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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m가 넘는 폭포 위에 비가 그치고 햇살이 비칠 때, 세 개의 무지개가 뜬다고 하여 붙여진 무등산 '시무지기' 폭포.
70m가 넘는 폭포 위에 비가 그치고 햇살이 비칠 때, 세 개의 무지개가 뜬다고 하여 붙여진 무등산 '시무지기' 폭포. ⓒ 류홍렬
무등산에 '시무지기' 폭포가 있다는 말을 들었다. 사실은 몇 년 전에 무등산에 70m가 넘는 폭포가 있다는 뉴스가 있었다. 그러려니 하고 흘려버렸던 것을….

장마가 계속되는 여름에 무등산 시무지기 폭포는 장관을 이룬다고 사진가 김천환씨가 귀띔을 해주었다. 그 말이 나를 환상 속으로 빠져들게 하였다.

장마철인 6, 7월경에는 장관을 이룬다는 시무지기 폭포, 70m가 넘는 절벽에서 떨어지는 물줄기…. 그 무엇보다도 비가 그치고 햇살이 비칠 때, 그 폭포 위로 세 개의 무지개가 뜬다고 하여 '시무지기' 폭포라는 이름이 붙여졌다는 소개의 말까지 나를 유혹하는 많은 정보들이 가슴을 설레게 하였다.

폭포는 거대한 물막으로 가려져 태고의 신비를 자아내기에 충분하였다.
폭포는 거대한 물막으로 가려져 태고의 신비를 자아내기에 충분하였다. ⓒ 서종규
지난 1일(토) 하루 종일 쏟아 붇는 장맛비에 하늘만 쳐다보았다. 그런데 밤부터 비가 가늘어지기 시작하더니, 점차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잦아들었다. 그랬다. 그래서 요즈음 청소년들이 많이 이용한다는 번개 산행을 실시한 것이다.

2일(일) 오후 2시에 휴대폰 문자를 보고 달려온 '풀꽃산행'팀 16명이 무등산 원효사 지구 주차장에 모여들었다. 보통 '무등산장'이라고 부르는 곳이다. 무등산장에서 출발하여 꼬막재로 향하였다. 원효사 계곡에 흐르는 물소리가 엄청나게 진동하였다.

저 꼭대기부터 쏟아 붇는 물기둥이 하얗게 구슬이 되어 굴러 내렸다.
저 꼭대기부터 쏟아 붇는 물기둥이 하얗게 구슬이 되어 굴러 내렸다. ⓒ 서종규
비가 그친 하늘엔 구름이 잔뜩 끼어 있었다. 숲엔 습기가 가득하였고, 등산길에도 빗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바위와 나무뿌리들은 잔뜩 물을 머금고 있어서 미끄러웠다. 모두 열심히 땀을 훔치며 산을 오르고 있었다.

10여 년 전에 시무지기 폭포에 가 보았다는 최재원씨가 앞장을 섰다. 평상시에는 시원한 폭포를 느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비가 내린 날에는 장관을 이룬다는 시무지기 폭포가 바로 앞에 있는 것 같아 쉴 틈이 없었다.

흘러내린 물줄기는 세 갈래로 나누어 떨어져 다시 하나로 모였다.
흘러내린 물줄기는 세 갈래로 나누어 떨어져 다시 하나로 모였다. ⓒ 서종규
오후 3시30분, 능선에 올라서니 샘이 하나 있다. 모두 샘 주위에 앉아 목을 축였다. 모두 처음 가보는 시무지기 폭포에 대하여 한마디씩 던진 시끌벅적한 이야기를 내려놓고, 우리는 다시 출발하였다.

시무지기 폭포 아래 무등산 송계마을이 있단다. 이 마을의 식수를 공급하는 계곡이어서 깨끗하게 보전하려고 그런지 시무지기 폭포에 대한 안내는 전혀 없다. 폭포의 장관이 소문나면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서 더럽힐 까봐 숨기는 것인지 모르겠다.

원시 폭포의 강건함이 가득 전해져 왔다.
원시 폭포의 강건함이 가득 전해져 왔다. ⓒ 서종규
그냥 짐작으로 찾아가야만 하는 것이다. 단지 꼬막재를 지나 무등산 목장 내려가는 갈림길에서 규봉암 쪽으로 조금 더 울라가다 능선을 타고 내려가면 폭포가 나온다는 것이다. 그저 풍문으로만 듣고 찾아가는 것이다.

