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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일 오전 북한의 미사일 발사 동향보고를 받기 위해 열린 국회 정보위에서 휴가중인 김한길 원내대표의 자리가 비어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북 미사일 발사'로 6일 국회 관련 상임위는 시끌시끌했다. 정보위원회도 그중 하나. 원내대표는 당연직으로 정보위원이 되는데 양당 원내대표는 이날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당대표 선거에 출마하는 이재오 한나라당 전 원내대표는 이날 인천·경기 지역 합동연설회에 참석하느라 빠졌고, 김한길 열린우리당 원내대표는 여름휴가중이었다. 특히 김 원내대표의 경우 '김병준 교육부총리 인준'을 놓고 당의장과 '불화설'이 나돌고 있어 그의 휴가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 원내대표측에서는 일단 "1월 취임 이후 제대로 쉬지 못해 6월 임기국회가 끝나면 곧바로 휴가를 떠나기로 예정되어 있었다"며 7·3 개각 논란과 무관한 일정이라는 설명이다. 김 의장측에서도 "(휴가 떠나기 전) 이미 얘기를 하신 걸로 알고 있다"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원래 예정된 휴가라고는 하지만...

▲ 여름 휴가를 끝내고 돌아온 김한길 원내대표가 7일 오전 당사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 굳은 표정으로 앉아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교육부총리 인준 과정에서 김근태 의장과 김한길 원내대표 간 이견은 컸다. 당의 한 관계자는 "싸웠다"는 표현까지 썼다.

당 지도부의 입장을 정리해 발표하는 지난 3일 비대위원 회의에서 김근태 의장이 "행정부 인사권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며 양해하자는 분위기를 이끌었다. 그 뒤 마이크는 원내대표에게 넘어갔지만 받지 않았다. 김 원내대표는 입을 굳게 다문 채 상기된 표정이었다.

개각 발표에 앞서 지난달 28일 노 대통령과 김근태 의장의 단독 회동을 놓고 '사전조율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는 상황이었다. 김 원내대표는 독대를 앞둔 김 의장에게 세간에 돌고 있는 김병준 교육부총리 기용설과 관련, 당내 반대 의견을 전달하고 대통령을 설득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김병준 전 정책실장은 청와대에 사표를 내자마자 입각설이 나돌았었다.

이런 상황에서 김 원내대표는 문제가 밖으로 불거지기 전에 미리 봉합해야 한다는 판단이었다. "지방선거 결과, 민심을 겸허히 수용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그 점에서 '김병준 카드'는 부적절하다"는 생각에서다.

하지만 단독 회동에서 이같은 얘기는 나오지 않았다. 김 의장측은 "개각 얘기가 나올 수도 있겠다는 예상은 했지만 대통령이 거론하지 않아 다른 현안에 대해서만 논의했다"고 사전 조율설을 차단했다.

이 때문에 김 원내대표측은 사실상 김 의장이 개각과 관련한 당내 의견을 청와대에 전달하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김 원내대표는 김 의장과 따로, 별도의 채널을 통해 당내 여론을 전달했다.

김 의장이 당내 의견을 수렴하기 시작한 것은 김병준 교육부총리 내정설이 공식적으로 불거진 30일 이후였다. 국회의원-중앙위원 워크숍이 열리던 날, 현장에서 나온 반대 목소리와 주말과 휴일을 거쳐 의원들과 전화통화 등을 통해 청취한 의견을 청와대에 전달했다. 하지만 "부적절하다"며 적극적으로 '입장'을 전달한 것은 아니었다. "이런 얘기도 있다"는 수준이었다.

김 원내대표의 여름휴가가 '시기'적으론 무관하지만 '결과'적으로 불화설의 내용을 담고 있는 까닭이다.

