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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 미국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 오찬회담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북한 핵 보유 여부를 묻는 부시 미 대통령의 질문에 "솔직히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지난해 6월 미국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 오찬회담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북한 핵 보유 여부를 묻는 부시 미 대통령의 질문에 "솔직히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 청와대
노무현 대통령이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에게 "북한이 핵을 보유하고 있는지 없는지 솔직히 잘 모르겠다"고 말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미국 정보당국은 군사첩보위성을 통해 북한 전역을 샅샅이 감시하고 있지만 북한이 핵무기를 어디에 보관하고 있는지에 대한 정보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부시 대통령 : 북한이 핵을 보유하고 있다고 보십니까?
노 대통령 : 솔직히 저도 그에 대해선 잘 모르겠습니다.


지난해 6월 미국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 오찬회담에서 부시 대통령과 노 대통령이 북한 핵문제를 의제로 나눈 대화의 한 토막이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노 대통령이 "미스터(Mr.김정일)라는 호칭이 동북아에서의 새로운 평화를 여는 열쇠가 될 수도 있다"고 말하자 "정말 그렇다고 보십니까"라고 반문하면서 북한의 핵무기 보유 여부에 대한 견해를 물었다.

그런데 노 대통령은 "솔직히 저도 그에 대해선 잘 모르겠다"고 응답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중국문제로 화제를 돌렸다. 부시 대통령은 '잘 모르겠다'는 노 대통령의 답변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더 이상의 추가 질문도 하지 않았다. 따라서 부시 대통령이 어떤 의도로 그런 질문을 했는지는 명확히 드러나지 않는다.

북한 핵문제는 여전히 한·미 정보당국에게 '미궁의 세계'

그러나 한·미 양국이 수년 동안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에 목을 매온 상황에서 부시 대통령이 "북한이 핵을 보유하고 있다고 보느냐"는 원초적 질문을 하고, 노 대통령 또한 "북한이 핵을 보유하고 있는지 없는지 잘 모르겠다"는 솔직한 답변을 하는 것을 보면 북한 핵문제는 여전히 한·미 정보당국에게 '미궁의 세계'임을 알 수 있다.

미국도 예외는 아니다.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미국 의회 정보위원회 상임위 회의록에 따르면 미국의 안보 및 정보 전문가들도 북한 핵무기의 보유 위치 등에 대한 정보부족으로 곤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2월 '미국 안보에 대한 신생 위협들'을 주제로 열린 제109회 정보위 청문회에는 제임스 울시(James Woolsey) 전 중앙정보국(CIA) 국장, 리차드 펄(Richard Perle) 미국 기업연구소 고문, 그레고리 트레버톤(Gregory Treverton) 전 국가정보위원회 부의장, 마이클 스웻남(Michael Swetnam) 포토맥정책연구소, 커트 캠벨(Kurt Campbell) 전 국방부 정책부차관보 등이 참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했다.

이날 캘리포니아주 출신 하먼(Harman) 민주당 의원은 "이란과 북한 문제에 대한 미 정보기관의 능력은 현재 어느 정도인지와 만약 두 국가에 대한 미국의 정보능력 신뢰성이 결여돼 있다면 가능한 보완방법이 무엇인지 알고 싶다"고 물었다.

이에 대해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부소장인 캠벨 전 국방부 부차관보는 "북한은 아마 전 세계에서 제일 불가사의한 국가일 것"이라고 전제하고 "현재 우리가 북한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는 있으나 우리가 알고 있는 것들은 김정일의 식성 및 취미 등 상당히 기괴한 사항들이며 중대한 사안들에 대한 정보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미국 "김정일 식성 외 중대한 정보는 없다"

캠벨 부차관보는 이어 북한에 대한 '세 가지 중대사안'을 ▲핵무기의 보유 위치에 대한 정보 결여 ▲군사력 사용을 포함한 최고 명령권의 이행과정에 대한 정보 결여 ▲북한체제의 붕괴에 대한 정확한 정보 결여라고 밝혔다.

캠벨은 "북한은 현재 위협이 될만한 분량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제하고 "미국이 북한의 핵보유보다 더욱 관심을 가지는 것은 북한이 이러한 핵무기를 어디에 보관하고 있는지에 대한 것"이라며 "그러나 불행하게도 핵무기 보유 장소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다"고 실토했다.

그는 또 "현재 미국은 북한의 군사력 사용을 포함한 최고 명령권의 이행과정에 대한 정보가 결여되어 있으며, 현재 일부 미국 정부기관에서는 미국의 희망이 투영된 북한체제의 붕괴론이 거론되고 있으나 이는 현실과는 거리가 있는 정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김정일정권의 다른 테러단체로의 핵무기 수출 가능성을 묻는 뉴멕시코 출신인 윌슨 공화당 의원의 질의에 "과거 북한의 수출 활동을 감안하면 구매자가 있는 한 북한은 핵무기를 판매할 것"이라며 "북한은 대륙간 탄도탄을 제조하고 있으며 판매 또한 하고 있고 마약, 위조지폐 또한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캠벨은 또한 북한 핵 관련 미국의 정책 부재를 지적하며 "북한의 핵 보유는 허락할 수 없는 사항이나 북한의 핵보유를 저지할 만한 실질적인 정책을 미국이 제시하고 있지 못하다"고 비판했다.

울시 "김정일은 '시저'와 아이티 독재자 '독'의 중간"

한편 이날 청문회에서 울시 전 CIA 국장은 미국을 위협하는 5대 요소로 중국과 북한 그리고 이란을 포함한 3개의 중동 테러 위협을 거론하며 "김정일은 로마의 시저와 아이티의 독재자 프랑소아(Francois)의 아들인 베이비 독(Baby Doc) 성격의 중간쯤 되는 인물"이라고 평가해 눈길을 끌었다.

울시는 "탄도 미사일, 위조 달러 그리고 헤로인 수출이 북한의 주요 수출사업이다"고 전제하고 "현재 북한은 플루토늄을 소유했거나 소유하기 직전이며, 근시일 내에 농축우라늄을 보유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울시 역시 "북한이 변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 정보부는 이러한 변화에 대해 적절한 대응을 못하고 있다"면서 "현재 수집하는 정보들에 대해 좀더 정확한 분석 능력을 배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 의회 정보위의 이날 청문회가 열린 지 며칠 뒤에 북한은 전격적으로 핵무기 보유 및 6자회담 무기한 불참선언을 했다. 그리고 북한은 이번에 마치 한·미 정보당국을 비웃기라도 하듯, 스커드와 노동 그리고 대포동에 이르는 각종 핵무기 운반수단의 확보를 과시하는 '미사일 불꽃놀이'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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