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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미군기지 확장저기 범국민대책위 소속 1500여명 시민들은 22일 오후 평택역 광장에서 기지 이전 예정지 내 주택 강제 철거 저지와 미군기지확장 전면 재협상 등을 요구하는 범국민대회를 열었다.
평택미군기지 확장저기 범국민대책위 소속 1500여명 시민들은 22일 오후 평택역 광장에서 기지 이전 예정지 내 주택 강제 철거 저지와 미군기지확장 전면 재협상 등을 요구하는 범국민대회를 열었다. ⓒ 오마이뉴스 이민정

"2011년까지 반환되는 미군기지가 주한 미군의 오염치유 비용 부담 약속이 지켜지지 않은 채 한국 정부에 넘어온다고 합니다. 50년간 썼으면 최소한 깨끗하게 청소는 해서 돌려줘야 하는 것 아닙니까?"(송정현 경기북부지역 미군기지문제해결 범시민대책위 상임공동대표)

22일 오후 평택역 앞에서 열린 '평택미군기지확장저지 범국민대회' 참석자들은 2011년까지 반환되는 주한 미군기지 중 일부의 오염치유 비용을 한국 정부가 부담키로 한 한미 안보정책구상회의(SPI)의 결정을 규탄했다.

송정현 공동대표는 "주한 미군은 환경오염 치유 부담비용을 한국 정부에 떠넘긴 채 기지를 되돌려줄 예정"이라며 "각종 중금속, 오일 탱크 등으로 더럽혀진 '쓰레기' 기지를 대책없이 떠맡기면 어떡하느냐"고 성토했다.

송 공동대표는 "국민들의 세금으로 오염 비용을 쓸 것이 아니라, 깨끗하지 않은 미군기지는 아예 돌려받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참석한 시민들은 이에 함성으로 호응했다.

지난 14일 끝난 제9차 한미안보정책구상회의에서 한국과 주한미군은 환경오염조사가 완료된 29개 반환예정 미군기지 가운데 15개 기지 반환을 합의한 바 있다. 최고 3천억~4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 치유비용을 한국 정부가 부담하게 됐다.

"5천억 내고 오염된 땅 돌려받는데 골프장·수영장도 신축"

ⓒ 오마이뉴스 이민정
이날 집회에는 평택 주민 50여명과 민주노총 소속 노동자, 전국교직원노조 조합원, 민주노동당 학생위원회 등 1500여명의 평택미군기지확장저지 범국민대책위원회 소속 시민들이 30도의 더운 날씨에도 평택역 광장으로 모였다.

이들은 ▲미군기지확장을 위한 강제 주택철거 저지 ▲미군기지확장 전면 재협상 등을 촉구하며 이전 비용 등을 한국에 요구하는 미국을 규탄했다. 이날 집회는 이미 네번째 열린 범국민대회다.

이들은 결의문에서 "평택미군기지 확장사업의 내용과 절차에 문제점이 드러났고 상황변화가 발생했기 때문에 한국 정부는 사업 강행을 중단하고 미국에 재협상을 요구해야 한다"며 "노무현 정권은 평화적·합리적 해결 방법을 외면하고 오로지 힘으로 민중의 정당한 저항을 짓누르는 데만 눈이 뒤집혔다"고 비난했다.

이들은 미국을 향해서도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과 평택미군기지 확장을 통해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고 천문학적 국민 혈세 동원을 한국에 강요한다"며 "환경오염 정환 비용도 강압적으로 우리에게 떠넘기고, 민중 생존을 파탄내는 한미FTA도 추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종일 공동집행위원장은 무대에 올라 "확장되는 미군 기지 내에 28만평짜리 골프장·첨단 수영장 등이 들어서는데, 우리가 언제 여기에 동의해준 적이 있느냐"며 "5조 5천억 이전 비용에 오염된 땅까지 돌려받는데 대해 우리는 절대 국민적 동의를 해준 적이 없다"고 말했다.

집회에는 군산에서 출발해 이날 집회에 참석한 '평화 자전거 행진단' 50여명의 환영 인사와 대학생들의 문예공연 등이 열려 박수와 함성,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범대위는 한시간 반 동안의 집회를 끝낸 뒤 평택역 앞을 출발해 안성천을 따라 도두리를 향해 행진했다. 이들은 애초 군문교, 통복시장 등을 지나 대추리에 진입하려 했으나 경찰의 저지로 방향을 바꿨다.