의장 밑 '서민경제회복위원회' vs 원내대표 밑 '정책위원회'

▲ 지난달 30일 국회의원-중앙위원 워크숍에서 김근태 당의장이 김한길 원내대표에게 웃으며 인사를 건네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김 원내대표는 'DY(정동영)계 사람'으로 꼽히지만 충성도는 약하다는 평가다. 자기 이름을 건 정치를 할 사람이라는 시각이 많다.

지난 1월 원내대표 선거에서 GT(김근태)계의 지원을 받는 배기선 의원을 상대로 경선을 치를 때 DY계 이미지를 불식시키기 위해 "나는 어느 계파도 아니다"라는 말을 많이 했다.

지금도 정동영 전 의장에 대해 "사적으론 친구고, 뜻이 맞는 동지"라고 말한다. 둘은 나이도 1953년생으로 동갑이고 정계입문도 1996년 새정치국민회의로 했다. 대변인 등을 지내며 DJ의 사랑을 받았지만 '동교동의 그늘'에 안주하지 않았다는 것도 공통점이다.

5·31 지방선거 뒤 지도부 구성을 놓고 말이 많았을 때 김한길 원내대표는 '침묵'을 택했다 정동영-김근태 양측 모두에서 압박을 받았다. 정동영계 일각에선 지도부 총사퇴론을 들고 나와 김근태 승계론에 반대했고, 김근태계에선 '정세균의 길을 가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샀다. 김한길 원내대표가 '당의장 겸임'이라는 욕심을 내고 있다는 압박이었다.

하지만 김 원내대표는 '질서 있는 반성'을 내세워 김근태 승계론에 힘을 실었고, 적지 않은 비토 속에서 김근태 체제의 산파역을 했다고 자부한다. 또한 오는 11일로 취임 한 달을 맞는 김근태 의장에 대해 "협조적이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측의 평가다.

전혀 탈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김근태 의장이 공동위원장으로 있는 서민경제회복위원회를 당의장 직속기구로 두는 것에 대해 원내대표쪽에서 불만이 있었다. '의원총회 산하'의 당 정책위원회와 충돌 때문이다. 당초 의장쪽에선 '본부'의 위상으로 가져가려 했지만 당헌·당규에 위배된다는 지적이 제기돼 '위원회'로 한 단계 낮아졌다.

김근태 의장은 서민경제회복위원회와 원내 정책위원회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지만, 김 원내대표의 표정은 밝지 않다. 지난 주 서민경제회복위원회 출범식 때도 인사말을 권유받은 김 원내대표는 "원내대표가 축사를 하는 건 이상하다, 인사말을 하는 게 맞다"며 선을 그었다.

김근태, 아직 계급장 뗄 때 아니다?

반면 김근태-김한길 호흡은 지난 29일 청와대 만찬을 통해 그 결실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날 당·정이 내놓은 부동산 재산세 부담 완화 등의 조치는 청와대를 설득한 원내대표 역할이 컸다. 실무는 강봉균 정책위원장과 권오규 청와대 정책실장이 진행했지만 공식, 비공식 라인을 통한 원내대표의 진두지휘가 있었다.

김 원내대표의 입장에선 '부동산 세제' 수정에 이어 개각 건에서도 당의 입장을 관철된다면 지방선거 후유증에서 벗어나 회복 국면으로 들어선다고 기대했지만 다시 한번 꺾인 셈이다.

김 원내대표의 한 측근은 "아직 때가 아니라고 보는 것 아니겠냐"며 김근태 의장이 이번 개각 과정에서 '계급장'을 떼지 않은 이유를 추측했다. 김 의장이 단독 회동, 지도부 만찬으로 이어진 두 번의 만남에서 노 대통령에게 '탈당하지 않겠다'는 답변을 받아낸 것과 맥이 닿는 얘기다.

▲ 지난달 7일 당사 대회의실에서 열린 중앙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인선위에 비대위 구성을 위임하는 안이 통과되면서 김근태 체제가 출범하게 됐다. 비공개 연석회의가 끝난뒤 김한길 원내대표등이 회의장을 나오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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