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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년말 방학을 맞아 어머니와 함께 고국을 방문한 진아(오른쪽)와 소아 (왼쪽)
학년말 방학을 맞아 어머니와 함께 고국을 방문한 진아(오른쪽)와 소아 (왼쪽) ⓒ 송영한
진아(14·Sandra)와 소아(12·Ellen)는 미국 캘리포니아 주 로스앤젤레스 오렌지카운티에 사는 재미교포 2세 자매이다.

학년말 방학을 맞은 이들은 어머니 임미애(39) 씨와 함께 지난달 29일 고국에 첫발을 디뎠다. 진아와 소아는 어렸을 때 고국을 방문한 적이 있지만 기억에 남아 있을 리 없으니 철 들고는 첫 방문인 셈이다.

이들 자매가 고국에 대해 신기해 한 것은 서울의 빌딩 숲과 즐비하게 늘어선 고층 아파트들이었다. “마치 우리가 장난감나라에 사는 인형이 된 기분이었어요”라고 말하는 이들에게 외삼촌 임흥빈씨는 땅이 넓은 미국과 땅이 좁은 한국의 건물과 주택건설 사정을 자세하게 설명해 줘야 했다.

진아와 소아의 호기심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미국에서 비디오테이프로 한국 드라마를 봐왔던 이들은 고국 친구들과 함께 공부하는 체험을 하게 해달라고 외삼촌을 졸랐다. 두 아이는 결국 외사촌이 다니는 인창중학교(교장 온창순) 3학년4반(담임 김윤실)에서 같은 또래 한국 친구들과 함께 공부할 수 있는 꿈을 이뤘다.

이들 자매가 한국 학교의 모든 스케줄을 빠짐없이 소화할 수 있었던 것은 미국에서 철저한 모국어 가정교육을 받았기 때문이다.

1990년 미국에 사는 교포와 결혼해 15년 째 타향살이를 해온 어머니 임미애씨는 “어려서부터 주말마다 한국인 학교에 보내 한국말을 가르쳤고, 집에서도 한국말로 대화를 해 왔기에 가능한 일이었다”며 “미국에서 태어난 아이들이 왜 한국말을 해야 하는지 반문할 때마다 '너희들은 비록 미국에 살지만 순수한 100% 한국인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해왔다”고 아이들을 다그친 일을 회상했다.

인창중학교에서 한국 친구들과 수업을 받는 자매
인창중학교에서 한국 친구들과 수업을 받는 자매 ⓒ 송영한
한국 친구들과 같이 공부하는 것이 아주 재미있고 신기하다는 이들 자매는 “미국에서는 수업 시간마다 과목 강의교실을 찾아 다녀야 했는데 한국에서는 친구들과 한자리에 앉아 하루 종일 공부할 수 있어 친구와 더욱 친해질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미국에서는 학생들이 잘못하면 쉬는 날인 토요일에 등교를 하게 한다든지 봉사활동을 하게 한다든지 하는 벌칙을 주는데 한국에서는 즉석에서 적당한 페널티를 주고 학생들이 그것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문화가 생소했으며, 특히 담임선생님이 계셔서 한 반을 책임지는 것이 부러웠고, 담임선생님이 친구들의 어려운 고민들을 듣고 조언해 주는 것이 감명 깊었다”고 말했다.

김윤실 담임선생님은 “말이 통하니 한국 학생들이랑 별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며 “한미 양국 문화를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진아가 제일 친하게 사귀었다는 홍한나양은 “진아와 함께 수업을 받았던 것은 아주 색다른 추억이 될 것”이라며 “특히 영어시간에 원어민 발음을 직접 체험 할 수 있어 좋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19일 피자 열 판으로 성대한 종강파티를 마치고 난 같은 반 친구 조아라양은 “헤어진다는 것이 섭섭하기는 하지만 앞으로 이메일을 통해 계속 교제하며 우정을 나누자고 손가락을 걸었다”고 말했다.

한편 이들 자매는 지난 주말에 남양주시에 있는 체험 학교 ‘지기마을농장’에서 감자를 캐고 토마토를 따며 천연염색을 하는 등 색다른 체험을 하기도 했다. 이들은 황토로 손수건과 아빠 속옷에 천연염색을 한다는 것이 마냥 신기한 듯 동화 속 같은 하루를 보냈다.

한 달 동안의 고국 나들이를 마치고 29일 출국할 예정인 진아와 소아는 “이번 고국 방문은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라며 “기회 있을 때마다 외할머니를 비롯한 외갓집 식구들과 한국에서 사귄 친구들을 만나보고 싶다”며 못내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황토 천연염색 중 "조물 조물 주물러 줘야 곱게 물든데요"
황토 천연염색 중 "조물 조물 주물러 줘야 곱게 물든데요" ⓒ 송영한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구리넷(www.gurinet.org)에도 송고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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