범대위는 대추리 어귀인 원정삼거리와 팽성대표 앞 팔각정 공터, 내리 마을회관 앞 공터 등에도 집회신고를 냈지만, 경찰은 평택역 집회만 허가하고 다른 곳의 집회에 대해서는 금지 통고를 내렸다.

행사 중간에는 노무현 대통령, 부시 미 대통령 등의 가면을 쓴 이들이 참석자들의 야유에 얼굴을 가리며 부끄러워하는 퍼포먼스가 있었다.
행사 중간에는 노무현 대통령, 부시 미 대통령 등의 가면을 쓴 이들이 참석자들의 야유에 얼굴을 가리며 부끄러워하는 퍼포먼스가 있었다. ⓒ 오마이뉴스 이민정

22일 평택역 광장에서 열린 평택미군기지 확장저지 범국민대회는 경찰과의 마찰없이 오후 6시께 끝났다.

집회에 참석한 평택 미군기지 확장저지 범국민대책위원회 소속 시민 1500여명은 애초 평택역부터 도두리까지 행진하려 했지만, 평택시 안중면 방향 도로에서 경찰의 저지로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마무리집회를 연 뒤 이날 행사를 끝냈다.

지난 5월 대추리에 대한 국방부의 강제집행 당시 범대위 관계자들과 경찰 병력의 물리적 충돌 이후 범대위는 미군기지 확장저지 운동의 방향을 비폭력·평화 집회로 자리잡았다.

당시 보수 언론들은 범대위를 향해 '불법 폭력집단' '반미세력' 등으로 낙인찍었다. 또 일부 신문은 '떼쓰기식 불법 시위의 약발이 먹혔다'며 더욱 강력하게 진압하지 않은 정부도 비난했다.

이후 범대위는 지난 5일 서울 정부종합청사를 출발, 9일 평택 대추리 도착을 목표로 도보 행진을 하던 도중 8일 밤 대추리 인근 도로에서 기지이전에 찬성하는 상인들과 물리적 충돌을 빚기도 했다.

김종열 범대위 공동집행위원장은 이에 대해 "적반하장"이라고 일축했다. 김 위원장은 "우리는 평택 대추리 주민들과 활동을 하면서 한 번도 먼저 폭력을 쓴 적이 없다"며 "국민적 공감대를 얻기 위해서도 먼저 폭력을 쓸 수 없었다"고 항변했다.

그는 "경찰이 폭력을 쓰면 그것은 '정당한 공권력 집행'이 되고, 거기에 적극적으로 방어하거나 항의하면 '폭력시위'가 되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이어 "일부 언론에서 그 동안의 투쟁 과정은 무시한 채 우리를 무조건 '폭력집단'으로 몰고 갔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국민적 동의없이 주민들이 살고 있는 대추리에 대해 강제집행을 감행하는 것은 과연 옳은 법 집행이냐"며 "주민들의 영토를 일방적으로 빼앗는 정부의 정체성은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마을 주민인 이상열 팽성읍 도두2리 이장도 언론 보도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는 "평화대행진을 할 때마다 그 앞에 공권력이 막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마치 불법 폭력집단인 것처럼 보여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평생 살던 집에서 사는 것이 불법이냐, 아니면 거기서 이유없이 내쫓는 것이 불법이냐"며 "국가가 원인 제공과 불법 행위를 하면서 농민들이 불법 폭도인양 호도하는 것을 보면 통곡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털어놓았다.

'대추리에는 주민보다 반미 사상을 가진 집단이 더 많다'는 보도에 대해 "강제 집행 당시 노인들이 공권력 앞에 어쩔 수 없으니 대학생들이 도와준 것"이라며 "대학생들이 주민들을 제쳐두고 반미 사상 때문에 시위에 나섰다는 말을 순전히 거짓말"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김찬호(민주노동당 학생위원회 부장)씨는 "60~70 먹은 노인들이 어떻게 경찰과 싸울 수 있겠느냐"며 "경찰이나 군인이 마을 주민들에게 몹쓸 짓을 한 것에 대해서는 왜 주민들에게 물어보지 않느냐"고 언론 보도에 불만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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