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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시연회에 선보일 가야금과 생황을 두고 담소를 나누는 김철호원장(가운데)과 악기연구소 연구원들
19일 시연회에 선보일 가야금과 생황을 두고 담소를 나누는 김철호원장(가운데)과 악기연구소 연구원들 ⓒ 김기
지난 3월 29일 출범한 국립국악원(원장 김철호) 악기연구소가 첫 번째 성과를 일반에 선보인다.

출범과 함께 음향공학 전문가를 새로 영입하고, 다양한 음향 시뮬레이션을 위해 연세대 음향공학과와 긴밀한 협력을 유지하면서 60여종 국악기 중에서 우선 급한 악기 두 가지를 선택해 그 가능성과 진행에 대한 공감대 형성을 이끌어내고자 하는데 목적을 둔 발표이다.

과연 우리는 우리 민족의 악기를 몇 개나 알고 있을까? 사물놀이의 약진에 의해 풍물악기 4종은 그나마 일반에 모양과 음색 등이 널리 알려져 있다. 그리고 우리 악기의 대표라 할 수 있는 가야금 정도는 국민 대부분이 식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곁에 거문고, 아쟁을 놓는다면 순간 당황하는 사람도 적지 않은 실정이다. 거기다 18현, 21현, 25현금을 더 배열한다면 더할 것이 분명하다.

얼마 전 모 방송사 쇼 프로그램에서 인기가수인 진행자가 해금과 아쟁을 구별하지 못해 구설수에 오른 적도 있다. 그만큼 우리는 우리 악기에 대해 관심도, 지식도 없다. 이것이 부끄러운 우리의 현실이다.

생황의 생명은 리드에 달려 있다. 특히나 들숨 날숨에 모두 소리를 내야 하는 구조이기에 예민하고 정밀한 것. 리드 제작에 의견을 나누는 주재근 연구사와 악기제작담당 김용식씨
생황의 생명은 리드에 달려 있다. 특히나 들숨 날숨에 모두 소리를 내야 하는 구조이기에 예민하고 정밀한 것. 리드 제작에 의견을 나누는 주재근 연구사와 악기제작담당 김용식씨 ⓒ 김기
언제부터인가 우리 음악과 악기는 국악인들만의 것으로 치부되는 경향이 생겼다. 그 원인을 밝히는 것은 대단히 긴 수고를 필요로 하는 일이다.

국제간의 총성 없는 치열한 전쟁으로 인해 지금 21세기는 제국주의가 판치던 20세기 초반보다 훨씬 공고한 민족 정체성 확립이 요구되고 있다.

최근에는 방송사에 의해 문화재 반환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대단히 중요한 일이고 또 너무 늦은 감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외국에 유출된 문화유산은 되찾아 올 수 있는 목표라도 가질 수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그러나 국내에서 말없이 사라지는 민족의 소중한 문화유산들은 되찾을 가능성조차 없어지게 된다.

그럴 리가 없을 거란 생각은 무책임한 기대일 뿐이다. 대표적으로 생황이란 악기는 우리 악기 중에서 유일하게 화음악기이고, 현재까지 그 음악이 전해져 오고 있다. 그러나 그 악기는 불행하게도 국내에서 생산이 되지 않는다. 현재 국내에서 사용되는 모든 생황은 대부분 중국에서 들여온 것이다. 그러다 보니 그 음색이 우리 음악과 잘 어울리지 않는다.

하지만, 생황과 단소 이중주인 <수룡음>은 국악 최고 애청곡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생황은 대략 1700년 정도의 전통을 가진 악기로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겪고 난 후 생황의 국내 생산이 끊겨 조정은 청나라부터 이 악기를 수입하게 했다. 그러나 악기와 함께 더 중요한 악사 양성에 실패하여 민간에서는 그 생황을 청나라부터 밀수하여 사대부가의 장식이나 권번의 기생들에게 유행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음악에서의 주체적인 모습을 서서히 잃어왔다.

