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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란 무엇인가> 앞그림.
<마음이란 무엇인가> 앞그림. ⓒ 씨앗을뿌리는사람
세계 평화에 대한 토론자들의 진지한 고민을 감지할 수가 있었다. 달라이 라마를 위시하여 비록 서양권의 학자들이기는 하지만 세계의 심리학자, 철학자, 의학자 등등 인문학계 및 과학계 인사들이 모여 대화하고 있었다.

그런데 종교와 과학이 만나고 있었다. 의아하다. 왜냐하면 종교와 과학의 관계는 일반적으로 생각하기에는 대립적인 것으로 보이고 또 ‘종교’의 영역을 허물어뜨려온 것이 다름 아닌 ‘과학’인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달라이 라마’의 생각은 오히려 과학 영역과의 적극적인 소통과 협력을 통하여 좀더 근본적인 자리에서 대중들에게 다가가려 하는 것 같다. 그렇다고 그것이 꼭 ‘종교’의 이름으로 행해지는 것도 아니어서 더욱더 관심을 품게 된다.

그러나 불교와 과학 간의 근본적인 접점을 찾기는 쉽지 않은 듯하다. 주목하는 세계나 접근하는 방식이 애초 다르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의식이 두뇌의 발현적 자질인가”(과학적 주제)하는 것과 “의식은 독립된 실체인가”(불교적 주제) 하는 점에서 관심 영역에서부터 갈라진다.(263쪽) 즉 과학 쪽에서는 의식을 두뇌에서 비롯된 것으로 가정하고 또 불교 쪽에서는 두뇌로부터 분리된 실체로 보는 것이다. 프란시스코 바렐라(파리 국립과학연구원 연구소장)의 말과 달라이 라마의 말을 들어보면 이와 같은 다른 시각을 확인할 수 있다.

프란시스코 바렐라: 일부 과학자들에게 뇌를 넘어선 마음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건 하나의 사실입니다. 불자들이 증거로 생각하는 것은 일부 과학자들에게는 사실이 아닙니다. 양쪽 다 증거가 있다고 말하겠지만, 물론 그들은 다른 세계를 보고 있는 거겠죠.(283쪽)

달라이 라마: 제가 생각하기에 많은 층위의 미묘한 의식이 있고 과학은 단지 통상적인 층위만을 보는 듯합니다. 과학은 불교적 관념에서 극히 중요한 좀더 미묘한 의식들을 발견하지 못했을 뿐이고, 단지 발견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부정한다는 건 적절치 않습니다.(284쪽)


세상에는 ‘트라우마’(정신적 외상) 등으로 육체적 고통에 못지않은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 책은 이들에게 다가가 과학과 종교적인 방법을 동원하여 치유하고자 하는 노력을 내비친다.

예를 들면 ‘트라우마’를 겪는 난민들을 치료하는 과정을 보여주기도 하는데 순서가 있다고 한다. 우선 “환경적인 조정부터 시작”하여 “동포들과 함께 공동체 안에서 살게 하고” “자신들의 문화적 전통에 참여하게” 한 후에 “안전이라는 주제에 관해 시각화”하는 훈련을 반복시켜 “마음에 떠오르는 기억들을 (스스로) 통제하는 기술”을 터득하게 하여 “안정감과 자신감”을 찾도록 돕는다는 것이다.(125~129쪽)

한편 우리가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스트레스’는 무엇으로부터 비롯되는 것일까? 이 책에 의하면 이런 것들이다. “너무 급격한 변화”라든가 “환경적인 것-추위, 오염, 소음 등” “사회적인 스트레스-너무 북적거리는, 너무 고립된, 경쟁적인 도시의 삶 등” “안 좋은 식습관이나 생활방식에서 오는 스트레스” 등등을 원인으로 들고 있다.

그러면서 동시에 대처법을 알려준다. 즉 “스트레스는 그 사건을 마음이 어떻게 해석하고 대처하느냐”에 달린 것이라 전제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다가가거나 문제를 다른 관점에서 보는 것-그러면 그것은 더 이상 문제가 아닌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는 것”과 “다른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거나 가까이 지내면서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서 생긴 감정들을 처리하는 것”을 알려준다.(124-5쪽)

이 토론의 주된 관심사는 아무래도 세계 공통의 윤리적 근거(도덕 원칙의 토대)를 발견하고자 하는 데에 있는 듯하다. 그 근거로 달라이 라마가 제시하는 것은 “인간적인 연민과 애정”(45쪽)이다. 그리고 이러한 윤리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과학적 실험이나 연구 결과를 가져오는 데 인색하지 않다. “마음의 상태가 면역계의 힘과 심장혈관계의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49-50쪽)는 실험 결과를 토론 내용에 포함시키고 있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인간적 유대감이 스트레스를 완화시켜준다”(60쪽)거나 “화내지 않고 사랑하며 살아가는 일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63쪽)라든가 하는 긍정적인 결과를 내세우기도 하고 “평균적인 사람들과 비교했을 때 유별나게 적대감을 품고 화를 잘 내거나 몹시 불안해하거나 슬퍼하거나 비관적이거나 긴장을 잘하는 성향이 있는 이들은 심각한 병에 걸릴 위험이 두 배로 나타났다”(56쪽)든가 하는 부정적인 결과를 앞세우기도 한다.

다시 말해서 기운을 돋우는 감정이 있는가 하면 고통을 주는 감정이 있고 이런 감정들은 건강에 좋고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이는 개인적인 상황을 말해주는 것인 동시에 사회와 세계가 지향해야 할 윤리적 방향을 내포하는 것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자비와 애정”이 인류 보편의 윤리기반으로 작용해야 할 필연적 근거를 마련해 보고자 하는 제스처로 받아들여지는 이유가 바로 이런 데에 숨어 있는 것이다.

달라이 라마: 저는 인간적인 애정이야말로 인간본성의 기초 혹은 근거라고 믿습니다. (중략) 각각의 직업들은 모두 본래 인류를 위한 것이 아닐까요? (중략) 이 모든 다양한 인간의 활동들은 우리의 공동체를 위해 무언가를 하려는 동기에서 비롯됩니다. 최소한 사람들은 자신의 가족에 보탬이 되고자 합니다.

가족이라는 정말 작은 공동체도 이타심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것입니다. (중략) 저는 자비심이 종교에만 존재한다고 여기지 않습니다. 그것은 우리 모두가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인간본성입니다. (중략) (일례로) 모유는 자비와 인간적 애정의 상징이라고 생각합니다. (중략) 의학분야든 종교분야든 과학분야든-이들이 우리의 기본적인 인간성이라는 근간에 연결될 수 없다면, 무용하고 더 나아가 파괴적일 수도 있습니다.(305-9쪽)

덧붙이는 글 | * 지은이: 달라이 라마, 대니얼 골먼, 존 카밧진, 프란시스코 바렐라, 클리포드 사론, 리처드 데이비드슨, 리 이어리, 샤론 잘츠버그 등 9인 / 엮은이: 대니얼 골먼 / 옮긴이: 김선희 / 펴낸날: 2006년 6월 15일 / 펴낸곳: 씨앗을뿌리는사람 / 출판사 웹사이트: www.seedbook.com / 책값: 1만2800원


마음이란 무엇인가 - 현대 신경과학과 동양 불교사상의 만남

달라이 라마 외 토론, 대니얼 골먼 엮음, 김선희 옮김, 씨앗을뿌리는사람(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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