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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후 포항지역 건설노동자 2000여명이 농성중인 포스코 본사를 둘러보고 나온 단병호 의원이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농성장 내부의 모습을 전하고 있다.
19일 오후 포항지역 건설노동자 2000여명이 농성중인 포스코 본사를 둘러보고 나온 단병호 의원이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농성장 내부의 모습을 전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포항 건설노동자들의 포스코 본사 점거 농성이 일주일을 맞은 19일, 단병호 민주노동당 의원이 봉쇄된 본관 내부를 찾았다. 지난 13일 노동자 2500여명이 본관을 점거한 뒤 처음으로 허용된 외부인의 방문이다.

단 의원은 이영순 의원과 함께 농성 현장을 둘러본 뒤 포스코 정문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건물 내 집기 훼손은 절대 없다"며 사측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포스코측은 지난 17일 발표한 보도자료에서 "건설노조가 본사 건물을 불법 무단 점거한 채 시설물을 훼손시켜 회사의 중요 서류가 파손될 위험에 처해 있다"며 노동자들의 자진 해산을 유도하기 위해 건물내 단전·단수 조치를 내리기로 결정했다.

"직접 5층에서 12층까지 다 둘러봤다"는 단 의원은 "3층과 4층 사이에 의자로 바리케이트를 쳐 놓은 것이 전부다, 그것도 경찰들이 들어올 것을 우려해서 어쩔 수 없이 사용했다"고 밝혔다. 건물 내 대리석을 떼어내 밑으로 던진다는 포스코 관계자들에 주장에 대해 "옥상에 올라가 보지 못했지만, 결코 건물 내의 문제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사태에 대해 "노동자들의 불법 행위에 대한 명확한 원인 제공은 바로 포스코"라고 지적했다. 그는 노동자들의 요구 사항인 토요 유급휴무와 사측의 단체협상 수용 등을 전하면서 "사용자가 양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18일부터 건물 내 단전·단수 조치가 내려지면서 노동자들은 창문을 열 수 없는 건물에서 에어컨과 환풍기 가동이 중단된 채 무더위 속에서 고통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엘리베이터마저 가동되지 않아 하루 한번씩 제공되던 도시락마저 끊겼다. 외부인의 출입이 통제된 본관 건물 주변은 경찰 병력 7000여명이 지키고 있다.

19일 오후 2000여명의 노동자들이 농성중인 포항 포스코 본사 건물 주변에 시커먼 먹구름이 끼어 있다.
19일 오후 2000여명의 노동자들이 농성중인 포항 포스코 본사 건물 주변에 시커먼 먹구름이 끼어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다음은 단병호 의원의 일문일답.

"식사 반입가지 차단... 농성장 격앙된 분위기"

- 포스코 본관 안의 현재 상황은.
"농성장 상태는 상당히 안 좋다. 들어가서 5층에서 12층까지 다 둘러봤는데, 전기를 다 꺼버려 밀폐된 공간에 에어콘도 안 돌아가서 상당히 덥고 어둡다. 게다가 어제부터 식사 반입도 차단시켜서 사람들의 감성이 상당히 예민해졌다. 현재 분위기는 상당히 격앙된 상태다."

- 안에는 몇 명 정도 조합원이 있나.
"정확하지는 않지만, 상당한 인원이 있다. 처음에 2500명 들어갔다고 하는데, 도중에 나온 인원이 600명 정도라고 들었다. 대부분 몸이 아프거나 가정에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안에는 1900∼2000명 정도인 것 같다"

- 노동조합 지도부와 대화는 어땠나.
"문제를 조속한 시일내에 합리적으로 해결할 방안이 있다면 다양하게 모색을 해보자고 이야기했다. 안에 있는 사람들도 가능하면 조기에 해결돼 건강한 몸으로 빨리 돌아오기를 바라는 의지가 있다. 당 차원에서도 적극적인 대화의 장을 만들어나갈 생각이다. 하지만 교섭을 하려면 우선 조건과 환경이 필요하다. 단전·단수를 중단하고 식사 반입을 허용해야 한다. 안에 환자들도 일부 있는 것 같은데, 의약품도 제공해야 한다. 포스코쪽도 합리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 점거한 노동자들이 요구하는 바는 무엇인가.
"핵심은 두 가지다. 토요휴무 유급화와 노동조합과의 단체협상 인정이다. 일반 기업의 상시 근로자는 근무시간이 주40시간으로 단축되면서 토요일은 이미 유급화됐다. 단지 건설 노동자라는 이유로 '일하지 않으면 돈을 주지 않겠다'는 논리는 옳지 않다.

두번째 단체협상 문제는 노동조합의 실체가 분명히 있는데도 사측이 교섭을 거부하고 있다. 그 이유가 조합원의 명단을 달라는 것인데, 지난번에 300명 명단을 노동부를 통해 제출했지만 결국 조합원들이 다 쫓겨나는 결과가 생겼다. 지금도 명단을 공개하면 어떻게 되겠는가. 사용자측은 법적 의무 조항을 져야 한다. 상식적으로 접근하면 풀리지 않을 문제가 아니다."

19일 오후 포스코 본사에서 농성을 벌이던 노동자가 119구급대 차량에 실려 병원으로 후송되고 있다.
19일 오후 포스코 본사에서 농성을 벌이던 노동자가 119구급대 차량에 실려 병원으로 후송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노동자 요구에 사용자가 양보해야

- 요구 사항은 모두 법적 근거를 갖고 있나.
"사용자가 양보해야 한다. 그게 상식인데, 때때로 노사 문제에서 상식이 통하지 않는 일들이 발생한다. 포스코의 문제도 그렇고, 노동자들이 이 곳(포스코 본관)에 들어간 것은 우발적이었다. 법적으로 파업기간 동안 대체근로자를 못 쓰게 돼있는데, 사측이 대체인력을 투입하니까 감정이 격해져서 이 사태까지 온 것 아니냐. 불법의 명확한 원인 제공은 포스코다."

- 조합원들이 사내 집기를 훼손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전혀 그렇지 않다. 오늘 다 둘러봤는데, 일부에서 의자로 3~4층 사이에 바리케이트 쳐 놓은 것이 있다. 경찰들이 들어올 것을 우려해서 어쩔 수 없이 사용된 것이고, 이외의 기물 파손은 절대 없다. (대리석을 떼어내 밑으로 던진다는데) 옥상에 올라가 보지 못했지만, 결코 건물 내의 문제는 아니다. 건물 내 집기는 절대 손상되지 않고 잘 보존돼 있다."

- 하중근 조합원이 뇌사 상태라고 알려졌다.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있어서는 안 될 일이 또 일어났다. 정확한 경위는 확인을 해봐야겠지만, 집회 마무리 과정에서 경찰이 경고도 없어 발생된 문제다. 추정컨대 경찰의 방패에 의한 충격이 아닌가 생각한다. 만약 그렇다면 명백하게 국가 공권력에 의한 폭력으로, 한 사람이 사경을 헤매는 지경에 이른 심각한 문제다. 반드시 짚고 넘어가겠다. 사실 관계를 규명해서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정부의 확실한 책임을 물을 것이다."

포스코 본사 건물에서 농성중인 노동자들이 유리창에 구호를 붙여 놓고 있다.
포스코 본사 건물에서 농성중인 노동자들이 유리창에 구호를 붙여 놓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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