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 애기똥풀 품앗이 아이들
ⓒ 정학윤
늦둥이 막내 하늘이는 공동육아를 통하여 또래 아이들과 어울리게 하고 있다. 인근에 사는 다섯 가정의 엄마가 함께 의지를 모아서 공동육아를 하기로 하였고 큰 문제없이 일 년을 함께 해 오고 있다.

이 공동육아에서는 하루에 4시간씩 아이의 엄마들이 순번을 정하여 일일교사 역할을 한다. 구연동화를 아주 잘하는 엄마, 아이들에게 글쓰기를 가르쳐 주는 엄마, 영어를 가르쳐 주는 엄마, 국악기를 가르쳐 주는 엄마 등 각기 맡은 역할이 있는가 하면 생태공원 놀러가기, 어린이 서점 방문하기, 도자기 굽는 체험하기, 등산하기 등등 나름대로는 소박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한다.

일일교사인 엄마들은 자신이 아이를 돌보는 날에 일어난 일들과 아이들의 변화 및 고쳐야 할 문제들에 대하여 적어 두고 회람하는 일지를 작성하여야 하며 모든 엄마들이 이를 돌려본다.

얼마 전에는 이제 이력들이 붙기 시작했는지, 그 일지만으로는 성이 차지 않는지, 마침내 그들은 '홈피'를 개설했다. 이에 따라 아빠들뿐 아니라 전 가족이 아이들을 지켜보게 되었고, 소극적으로나마 아이들의 육아에 참여할 수 있게 되었다.

홈피를 둘러보니깐 이제 시작에 불과하여 게시물이 그리 많은 것은 아니지만 엄마들의 진지함과 소박함 그리고 아이들에 대한 애정을 느끼기에는 충분하다. 선생이자 엄마인 그들은 아이들에게 딸기, 당근, 숲방, 캔디, 미루, 해님 등 각기 별명으로 불리고 있었다.

홈피에는 아이들에 관한 이야기뿐 아니라 엄마들 상호간에도 생활에 필요한 것을 알려주고 공유하는 방도 있었다. 공동육아의 목적이 아이들을 위한 배려뿐 아니라 가족간의 친교까지 포함한다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공동육아는 자그마한 공동체를 지향하고 있는 것이다.

인터넷을 검색해 보면 '애기똥풀품앗이'의 소박함을 훨씬 뛰어 넘는 규모가 큰 공동육아가 많다. (애기똥풀처럼 엄마들의 품으로 이루어지는 것을 품앗이교육이라고 부르고 교사를 초빙하는 것을 공동육아로 분리하기도 하지만 큰 틀에서 공동육아로 불러도 무방할 것이다)

몇 직장들의 직원들이 결합하여 직접 놀이방 등을 만들고 자신들의 아이들로 가입을 제한하여서 운영하는 공동육아 형태, 의지를 가진 학부모들 몇 명이 출자를 해서(공동육아에 아이를 편입시키려면 가입을 하고 약간 부담스런 출자금이나 월납입금을 낼 수도 있다) 교사들을 직접 채용하고 관리를 하며 운영하는 형태, 지역운동단체에서 시도하는 생활운동차원에서의 협동조합적인 공동육아 등 다양하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한편으론 아이들 교육에 대한 과도한 집착에 빠진 부모들로 인해서 특별한 웰빙교육으로 이해되는 공동육아도 있다고 하지만, 애기똥풀품앗이 공동육아는 그런 물량공세와는 상관없다. 각 가정이나 놀이터와 자연을 교실로 사용하고 있으니, 조합비는 당연히 없으며 월 불입금 또한 없는 소박함이 우선이다.

내 아이를 먹이듯 정성껏 아이들의 식사를 책임지고 내 아이를 키우듯 엄마들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한다. 자신의 아이를 위해서 준비한 모든 것을 전체 아이들과 공유한다. 교사로 참여하면서 남의 아이들과 섞여 있는 자신의 아이에게서 부족한 점을 쉽게 발견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저 그뿐이지만, 결코 부족함이 없는 '애기똥풀품앗이'다. 아이들을 아이답게 잘 놀게 하는 것이 목표인 소란스러움 없는 아름다운 공동체 '애기똥풀 품앗이'를 보는 것이 참 좋다. (물론, 직업을 가진 엄마들에게는 이 모든 소리가 호사스런 소리일 수도 있겠지만, 전업주부로서 아이들을 위한 올바른 역할 찾기라는 측면에서 너그럽게 보아주시길 부탁드린다)

애기똥풀 품앗이 홈피에서- 글. 그림 윤형희

ⓒ 정학윤

하늘이가 비닐봉지로 다리를 감췄습니다
"뭐하노?"
"인어놀이 해요" 비닐에 감싸 인 다리가 쪼매 더워 보였습니다.

