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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베가스는 사막에서 오아시스로 변모한 축복의 땅이다. 이제 더 이상 단순한 카지노의 도시가 아니다. 도박과 엔터테인먼트에 컨벤션의 기능이 합쳐진 복합 도시다. 라스베가스의 여름은 오늘도 뜨겁다. 한낮에는 섭씨 40도를 넘는 사막 바람이 후끈하다. 하루에도 수백대의 여객기가 내리고 뜨는 활주로 상공은 착륙 신호를 기다리며 줄지어 선 비행기로 항상 붐빈다. 야간에는 불야성을 이루는 네온 불빛이 슬롯 머신의 열기와 함께 하늘 위로 솟아 오른다. 뜨거운 열기에 도취된 채 차마 잠들지 못하는 도시, 라스베가스.

라스베가스는 지금으로부터 약 100년전 몰몬교도가 유타주에 정착하면서 LA를 연결짓는 거점으로 형성된 도시다. 1930년 후버대통령이 세운 세계 최대의 후버댐이 무한 전력을 공급하면서 현란한 라스베가스의 야경은 탄생했다. 1931년에 최초로 카지노 도박이 합법적으로 승인되었으며 영화로 유명해진 마피아의 두목 벅시 시걸이 1946년에 플라밍고 호텔을 오픈하였다. 1960년대에 들어서면서 재력가인 호워드 휴스(Howard Hughs)가 라스베가스에 대형 투자의 불길을 당겼고 1980년대에 투자가 스트븐 윈(Steven Wynn)이 벨라지오 호텔에 분수쇼 등 최고급 공연 문화를 접목시키면서 오늘날의 라스베가스를 세계 최고의 쇼 관광 도시로 성장시켰다.

하루 10만명 이상, 연간 4000만명에 이르는 관광객과 250억불에 달하는 관광수입의 원천은 다양한 공연 문화에 있다. 불멸의 뮤지컬, 아바의 맘맘미아 공연을 비롯, 엘튼 존, 브리트니 스피어스, 셀린 디온의 열창이 길가에 울려 퍼지고 MGM 호텔과 벨라지오 미라지 호텔에선 나체쇼와 마술쇼가 한창이다. 매월 4-5 차례 열리는 대규모 컨벤션을 찾는 방문객만 매월 50만명이 넘는다.

1985년에 56만으로 출발한 도시 인구는 95년에 100만으로 성장하였고 2005년에 150만을 넘어섰다. 이제 170만을 넘어서며 미국내에서 인구 유입 속도가 가장 빠른 도시로 주목 받고 있다. 1년에 자그마치 6만개의 일자리가 창출된다. 이러한 인구 증가는 곧바로 부동산의 상승으로 이어졌고 한인들도 이에 편승해 라스베가스로 몰리고 있다. 신흥도시에는 어느 곳이건 돈줄이 보이게 마련. 음식점과 가라오케, 택시, 미용실, 세탁소, 태권도장 등 기본 업종부터 여행사, 부동산, 변호사, 한의원 등 전문업소에 이르기까지 각 분야에 진출하고 있다. 로스엔젤레스를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한인들은 저마다 라스베가스의 번영을 꿈꾸며 새로운 삶의 둥지를 틀고 있는 모습이다.

때마침 로스엔젤레스의 변방으로 옮겨졌던 투자의 물꼬는 곧바로 동북방 15번 고속도로를 타고 인근 도시인 빅토빌(Victoville)과 바스토우(Barstow)로 방향을 틀었다. 대규모 주택공사 현장이 도로 주변에 즐비하고 공항과 물류 단지 그리고 대형 할인매장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산을 끼고 있어 공기가 맑은 전원 주택 단지 필란(Phelan)도 각광을 받고 있다. 새로운 한인 주거 지역에는 어디든지 한인교회가 먼저 들어선다. 전도사업의 선봉에 선 교회의 발빠른 한인 커뮤니티 구축이 돋보인다.

로스엔젤레스의 올해 여름은 유난히 덥다. 건조한 기후와 고온으로 인해 라스베가스로 가는 길목인 유카 밸리엔 지난주에 한차례의 산불이 쓸고 간 뒤 연기만 자욱하다. 이 땅에 숨져간 그 옛날 인디언 파이우트족(Paiutes)의 영혼이 올리는 봉화였을까. 연례 행사로 치르는 산불이건만 올해는 유독 여름이 길어 산불 행진은 끊이지 않을 전망이다.

▲ 유카 밸리의 산불로 인근에 연기가 자욱하다
ⓒ 김준하
한국에서 밀려온 부동산 투자 자금은 로스엔젤레스에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외곽으로 빠지고 있다. 인천공항에서 라스베가스로 향하는 직항로가 가을에 개설된다는 발표에 타운 분위기가 심상치 않고 그 길목에서 타오르는 산불의 여세는 변화와 투자의 바람을 타고 무한 성장의 도시 라스베가스를 거쳐 천년의 계곡인 그랜드 캐년까지 번져갈 태세다.

불모의 땅인 사막 위에 핀 번영의 꽃을 보아라,
유서 깊은 관광도시인 유령의 도시(Ghost Town)를 지나
미국의 힘을 과시하는 원동력인 하이웨이의 무한 질주 속에서,
지금 달려가는 15번 고속도로 선상의 언덕을 넘어 서서
불에 탄 듯 붉은 밤의 도시를 바라보고 있다.

-김준하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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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하 기자는 미조리 주립대애서 신문방송학을 수학하고 뉴욕의 <미주 매일 신문>과 하와이의 <한국일보> 그리고 샌프란시스코의 시사 주간신문의 편집국장을 거쳐 현재 로스엔젤레스의 부동산 분양 개발회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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