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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분 후 닉(Nick Aubin)씨의 목에 걸린 재미있는 내용의 글
몇 분 후 닉(Nick Aubin)씨의 목에 걸린 재미있는 내용의 글 ⓒ 이정석
22일 토요일 오후 5시 서울 이태원 역 앞. 지나가던 사람들이 발길을 멈추고 있었다. 구경꾼들이 몰린 이유는 다름 아닌 재미있는 복장의 몇몇 외국인들 때문이었다.

그 중 한 건장한 청년은 육상선수 같은 체구에 전혀 어울리지 않게 여성복을 입은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사람들에게 계속 말을 걸고 있었다. 목에는 무언가 쓰여진 종이가 걸려 있었다. 종이의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나는 곧 결혼합니다. 그런데 내 친구들이 내 옷을 모두 가져가 버렸습니다. 제가 돈을 벌 수 있게 도와주세요. 그래야 제가 옷을 다시 찾을 수 있습니다. 1000원 키스/뽀뽀, 사진촬영, 엉덩이 때리기 중 택일. 2000원 3종 세트."

1000원을 지불하고, 기념 사진 촬영을 한 후, 이 날의 주인공인 닉(Nick Aubin)과 간단한 인터뷰를 가졌다. 캐나다에서 온 닉은 한국에서 영어교사로 일하고 있었다. 캐나다에서 만난 신부와 내일(23일) 결혼할 예정이라고 했다.

닉은 친구들에게 옷을 빼앗긴 이유와 이날 이벤트에 대해 "북아메리카의 전통적인 결혼 풍습이며 총각파티(Bachelor Party)의 일종"이라며 "미국, 캐나다가 있는 북아메리카 지역에서는 결혼식을 앞둔 신랑 신부가 각각 자신의 친구들과 함께 이런 비슷한 이벤트를 갖는다"고 했다.

이어 닉은 "꼭 벌어야 하는 정해진 금액은 없고, 단지 재미를 위한 이벤트"라며 "굳이 의미를 부여하자면 친구들과 함께 총각으로서의 마지막 자유를 만끽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가발을 빌려쓰고 1000원을 지불한 후 닉(Nick Aubin)씨의 엉덩이를 때리는 행인
가발을 빌려쓰고 1000원을 지불한 후 닉(Nick Aubin)씨의 엉덩이를 때리는 행인 ⓒ 이정석
내가 닉에게 "혹시 신부가 다른 행인에게 1000원에 키스를 해줘도 괜찮은가"라고 물었다. 이에 닉은 웃으며 "입에는 안 해요. 그냥 볼에 가볍게 하는 건데요, 뭐"라고 말했다.

잠시 지켜본 결과 다행인지 불행인지 1000원을 선뜻 내미는 행인들이 선호했던 것은 키스보다는 엉덩이 때리기나 기념촬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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