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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전 경북 포항 포스코본사 건물 앞. 경찰의 제지로 전달되지 못한 음식들이 쌓여 있다.
20일 오전 경북 포항 포스코본사 건물 앞. 경찰의 제지로 전달되지 못한 음식들이 쌓여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한 할머니가 아들에게 음식을 전하지 못 하게 되자 정문 바리케이드에 앉아 경찰의 조치에 항의하고 있다.
한 할머니가 아들에게 음식을 전하지 못 하게 되자 정문 바리케이드에 앉아 경찰의 조치에 항의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11층 용접 3소대 ○○아빠, 10층 기계부 ○○아버지, 5층 전기분회 ○○○

20일 오전 포항 괴동동 포스코 본관 정문 앞에는 건설노동자들의 이름이 적힌 음식 상자와 도시락 등이 줄을 섰다. 하지만 이들이 주인을 제대로 찾아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포항 건설노동자들의 포스코 본관 점거 농성 8일째인 이날 노동자 가족 200여 명은 본관 앞에서 음식물 반입을 촉구하는 즉석 집회를 열었다.

가족들은 음식물을 전하러 오전 9시부터 본관을 찾았지만 단전·단수·음식물 반입 금지 조치가 내려진 지 3일째인 이날도 경찰은 가족들의 본관 진입을 저지했다. 가족들은 그 자리에 주저앉아 '음식물 반입 투쟁'을 시작했다.

가족들은 오전 11시 30분부터 경찰 바리케이드가 쳐진 정문 앞에 앉아 "밥을 넣어달라"는 구호를 외치며 음식물 반입을 촉구했다. 집회 도중 이들이 함성과 함께 본관을 향해 손을 흔들자 옥상에 서 있던 노동자들도 손을 흔들어 화답했다.

경찰 관계자는 "지금 비상 엘리베이터 한 대가 10층까지 밖에 가동하지 않아 개별적으로 도시락을 전해줄 수 없다"며 가족들의 진입을 막자 "밥만 들어갈 수 있게 해달라", "노인과 환자들이 많은데 약도 넣어달라"고 호소했다.

아침 새로 한 밥, 김밥 2만원 어치... 그대로 버려질 판

이영순(58)씨는 "이른 아침부터 밥 하고 도시락 준비해서 여기까지 왔는데, 또 헛수고만 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씨는 "남편이 어제 힘없는 목소리로 전화를 해 밥과 김치가 제일 먹고 싶다고 하더라"며 급한 마음에 두 가지만 준비했다.

그는 "이것만이라도 들어갈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18일에도 도시락을 넣어주지 않아서 싸온 밥과 반찬을 경찰들 앞에서 그대로 버리고 돌아갔다"고 말했다. 이어 "(남편이) 간이 안 좋아 약도 먹어야 하는데…"라고 말끝을 흐렸다.

중년 여성들 틈에서 물끄러미 본관 건물을 바라보고 있던 임아무개(55·남)씨는 동생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그는 김밥 2만원 어치를 준비했지만 "들어갈 수 있어야 전해주지"라고 아쉬워했다.

그는 전화 통화를 통해 동생이 아침 식사로 쵸코파이 2개를 먹었다는 소식을 듣자 "아무리 큰 죄를 지은 사람도 밥은 먹고 살지 않느냐"며 "저 사람들이 무슨 죄를 그렇게 지었다고,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인데"라고 토로했다.

황아무개(39·여)씨는 "오늘 밥이 들어가도 남편이 제대로 먹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음식물이 들어갈 수 있었던 18일 전에도 도시락을 넣어주니 경찰에서 며칠 묵혀서 상한 채로 올려보냈다고 하더라"고 남편의 말을 전했다.

황씨는 "남편이 통장을 들고 들어가버려 아이들이 쓸 생활비가 없다"며 "어서 결론이 나야지, 살림이 말이 아니다, 어린 아이들이 무슨 죄냐"고 말했다.

건설노동자들의 가족들이 경찰의 제지로 인해 음식을 전달하지 못 하게 되자 정문 앞에서 농성을 하고 있다.
건설노동자들의 가족들이 경찰의 제지로 인해 음식을 전달하지 못 하게 되자 정문 앞에서 농성을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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