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경북 봉화의 비나리마을 산자락
경북 봉화의 비나리마을 산자락 ⓒ 이종혁
지난 22일, 부산귀농학교 회원들이 경북 봉화의 비나리마을로 귀농한 1기 윤길학 선배님의 집을 방문했습니다.

윤길학님은 논과 밭 3000여 평에서 고추, 감자 등 여러 가지 작물을 돌려짓기 하며, 화학비료와 농약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 농업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논에 김매기를 하기 전에 요령을 듣고 있습니다.
논에 김매기를 하기 전에 요령을 듣고 있습니다. ⓒ 이종혁
"처음 귀농하고 3년간은 정말 힘들었습니다. 화학비료와 농약 때문에 죽어 있던 땅에 유기농을 한다고 달려들었더니 수확되는 농산물도 보잘 것 없고 주위에서는 걱정스런 눈으로, 한심하다는 눈으로 바라보았습니다. 하지만 끝까지 생명의 힘을 믿고 노력을 했더니 3년이 지난 후부터는 제대로 열매 맺고 보답을 해주더군요. 그 어려운 시간 동안 참고 인내하지 않고 유혹에 굴복했다면 지금까지 흙과 함께 살고 있지 못했을 것입니다."

논과 밭을 바라보고 있자니 올봄에 부산 귀농학교 선후배와의 만남에서 해주신 말이 떠올라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도착하자마가 감자 캐는 일을 하고, 논에 김매기를 했습니다.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아서 미나리, 달개비, 개구리밥 등 풀이 많이 나 있습니다.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아서 미나리, 달개비, 개구리밥 등 풀이 많이 나 있습니다. ⓒ 이종혁
논엔 여러 가지 풀들이 많았습니다. 대규모로 하지 않고 식량으로 먹을 정도를 하고 있어서 손으로 김매기를 하는 것이 너무 큰 부담은 되지 않는다 하시지만, 직접 일을 해 보니 쉽지 않았습니다. 올해는 장마가 길고 비가 많이 와서 풀이 부쩍 많이 올라와 있다고 합니다. 우렁이나 쌀겨 등을 이용해서 잡초를 조절하는 방법은 아직 시도하고 있지 않다고 합니다.

김매기 시작. 생각보다 쉽지 않네요.
김매기 시작. 생각보다 쉽지 않네요. ⓒ 이종혁
일손을 도우러 온 사람들은 농사일로 몸이 단련된 사람이 아니라서, 아무래도 손이 느리고 서투릅니다. 하지만 열심히 하는 것은 어디 내어 놔도 빠지지 않습니다. 벼 잎에 스쳐 팔에 상처가 나고, 눈을 찔려도 열심히 합니다.

땀은 흐르고, 풀을 매다 보면 볏잎 끝이 눈을 자꾸 찔러서 안경을 끼지 않은 사람이 안경낀 사람을 부러워하기도 했습니다.
땀은 흐르고, 풀을 매다 보면 볏잎 끝이 눈을 자꾸 찔러서 안경을 끼지 않은 사람이 안경낀 사람을 부러워하기도 했습니다. ⓒ 이종혁
새참시간이 되면 더욱 즐겁습니다. 직접 캔 감자를 삶고, 약을 치지 않은 고추는 그냥 따다가 먹고, 시원한 막걸리 한 잔이면 피로가 가십니다.

새참은 역시 막걸리와 함께. 저도 마셔도 되나요?
새참은 역시 막걸리와 함께. 저도 마셔도 되나요? ⓒ 이종혁
아빠 나와서 쉬래요~, 응 조금만 더 하고.
아빠 나와서 쉬래요~, 응 조금만 더 하고. ⓒ 이종혁
아궁이에선 맛있는 저녁이~
아궁이에선 맛있는 저녁이~ ⓒ 이종혁
하루의 일을 마치고 나자 선배님께서 푸짐한 저녁식사를 마련해 주셨습니다. 직접 담근 막걸리가 담긴 잔을 기울이며 오랜만에 만난 회포도 풀고, 귀농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마을 이장님도 잠시 참석하셨는데 "나도 한 번 유기농 농사를 지어보고 싶네요. 이곳에서는 윤길학씨가 제일 잘 하니 많이 배워야지요"라고 말씀하십니다. 마을에 유기농을 하시는 분이 딱 두 분 밖에 없다고 합니다. 윤길학님은 늦은 나이에 귀농을 해서 농사일을 늦게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친환경 농업은 먼저 접하고 시작한 지 벌써 10년 정도 돼 이젠 어느 정도 자신감이 생겼다고 하십니다. 마을 주민들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모습이 부럽습니다.

논 아래로 보이는 마을 풍경
논 아래로 보이는 마을 풍경 ⓒ 이종혁
밤늦게까지 술잔을 기울이고 다음날 새벽에 일어나 콩밭매기일을 했습니다. 사람들이 떠나고 일손이 부족한 시골마을. 친환경농업을 하려면 더욱 많은 손이 필요하고, 대규모로 하기는 힘듭니다. 마을에서는 가끔씩 귀농학교 동문들이 찾아와 이렇게 함께하는 모습을 보면서 많이 부러워한다고 합니다. 이렇게 도시인들이 농촌 일손을 돕고, 언젠가 시골에서 살고 싶은 꿈을 만들어 가는 모습들이 보기 좋습니다. 일한 것 보다 많은 것을 마음에 가지고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