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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주군왕 능향정 앞에서
명주군왕 능향정 앞에서 ⓒ 최백순

살포시 흐린 하늘. 그렇다 멀리 대관령자락에서부터 내려오는 안개에 덮인 토요일의 날씨에 적합한 표현이다.

토요일 오전 10시 답사에 함께 하기로 한 회원들이 약속장소에 모여들고 회비를 걷고 잠시 인사를 하다보니 30여분이 지체되었다. 오늘은 향토사랑회에서 명주군왕릉과 보현사 답사를 가는 날. 낮 설은 이들도 소문을 듣고 함께 했다.

8가족 22명이 승용차에 나눠 타고 목적지를 향했다. 보광초등학교 앞에서 중간 점검을 한번 더 하고 도착한 곳은 명주군왕릉.

강릉 김씨의 시조가 되는 김주원 공의 천년지지, 아니 이제는 만년지지다. 옛 신라의 왕위 쟁탈전에서 밀려나 외가인 명주에서 군왕으로 지내다 1200년 후 후손들에 의해 묘역이 새롭게 단장되었으니 천년을 지나 이제는 만년을 이어갈 곳이기 때문이다.

강릉 역사의 시작이고 문화의 뿌리인 이곳을 올해의 첫 답사지로 정한 이유는 향토사랑회의 역사를 새롭게 하고자 함이다. 1997년 이후 강릉대학교 평생교육원 향토문화탐방 과정을 수료한 이들로 결성된 이 답사모임은 초창기에 눈부신 활동을 했다.

영동지역의 문화유산을 두루 답사하고 각 분야의 전문가들로부터 지도를 받기도 했다. 문화유산 해설사 과정이 생기면서 전문가와 비전문가라는 구분이 이유가 되었을까? 향토사랑회에 남았던 이들은 한 달에 한번 모임을 갖고 가끔 답사를 통해 친목을 도모했다.

오늘은 심기일전 새로운 활동을 시작하자고 계획한 답사 일이다. 어른과 초등학생,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이들도 함께 했지만 그저 흥이 나고 재미난 답사였다.

숲해설, 이게 무슨 풀인가요?
숲해설, 이게 무슨 풀인가요? ⓒ 최백순

어른들이 옛 역사에 귀를 기울이면 아이들은 저희들끼리 마음을 맞춰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자연 속에 어울린다.

1000년 전 잉어가 맺어준 연화부인 설화, 신라 왕위 계승을 둘러싼 권력암투, 군왕의 후손들이 왕위를 되찾고자 했던 두 차례의 난. 그리고 오늘날 명주군왕의 능향제가 열리면 전국에 퍼져 있는 후손들이 제에 참례하며 근본을 찾고자 한다는 이야기가 회원들의 관심을 끈다.

다음 목적지는 보현사. 절에서 점심을 제공해 주기로 약속이 되었다. 어느 하나 공짜가 있겠느냐 마는 각진 스님과의 인연으로 설법도 해주신 단다. 불자들은 대웅보전을 참배하고 된장국에 보리쌀이 섞인 밥을 양껏 들었다.

오후 일정의 시작은 숲 탐방. 강릉생명의 숲 자원봉사자로 활동하는 김정현씨의 안내로 잡초와 나무, 숲에 사는 동식물과 그들의 생명력에 대해 새로운 관심을 갖게 됐다.

잠시 머물러 선 자리에서 산죽으로 배도 만들고 둥근 모양, 별모양 달팽이 모양의 식물찾기와 시상식을 가졌다.

우리 모임에 깊은 애정과 관심을 가진 박양자 교수님의 특별한 자기 소개. 각진 스님은 어린아이들이 부처이기에 모든 정성을 다해 잘 돌보고 키워야 한다는 말씀에 큰 박수가 이어졌다. 한자리에 모여 이런저런 재미있는 이야기가 이어지는 동안 안개가 내려와 산사의 운치를 돋웠다.

별모양의 잎사귀를 찾아주세요
별모양의 잎사귀를 찾아주세요 ⓒ 최백순

보현사가 불교 사찰이지만 강릉지방에서 갖는 사회적 위상을 더듬기 위해 낭원대사오진탑에 올랐다. 보현사 담장 왼쪽을 돌아 50여m 오른 산길에서 잣나무 향이 몸에 배었다.

탑의 생김이 양식이 어떠한지에 대한 이야기보다 왜 왕건은 이곳 강릉의 깊은 골짜기에 있는 보현사 스님의 입적에 관심을 가졌을까? ‘태조 왕건’ 역사드라마를 회상하며 고려건국에 참여한 이 지역 사람들의 힘을 생각해 본다.

견훤의 뜻을 따라 새로운 세상을 열고자 했고, 훗날 왕건을 도와 일리천 전투에서 큰공을 세워 왕씨로 한 시대를 살았던 주역들이 이곳 보현사에서 뜻을 모았을 것이다.

그래서 왕건은 개청선사에게 시호를 낭원이라 하고 오진이란 탑의 이름을 하사했다. 당대의 이름 있는 최언위가 비문을 지었고, 구족달이 글씨를 썼다. 멀리 개성에서 보내준 관심의 깊이를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보현사는 강릉 천년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명주장군 김순식이 2만의 병사를 이끌고 경북 구미에서 왕건을 도와 후백제를 격파했고, 그 싸움터로 가는 길의 대관령 이름 모를 승사에서 전쟁의 승리와 변사들의 안녕을 기원한 것이 단오제의 근원이 되고 있다.

또 “셋만 모이면 계를 만든다”는 계가 많기로 유명한 강릉지역에서 가장 오래된 계인 ‘미타존불도’가 결성되고 오늘에 이르고 있다.

각진스님의 법문,여러분이 부처님입니다.
각진스님의 법문,여러분이 부처님입니다. ⓒ 최백순

덧붙이는 글 | 향토문화탐방은 매달 정기모임과 답사를 통해 지역문화지킴이 활동을 해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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