앞에서부터 기존 사용하는 25현금, 다음이 몸통을 개선하여 이번에 시연되는 악기.그 다음이 전통12현금, 마지막이 북한이 개량한 21현금이다. 조영재 연구원은 음향공학 전문가로써 악기의 최우선 기능인 음향을 전담하고 있다.
앞에서부터 기존 사용하는 25현금, 다음이 몸통을 개선하여 이번에 시연되는 악기.그 다음이 전통12현금, 마지막이 북한이 개량한 21현금이다. 조영재 연구원은 음향공학 전문가로써 악기의 최우선 기능인 음향을 전담하고 있다. ⓒ 김기
현재의 생황이 그나마 명맥을 이어오는 것은 90년대 말부터 중국을 오가며 꾸준히 생황을 연구하고 복원의 노력을 해온 국립국악원 손범주씨 등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기존의 개인 연구 성과에 악기연구소의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배경이 더해져 결실을 보게 된 것이 이번 시연회이다. 물론 한꺼번에 다 할 수는 없다. 이번 시연회에 중점을 둔 것은 관악기의 음색을 좌우하는 리드의 자체개발이다.

오는 19일 오후 2시 국립국악원 우면당에서 시연되는 생황은 악기연구소에서 그 시제품을 만들고, 그 시연 역시 손범주씨가 맡는다. 언제 완성될 지는 아직 모르지만, 이로써 우리는 중국이 아닌 우리 색깔의 생황을 기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또한 현대국악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악기는 전통시대부터도 그랬듯이 가야금이다. 다만 그 줄이 본래의 12줄에서 관현악의 선율을 주로 담당하게 되는 까닭에 25현으로 대폭 늘어나 있다. 북한의 경우는 21줄의 개량가야금을 진작에 개발해 사용해오고 있다. 사실 고유악기에 대한 연구 및 개량사업의 성과는 북측이 남측보다 먼저였다.

현재 국내에는 54개의 크고 작은 국악기 제작업체가 있다. 국립국악원 조사결과에 의하면 그 중에서 종업원 수가 10명이 넘는 곳은 불과 6업체에 불과했고 그나마 20명이 넘는 업체는 하나도 없는 상태이다. 반면, 4명 이하의 극도로 영세한 업체 수는 34개 업체로 밝혀져 우리 악기 생산의 실상이 대단히 어려운 상태라는 것은 알 수 있다.

그들 업체들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업체 스스로 국악기 발전을 위해 가장 시급한 점으로 악기제작의 표준화를 들고 있음이 드러났다. 영세한 업체들이 대부분인 국악기 제작업체들은 제작 여건상 자연히 표준제작보다는 주문에 의한 수작업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것이고, 그 결과 악기의 결과물은 일정한 기준 없이 수요자의 손에 전달되는 것이다.

(표1-1)25현 울림통의 고유진동수에 따른 진동모드의 다양함을 보여주는 시뮬레이션 도표. 이런 시뮬레이션을 통해 사전에 가장 적합한 악기 몸통에 대한 기대치를 산출해낼 수 있다.
(표1-1)25현 울림통의 고유진동수에 따른 진동모드의 다양함을 보여주는 시뮬레이션 도표. 이런 시뮬레이션을 통해 사전에 가장 적합한 악기 몸통에 대한 기대치를 산출해낼 수 있다. ⓒ 김기
실제 국악관현악단 혹은 창작음악을 하는 단체들의 연주나 녹음 현장에서 동일 파트의 악기군들의 음정과 음색을 맞추는데 애를 먹는 경우는 비일비재한 것이 그 결과로써의 우리 실정인 것이다. 고유 악기뿐만 아니라, 창작음악을 위한 개량악기 제작에 있어서도 공히 악기제작에는 그 표준이 제공되지 않고서는 그런 문제점들은 해결될 수가 없는 것이다.

해서 이번 국립국악원 악기연구소에서는 개량가야금인 25현금의 악기제작 표준을 위해 우선 최적화된 음향 수치를 게산한 새로운 가야금을 선보인다. 가야금은 크게 세 가지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몸통, 안족 그리고 줄이다. 그 중에서도 음량과 음색을 크게 좌우하는 것은 몸통이고, 이번 악기연구소에서 제시하는 새로운 25현금 가야금의 몸통은 기존 것들에 비해 5㎜ 정도 두터워졌다.

