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청남대가는 셔틀버스를 타는 곳
청남대가는 셔틀버스를 타는 곳 ⓒ 문일식
청남대를 둘러보는 데는 입장료 5000원, 셔틀버스 이용료 2000원으로 총 7000원 정도가 필요합니다. 도대체 아무리 대통령별장이라도 그렇지, 어떻게 되어있기에 7000원이란 비용이 들어야 하는 걸까? 청남대로 출발하면서 "그래 얼마나 잘 되어 있나 보자!"라는 생각만 들었습니다.

청남대로 직접 들어가는 길은 개별차량이 진입하지 못하도록 했으며, 문의에서 20여분이나 소요되는 셔틀버스를 유료로 이용하게 했습니다. 어느 하나 청남대를 찾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만들어진 게 없는 듯했습니다. 이른 시간인데도 문의에서 출발한 버스에는 빈좌석이 없었습니다.

15분쯤 달렸을까 청남대 진입로에 이르렀습니다. 좌우로 도로를 감싸며 길게 펼쳐진 짙은 녹음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절로 시원하게 했습니다. '아~ 정말 가을에 멋지겠구나'라는 생각은 비단 저만 그런 것이 아니었나봅니다. 열린 철문 몇 개를 지나서야 청남대 안내소에 도착했습니다.

안내도우미의 간략한 청남대 관람안내가 끝나자 사람들은 각자 발걸음을 돌렸습니다. 청남대를 둘러보는데 2시간 정도 소요된다고 나와 있지만, 사진을 찍으면서 천천히 쉬엄쉬엄 돌아보면 약 3시간 정도 소요됩니다.

저는 우선 청남대 본관건물은 나중에 보기로 하고 메타세콰이어 숲과 아름답게 어우러진 양어장, 장미원을 지난 뒤, 본관건물에 들러 대청호가 바라보이는 오각정을 둘러보고 골프장,메타세콰이어길, 그늘집, 초가정 순으로 둘러봤습니다.

청남대 입구의 정크아트
청남대 입구의 정크아트 ⓒ 문일식
15분마다 도착하는 버스에서 토해내는 수많은 사람들은 대부분 본관건물로 먼저 향합니다. 그렇게 다른 사람들처럼 본관건물을 먼저 구경하면 이래저래 많은 이들과 부딪칠 것 같아 다른 곳을 먼저 둘러보기로 한 것입니다. 예쁘게 꾸며진 진입로를 따라 가다 우측으로 난 길로 접어들어 헬기장을 지나 양어장과 장미원에 이릅니다.

진입로 일부 및 헬기장 내 푸른 잔디밭 위는 정크아트로 꾸며놓았습니다. 정크아트는 폐품, 쓰레기, 잡동사니 등을 활용한 미술 작품을 말합니다. 헬기장 가운데에는 큼지막하게 봉황을 만들어 놓고 그 주변으로는 많은 동물들의 모형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다만 아쉬운 점은 들어가 볼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은빛 찬란한 정크아트를 보고 있노라면 과연 저 재료들이 폐품, 쓰레기, 잡동사니였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양어장 입구쪽에 조성된 메타세콰이어 숲
양어장 입구쪽에 조성된 메타세콰이어 숲 ⓒ 문일식
헬기장을 지나면 양어장과 장미원에 이릅니다. 장미원은 청남대가 개방된 이후인 2004년에 조성되었지만 양어장은 대통령들이 이용을 했던 곳입니다. 헬기장 바로 아래쪽에는 메타세콰이어를 가로세로 정확하게 구획을 지어 심어놓았습니다. 나무 위쪽에만 나있는 가지와 잎 때문인지 나무기둥은 그야말로 군대 사열을 하듯 오와 열을 정확히 맞추고 있었습니다. 양어장 앞에서 바라보는 호수와 메타세콰이어 숲이 이루는 풍경은 아마 청남대에서도 으뜸일 듯합니다.

청남대 본관건물의 전경
청남대 본관건물의 전경 ⓒ 문일식
청남대 본관건물. 과연 어떨까? 여기저기 배치된 안내원들의 눈빛이 심상치 않았습니다. 대통령이 기거하던 본관건물을 둘러보며 느낀 것은, 생각보다 사치스럽게 꾸미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여느 나라 왕실의 눈부신 샹들리에나 매끈한 대리석 등처럼 사치스럽단 느낌은 그다지 들지 않았습니다. 방도 여느 호텔 수준 정도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방마다 배치된 안내원들은 설명보다는 사진을 못 찍게 하거나 아니면 전시물에 손을 못 대게 감시하는 일에 능숙한 것 같았습니다. 1층은 주로 회의실, 접견실, 손님들이 머무는 곳이고, 2층이 대통령 전용공간입니다. 대통령들이 사용했던 어떤 물건들보단, 커다란 창을 통해 바라보는 정원의 풍경이 압권입니다. 본관건물 앞에는 벤치에 앉아서 본관 건물을 찍을 수 있는 공간이 있습니다.

