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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보기엔 코딱지만한 텃밭에서 매주 주말이면 파트타임 농부로 '짜잔' 변신하고 흙을 만진 지 벌써 꽉 찬 석달입니다.

ⓒ 정상혁
'뽕밭이 바다로 변한다'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우리 텃밭은 풀 한 포기없이 삭막하기만 했는데 이제는 어디 가서 내 텃밭인지도 모를 정도로 무성한 밀림이 되었습니다.

ⓒ 정상혁
상추며 쑥갓에 양상추, 가지까지 텃밭을 채우려고 열심히도 심었건만 여전히 황량하기만 하던 우리 텃밭에도 석달이라는 시간이 흐르자 내 체면치레 정도는 해줄 정도로 무성하고 풍요롭게 가꿔졌습니다. 덕분에 인심도 좀 얻었답니다.(텃밭해보신 분들은 공감하시죠?)

오늘은 감자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어렸을 적에 하던 놀이중에 이런 게 있었는데 기억나시나요?

"감자에 싹이 나서 잎이 나서 싹싹싹!"

마지막 '싹싹싹' 소리가 끝나면 가위 바위 보를 하지요?

자, 그럼 지금부터 감자가 싹이 나서 잎이 나고 감자까지 어떻게 생겨나나 한번 보시죠. 감자를 심을 생각도 없이 지내다가 5월초에 텃밭에 나들이 오신 장인 어른 덕에 얼떨결에 감자를 심었습니다. 파종이 좀 늦은 셈이지요.

ⓒ 정상혁
이 날 고추 심을 두둑을 만드느라 처남이 고생이 많았습니다(검은 색 옷이 처남입니다).

부엌에서야 싹이 난 감자는 애물단지이지만 이곳에서만은 싹이 안난 감자는 명함도 내밀 수 없습니다. 감자는 싹을 틔어서 흙에 묻어 키우기 때문이지요.

아래쪽 파종을 기다리는 감자를 보면 하얗게 싹이 보이시죠? 이 감자가 바로 씨감자인 셈입니다.

ⓒ 정상혁
그렇게 네댓 개의 씨감자를 묻어두고는 잊고 있었습니다.

ⓒ 정상혁
오뉴월 뜨거운 햇볕에 이따금씩 비도 내리고 또 주말이면 와서 물도 주고 했더니 드디어 감자싹이 빼꼼히 머리를 내밉니다. 씨감자 심은 것이 5월 7일이고, 싹이 올라온 게 15일입니다. 그리고 심고서 한 달쯤 지난 후인 6월 11일이 되니 오른쪽 아래처럼 감자잎이 무성해졌습니다.

사실 처음 싹이 나올 때는 감자싹인 줄도 모르고 잡초가 나나 싶어 뽑을 뻔하기도 했습니다. 감자꽃이 올라올 때는 아는 분께 물어 꽃을 꺾어주었습니다. 그래야 밑이 잘 든다고 하더군요.

ⓒ 정상혁
장맛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지난 토요일(7.15) 마침내 감자를 수확하기로 했습니다. 고향집에 다녀오느라 한 주 걸렀더니 텃밭은 엉망이고 감자줄기도 사진처럼 다 쓰러져 있었습니다.

사실 그 동안 감자가 정말 생기기는 할까 궁금해서 몇 번 흙을 걷어보곤 했는데 막상 조심스레 흙을 파다보니 초등학생 주먹만한 크기의 감자가 달려 있네요.

물론 자잘해서 조림용으로 쓸만한 게 훨씬 많았지요.

씨감자 네댓 개를 심어 저만큼을 수확했으니 꽤 남는 장사인 셈이었습니다. 한 일이라고는 감자를 심은 것뿐 사실 감자를 키운 것은 어머니같이 포근히 품어준 흙과 때때로 내려준 고마운 비 그리고 광합성을 도와준 태양입니다.

굳이 꼽아야 할 내 노고가 있다면 그저 흙을 믿고서 기다린 일이라고나 할까요.

수확의 기쁨을 한껏 만끽했으니 이제 먹는 즐거움도 누려봐야죠?

ⓒ 정상혁
찜기에 씻은 감자를 올려 한 김 올려 쪄서 아내와 그간 감자 키우던 이야기해가며 감사히 먹습니다. 내 손으로 키워 먹는 즐거움을 오롯히 느끼며 먹는 감자는 설탕없이도 달기만 했습니다.

이렇게 맛난 감자를 혼자서만 먹을 수 있나요? 감자를 심어주신 장인어른과 처가 식구들과도 함께 나눠야죠. 한 입거리밖에 안되지만 나누는 마음이야 그렇지 않으니까요.

ⓒ 정상혁
감자에 싹이 나서 잎이 나니 이렇게 여러 사람이 즐거워질 수도 있네요. 감자에 싹났다고 속상해할 일만도 아니지요?

덧붙이는 글 | 지금 텃밭에는 고추와 가지가 한창입니다. 올 가을 배추와 무를 심어 수확하면 결혼하고 첫 김치를 담아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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