그것은 음향공학박사인 악기연구소 조영재 박사에 의해 주로 연구된 결과인데, 악기 시뮬레이션을 통해 치밀하고 반복적인 실험을 통해 추출된 최적의 조건이라 볼 수 있다. 실제 창작음악의 필요에 의해 25현 개량가야금이 널리 사용되고 있기는 하지만, 전통 12현금에 비해 25현금은 그 맛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것이 국악계의 공통적인 불만이자 아쉬움이다.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앞서 말한 세 가지 요소가 모두 조화롭게 구성되어야 한다. 그 중에서도 특히 몸통의 공명 구조는 음색 및 음량을 결정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표1-1에서 보여주는 것이 몸통 두께에 따라 변화하는 음파의 진동모드를 보여주는 것이다. 또한 표 1-2는 그 두께에 의한 진동모두 변동표에서 전통12현금과 가장 유사한 진폭을 보여주는 것이 5㎜ 늘린 것임을 보여주고 있다.

(표1-2)위 표1-1의 입체적 진동모를 그래프로 표현하면 이렇게 된다. 그 결과 전통 12현금과 가장 유사한 진동모드를 가지기 위한 최적의 몸통 수치를 얻게 된다.
(표1-2)위 표1-1의 입체적 진동모를 그래프로 표현하면 이렇게 된다. 그 결과 전통 12현금과 가장 유사한 진동모드를 가지기 위한 최적의 몸통 수치를 얻게 된다. ⓒ 김기
표 2개로 정리되기는 했으나, 악기연구소가 이와 같은 간단한 표 2개를 결론짓기에는 많은 노력과 실험이 뒷받침되었음은 당연한 일이다. 오죽하면 악기연구소 설치를 통해 우리 악기 연구의 체계적 발판을 마련한 김철호 국립국악원장은 연구원들에 방해되거나, 혹은 너무 혹사시키는 것이 아닌가 하는 미안한 마음 때문에 연구소 출입을 자제할 정도라고 말을 한다.

시연회를 앞두고 만난 김원장은 평소 침착하던 모습에 비해 조금은 상기된 표정이었다. 그만큼 악기연구소에 거는 기대와 의지가 컸던 김원장에게 이번 악기제작 1차 시연회에 대한 의미를 물었다.

국립국악원 김철호원장
국립국악원 김철호원장 ⓒ 김기
"국립국악원은 이제 세계를 향한 우리 악기, 음악 그리고 미학을 개발해야 한다. 물론 그것의 출발점은 악기에 있기 때문에 악기연구소의 위상을 대단히 중요하다. 또한 국가기관의 업무성과는 과거와 달리 일반과 소통, 공감, 나눔의 구조 속에 이루어져야 한다. 이번 시연회의 결과는 완성을 알리는 것이 아니라 연주자 및 제작자들에게 기대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는데 의미를 두고 싶다.

구체적으로 생황은 중국 것이 아닌 과거 우리 조상들이 즐겼던 그 음색을 찾기 위한 노력이고, 가야금은 현재 음악에 25현금이 최적화된 조건으로 기여하고 있냐는 질문에서 시작하였다. 이처럼 향후 악기연구소는 두 가지의 커다란 방향으로 진행됨을 시사한다. 악기고고학적인 측면에서의 유실악기 복원작업과 현재 사용되는 범용악기의 표준화 마련의 두 축이다.

물론 그런 결과들을 일반에게 강요하진 않는다. 단지 개인이 하기에는 어려운 여러가지 음악적 기준에 대한 표준 데이터를 제시하고 선택하게 할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시연회는 미리 지정한 품평자 없이 시연회 참가자들에 대한 설문조사를 통해 자유로운 소감과 또는 비판을 수렴할 계획이다. 국가기관에 대한 신뢰도는 일반을 향해 얼마나 귀를 열어놓느냐에 달려있다고 본다. 국악원의 추진 사업에 대해 열린 자세로 모든 의견을 수렴할 것이다."

국립국악원은 이번 시연회를 마치고 올해 내로 국악 현악기를 조율할 수 있는 피치 파이프를 개발해 일반에 공개할 예정이다. 큰 것부터 작은 것까지 악기연구소는 비록 작게 시작했지만 우리 음악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들을 진행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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