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깨비가 웃어? 도깨비도 더위를 먹었나?
원래 도깨비는 벽사( 邪.귀신을 물리침)의 뜻으로 기와, 생활 기물, 부적 등에 다양하게 표현되어 왔다. 벽사의 역할을 하려면 당연히 무서워야 한다. 조상님네들도 귀신에게 무섭게 보이도록 갖은 손재주를 부렸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 도깨비들은 도무지 무섭지가 않다. 조상님네들의 뜻과는 영 딴판이다. 전시장에 구경 온 어린아이들도 무서워하기는커녕 도깨비를 보며 깔깔거리고 웃는다. 도깨비가 아이들한테까지 무서운 상대가 못되니 도깨비가 자존심이 상해 땅을 칠 판이다.
그렇게 심정적으로 친근한 것이 우리의 전통 도깨비다.
미술품으로서의 도깨비 장식은 완성도도 높은 편이다. 특히 옛 기왓장에 남은 도깨비 형상은 미학적으로 훌륭한 구도와 창작성을 지니고 있다. 상여 앞면을 장식하는 용수(龍首)는 망자와 유족을 위로하는 철학적 의미도 깊다.
이렇게 우리의 도깨비는 귀신에겐 험악하되 사람에겐 해를 주지 않는 ‘친절한 도깨비씨’다. 이번 전시의 타이틀인 <웃는 도깨비>를 제안한 가회박물관 윤열수 관장은 “무서워야 할 도깨비를 웃는 얼굴로 그린 것은 우리 조상들의 실수가 아니다. 암만 성을 내도 인자함을 숨기지 못하는 시골 할아버지 같은 푸근한 민족성이 도깨비 얼굴을 웃게 만들 수밖에 없었던 것”이라고 설명한다.
전시장에 함께 전시된 일본과 중국의 도깨비는 뭔가 섬짓한 것이 윤 관장의 말을 증명한다. 우리 도깨비와는 인간성(?)이 확연히 다른 것을 알 수 있다.
그런 웃는 도깨비의 진수들이 삼성동에 다 모여 인간미 아닌 ‘도깨비미’를 견주고 있다. 기와, 부적, 탈, 장승, 나무인형 등 각종 생활 기물에 표현된 도깨비를 보며 어느 도깨비가 더 잘생겼나 비교해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초등생 위한 체험학습 마련... 하회탈놀이 등 무료공연도
여름방학을 맞아 초등학생들이 우리 도깨비 문양을 기본으로 갖가지 체험학습을 할 수 있게 한 것도 이번 전시의 특징.
22일까지는 찰흙으로 도깨비 만들기가 진행되고, 전시기간 내내 목판으로 도깨비 찍기, 기와에서 도깨비 탁본하기, 부채에 도깨비 민화 그리기 등에 무료로 참가할 수 있다.
전시 기간 중 오후 7시 30분부터 전수회관 내의 공연장 ‘풍류’에서 북청사자놀이, 강강술래, 남사당놀이, 강령탈춤, 하회탈놀이 등의 공연이 열린다. 체험에 참가한 후 공연을 볼 수 있도록 시간을 안배하면 일석이조. 무료 입장이라고 공연 수준을 의심하는 건 금물이다. 해당 분야 최고 기량의 무형문화유산 보유자 또는 전수자들이 무대에 오른다.
덧붙이는 글 | 전시 및 공연 문의 02)3011-2163.
지하철 2호선 선릉역 8번출구, 7호선 강남구청역 1번출구에서 각각 도보 10분이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