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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한달 전 휴일 아침, 산에 올랐다 내려온 남편이 안 좋은 소식을 전했다. 산 속 물웅덩이를 땅주인이 포클레인까지 동원해 흙으로 메워 버렸다는 것이다. 가슴이 꽉 막힌 듯하다.
작년 가을 고추잠자리 산란한 것은 물론이요, 아직도 웅덩이 안에 수 많은 올챙이들이 개구리로 자라나고 있는 중인데 이게 무슨 날벼락이란 말인가. 갑자기 물웅덩이를 왜 메우냐고 엉뚱한 사람에게 따지니, 그동안 물이 불어난 웅덩이가 위험하니 메워달라는 민원이 수차례 있어 어쩔 수 없었다는 것이다.
사실 확인차 가보니 이미 웅덩이는 흔적도 찾아보기 힘들고 붉은 황토흙으로 메워져 있었다. 그 후로 한 달동안 마음이 아려 그곳에 가지 않게 되었다. 올챙이가 자라고 있는 웅덩이 세 곳 중 제일 아름답고 올챙이가 많이 자라는 곳이었다.
한 달이 지났다. 여름 장마가 일찍온 관계로 6월부터 비가 많이 온 탓일까. 웅덩이를 메운 자리에 군데군데 빗물이 고여 있고 웅덩이로 흘러들던 물길을 잡아 길게 도랑을 만들어 놓았다. 그냥 지나갈까 하다 흙 위에 고인 물과 작은 도랑을 들여다 보고, 처음 웅덩이에서 까만 개구리알을 발견했을 때보다 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군데군데 물이 고인 곳을 세어보니 열 곳도 넘는다. 그곳 모두와 도랑물 속에 마치 까만 점 같은, 방금 깨어난 듯한 올챙이들이 새까맣게 다시 자라나고 있는 것이었다.
산개구리 입장에서 생각해 봤다.
"봄에 바로 이 웅덩이에서 수 많은 개구리들이 알을 낳아놓고 회의를 했었다. 그후 올챙이가 무사히 자라나 뒷다리 앞다리가 나오고 알 낳은 순서대로 아기 개구리가 되어가고 있었는데, 사람들이 사전에 통보도 없이 흙으로 올챙이들이 사는 집을 메워 버렸다. 다시 어른 개구리들이 회의를 했나보다. 이러다 산개구리들 수가 점점 줄어들어 지양산에서 멸종할지도 모르니 모든 개구리들은 웅덩이 주변 작은 물만 있더라도 무조건 알을 낳아 다시 올챙이를 길러보자."
개구리들은 아기 개구리가 되지 못하고 무덤이 돼 버린 그곳에 다시 알을 낳았고 지금 수많은 올챙이들이 다시 자라나고 있다.
깊은 웅덩이도 아니고 고인 물에서 이렇게 많은 올챙이들이 무사히 개구리로 변태할 수 있을지. 앞으로 수많은 난관이 있으리라. 비가 너무 많이 와 물이 넘쳐도 안될 것이며, 가뭄이 들어 고인 물이 말라도 안된다.
다행히 긴 도랑에 올챙이가 더 많이 살고 있으니 무사히 아기 개구리로 자라길 바라며 도랑 옆에 자라고 있던 네잎클로버를 따 물에 띄워 주었다. 올챙이들이 아는지 모르는지 클로버 밑으로 모여든다.
앞으로 또 한 달 이상 올챙이를 지켜봐야 할 듯하다.
덧붙이는 글 | 오늘은 왜 이리도 비가 많이 오는 걸까. 네잎클로버가 띄워진 올챙이가 사는 도랑 옆에서 개구리들은 또 그렇게 울 것 같습니다. 우리 아기 떠내려 갈라. 개굴~ 개굴~
2006년 7월 11일 장마로 인해 많은 곳에 물이 고였지만 유독 메워진 웅덩이 주변에만 다시 산개구리가 알을 낳아 올챙이로 부화해 자라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