그늘집과 초가정으로 가는 길
그늘집과 초가정으로 가는 길 ⓒ 문일식
숲 속의 작은 오솔길을 따라 가다보면 오각정에 이르고, 이곳에서는 대청호가 한 눈에 보입니다. 오각정은 산책코스로 주로 이용되어져 왔다고 합니다. 오각정을 나오면 본관건물과 멀어지면서 대청호를 따라 천천히 산책하는 코스입니다. 이 코스는 골프장과 그늘집, 대통령이 이용했던 전용선박을 전시해 놓은 곳과 초가정까지 연결됩니다.

5,6공 시절 골프장으로 사용했던 곳은 현재 내부로 들어갈 수 없는(?) 산책코스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관리차원이겠지만 그야말로 그림의 떡인 셈입니다. 그늘집과 초가정으로 향하는 길에는 삼나무가 줄지어 서 있어 골프장과 조화를 이룹니다.

오리를 불러들일 때 쓴 나각과 대장인 듯한 숫컷 청둥오리
오리를 불러들일 때 쓴 나각과 대장인 듯한 숫컷 청둥오리 ⓒ 문일식
그늘집은 골프장의 클럽하우스로 휴식을 취하던 곳입니다. 사방이 유리로 되어 있고, 베란다 시설이 되어 있는데 그 앞쪽으로는 안쪽으로 깊숙이 들어온 대청호의 풍경이 예쁘게 펼쳐져 있습니다.

재밌는 점은 이곳에서 기르는 오리들인데 나각을 불면 청둥오리, 흰오리들이 멀리서 놀다가도 돌아오게끔 훈련이 돼있다는 것입니다. 길들여진 오리들은 아직도 그늘집 주변에서만 노닐고, 때로는 그늘집 위까지 올라오기도 하는데 사람들에 대한 호기심이 남다른 것 같습니다.

그늘집과 초가정 중간에 전시된 쾌속정 영춘 1,2호의 모습
그늘집과 초가정 중간에 전시된 쾌속정 영춘 1,2호의 모습 ⓒ 문일식
그늘집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는 그동안 대청호를 누볐을 쾌속정 두 대가 큰 엔진소리를 접은 채 조용히 전시되어 있습니다. 보기에도 꽤 비싸 보이는 선박인데 굳이 이렇게 전시해놓을 필요가 있을까요…. 김대중 전 대통령은 고향인 하의도에서 가져온 농기구와 문의지역에서 수집된 옛 도구들을 수집해 전시해 놓고 정자를 하나 지었는데, 그 이름이 초가정입니다. 오각정이나 그늘집에서처럼 대청호의 풍광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곳입니다.

양어장과 조화를 이룬 메타세콰이어 숲
양어장과 조화를 이룬 메타세콰이어 숲 ⓒ 문일식
너무나도 잘 가꿔진 골프장
너무나도 잘 가꿔진 골프장 ⓒ 문일식
녹색과 청록색이 너무나도 인상깊었던 그늘집 주변의 풍경
녹색과 청록색이 너무나도 인상깊었던 그늘집 주변의 풍경 ⓒ 문일식
청남대에서 가장 멋진 풍경을 가지고 있는 곳은 3곳입니다. 첫 번째는 앞서 언급했던 양어장과 메타세콰이어 숲이 만들어내는 풍경이고, 두 번째는 골프장의 넓고 푸른 잔디밭이며, 세 번째는 녹색과 청록색이 아스라이 펼쳐진 그늘집 주변의 대청호 풍경입니다.

대통령이 살던 곳으로만 생각한다면 사실 밋밋하고 재미없는 곳입니다. 대통령이 휴식을 취하던 곳이기 때문에 최고로, 최상으로 가꿔져 왔다는 것과 그 인공적인 면에 최고의 자연경관이 더해졌다는 것이 사람의 마음을 끄는 것 같습니다.

나라에서 한 명밖에 없는 사람이고, 그 사람이 이용을 한 휴양시설이기 때문에 모든 것이 최상이고, 최고이고, 누구도 가질 수 없는 것들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누구나 볼 수 있고, 산책할 수 있고, 느껴볼 수 있습니다. 다만 이용을 못할 뿐입니다. 보는 관점에 따라 역사의 산물이 될 수도 있고, 그저 여행의 코스가 될 수 있는 청남대에서 나름대로 대통령이 되어 보는 건 어떨지요?

덧붙이는 글 | 청남대는 개인차량으로 입장 불가합니다. 문의면 소재 셔틀버스 승차장에서 청남대 입장권 및 셔틀버스 이용권을 구매해야합니다. 청남대 입장료(5000원),셔틀버스 이용료(2000원) 셔틀버스 이용료는 왕복요금입니다.

★ 유포터에 송고합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자연과 역사를 느낄 수 있는 글과 사진을 남기고 싶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