ⓒ 정학윤

ⓒ 정학윤

막내가 손 가는대로 그림을 그리며, 저는 그 그림에 허접한 이름 붙이기 놀이를 합니다. 그러다가 오늘부터는 이름을 못 붙이겠다고 자빠졌습니다. 세상에 없는 것을 그리는데 이름을 어떻게 붙이겠습니까. 그랬더니 막내가 스스로 정체불명의 글씨로 그이들의 이름을 지었습니다. "@@#^**&!~" 그림에 딱 맞는 이름이네.

ⓒ 정학윤

밖에 나갔다가 개미를 봤었다. 나비도 봤었다. 하늘이가 곤충에 대해 관심이 많아졌다.

곤충의 더듬이를 생생하게 느꼈던 것은 바로 어제였던 것 같다. 어디로 들어 왔는지 노랭이가 작은 방에 나타났던 것인데, 장난삼아 뒤집어 두니 무수한 다리가 바람에 날리는 가랑비 같았다.
그런데 하늘이에게 노랭이의 다리보다는 좀 더 굵은 더듬이가 선명하게 기억 되었던가 보다.

저녁밥을 준비하느라 분주한 내 뒤에서 혼자 중얼거려서 돌아 봤더니 메밀국수 두 낱을 입에다 물고 좌우로 분주히 오가고 있었다.
"더듬이 더듬이..."
"입에 문 거는 뭐고?"
"더듬이요"
입을 달싹거림과 동시에 또닥 떨어지는 국수를 얼른 주워 맛있게 먹는다 (가끔 나 몰래 간식으로 국수를 빼 먹곤 한다)
"니 노랭이 흉내 내나?"
"어!(응)"
- -;;

ⓒ 정학윤

야단 좀 쳤더니... 우네요.

ⓒ 정학윤

롤러를 타고 싶은지 거의 매일을 저러고 다닌다. 롤러스케이트 대신 끌고 다니는 저것의 정체는 장난감 기차(레고)다. 노는 방법이 다양하고 매오 신선하시다. --;;

ⓒ 정학윤

ⓒ 정학윤

당근네 놀이터(^^) 에서 지구봉 타고 놀다가 민들레 홀씨 불고 싶어 수풀로 내려갔어요. 홀씨 꺽어 불다가 입 속으로 들어가서 애도 먹고요, 보리수나무 열매도 많이 많이 따고 먹어도 봤어요. 습기 으슥한 곳에서는 뱀딸기가 또아리를 틀고 있어서 따보고, 만져보고, 맛도 보고, 밟아도 봣네요.

한 바퀴 휙 돌아 놀이터에서 놀았어요. 느티나무 아래 무당벌레들이 너무 많아서 같이 놀았지요. 손바닥 위를 기어가는 무당벌레. 팔뚝으로도 기어가고, 손등으로도, 소매 속으로도 들어가네요.

간지럽다고 다들 웃고 난리났답니다. 무당벌레는 얄궂어요. 꼭대기라고 생각되는 곳에 도착하면 날개를 활짝 펴고 날아가 버리네요.

우리친구들과 함께 관찰한 무당벌레애벌레-> 무당벌레고치-> 무당벌레변태-> 무당벌레. 애벌레에서 무당벌레변태과정을 마우스로 그려봤어요. 윤영이, 효정이, 하늘이, 승훈이는 처음부터 즐거워하며 무당벌레랑 잘 놀았어요. 민수는 처음에 무서워했지만. 친구들의 응원에 힘입어 나중에는 무당벌레랑 아주 잘 놀았답니다.

집에 돌아와서 모두 함께 통밀가루를 저울에 무게를 달아 채에다 내리고, 달걀로 거품을 내고 와인, 버터, 매실, 설탕, 우유를 넣어 맛있는 카스테라를 구워먹었어요.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