 것 하나 부러울 것이 없는 시간입니다. 너무 좋아 괴성을 질러도, 혼자 미친 듯이 철퍽거리며 뛰어다녀도 누구하나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는 이들도 없습니다. 태양이 내리쬐긴 하지만 덥다는 느낌도 전혀 들지 않았습니다. 맑은 물살이 다리를 붙잡고 전해주는 시원함과 함께 깊은 계곡 속에서 서늘한 바람이 간간히 불었기 때문입니다.

용소골 제 1용소의 전경.
용소골 제 1용소의 전경. ⓒ 문일식
돌아내려오는 길. 물살을 가르며 또는 바위를 타고 넘나들어서 그런지 허벅지가 당겨오고 샌들 신은 발바닥이 아파왔습니다. 하지만 대자연을 만끽하는데 이정도의 수고쯤이야 몇 번이라도 감수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시커먼 물속이 두려움으로 느껴지는 제 1용소를 뒤로 하고, 흐르는 물살처럼 나도 계곡을 타고 흘러 용소골 입구에 도착했습니다.

5시간이 넘도록 계곡을 헤집고 돌아다녔습니다. 버릿골과 용소골 두 군데 모두 완벽하게 다녀오진 못했지만, 다음에 다시 찾아와야 하는 이유와 나름대로의 여운을 남겼습니다. 덕풍계곡… 오늘 그 명성에 대한 검증을 했다면 이제는 다시 한 번 찾아와 자연에 몸 맡기고 스스로 즐길 그 날을 손꼽아 기다려야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덕풍계곡 찾아가는 길(서울기준)

영동고속도로▶중앙고속도로▶제천IC▶38번 국도 ▶태백지나 통리 삼거리에서 427번 지방도 우회전▶신리 너와마을 지나 삼거리에서 416번으로 우회전▶910번지방도 분기점에서 200M거리 덕풍계곡 입구

울진방면 7번국도▶원덕 월천교 지나기전 416번 지방도 우회전▶가곡천을 따라 직진 후 910번 지방도로 좌회전 후 약 200m전방 좌측에 덕풍계곡 입구

★ 덕풍계곡은 입장료와 주차료가 있습니다. (입장료/2,000원, 주차료/2,000원)

★용소골 입구에까지 민박집이 몇채 있습니다. 용소골까지 가는 길은 자갈길과 시멘트길로 된 좁은 도로입니다. 운행에 주의를 요합니다.(교행 불가지점 많음)

★ 삼척여행정보 문화관광 홈페이지(http://tour2.samcheok.go.kr/culture/main/)

유포터에 송고합니다.

☞ [기사공모] 2006 이 여름을 시원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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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아름다운 자연과 역사를 느낄 수 있는 글과 사진을 남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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