우리 일행들도 목장 내려가는 갈림길에서 한참을 올라갔다. 능선이 하나 보이는데 내려가는 길의 흔적이 있었다. 우리들은 모두 그곳으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조금 내려가자마자 길이 보이지 않았다.

길을 찾기가 힘들다는 소리에 없어진 길이 바로 그 길인 줄 알고 능선을 타고 계속 내려갔다. 그런데 조리대밭이 나타나도록 길의 흔적은 없었다. 다행히 일행 중 한 사람에게 전화가 걸려 왔다.

하얗게 포말되어 떨어지는 물줄기며, 미끄러운 바위며, 폭포 절벽에 자라고 있는 푸른 이끼들.
하얗게 포말되어 떨어지는 물줄기며, 미끄러운 바위며, 폭포 절벽에 자라고 있는 푸른 이끼들. ⓒ 서종규
먼저 가 있다는 류홍렬 사진가에게 온 전화였다. 산 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는 가운데 울린 전화 벨소리가 우리들을 구했다. 능선을 하나 더 가서 내려가야 하는데, 그 앞 능선에서 내려가 버린 것이었다. 엄청난 고생을 다 한 후에 우리는 옆 능선으로 올라설 수 있었다. 과연 능선을 타고 내려가는 길이 뚜렷이 있었다.

우리들은 그냥 그렇게 발길을 멈추었다. 울려 퍼지는 폭포 소리도 들리지 않는 것 같았다. 저 꼭대기부터 쏟아 붇는 물기둥이 하얗게 구슬이 되어 굴러 내렸다. 흘러내린 물줄기는 세 갈래로 나누어 떨어져 다시 하나로 모였다. 저 위에서 아래까지 70m라는 데 훨씬 더 높은 것 같았다.

차갑다. 유리구슬처럼 떨어진 물방울이 차가웠다.
차갑다. 유리구슬처럼 떨어진 물방울이 차가웠다. ⓒ 서종규
하늘에 구름이 가득 끼어 폭포에 햇살은 비치지 않았다. 아쉽게도 햇살을 받아 떨어지는 물줄기에 퍼지는 물방울로 무지개를 띄운다는 시무지기 폭포의 오색찬란한 무지개는 없었다. 그러나 아쉬운 마음이 전혀 들지 않았다. 그냥 폭포 자체였다.

우리들은 배낭을 내려놓고 떨어지는 물줄기 가까이 다가갔다. 안경이며 카메라 렌즈며 모두 떨어져 날리는 물방울이 달라붙었다. 가까이 갈수록 더 높아지는 폭포의 물줄기는 영락없어 하늘 문이 열리며 쏟아내는 물기둥이었다.

가까이 갈수록 더 높아지는 폭포의 물줄기는 영락없어 하늘 문이 열리며 쏟아내는 물기둥이었다.
가까이 갈수록 더 높아지는 폭포의 물줄기는 영락없어 하늘 문이 열리며 쏟아내는 물기둥이었다. ⓒ 서종규
폭포 절벽엔 푸른 이끼들이 많이 자라고 있었다. 평상시에는 물줄기가 가늘어 그곳에 이끼들이 자라고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지금은 거대한 물막으로 가려져 태고의 신비를 자아내기에 충분하였다.

원시 폭포의 강건함이 가득 전해져 왔다. 하얗게 포말이 되어 떨어지는 물줄기며, 미끄러운 바위며, 폭포 절벽에 자라고 있는 푸른 이끼들, 그 앞에 푸른 나무들도 덩달아 출렁거렸다. 폭포 앞에서 두 팔을 벌리고만 있어도 그 시원함이 심장을 멈추게 할 것 같다.

장마가 계속되는 여름에 무등산 시무지기 폭포는 장관을 이룬다.
장마가 계속되는 여름에 무등산 시무지기 폭포는 장관을 이룬다. ⓒ 서종규
오후 6시, 자리를 뜰 때까지 우리는 그렇게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 물에 손을 담갔다. 차갑다. 유리구슬처럼 떨어진 물방울이 차가웠다. 투명한 물방울들이 모여 다시 흘러 내려가는 물줄기도 하얗게 흔적을 나타내며 아래로 흘러 내려가고 있었다.

왔던 길을 다시 올라갔다. 내려가면 화순 송계마을이 나타난다고 하였는데, 우리는 그대로 올라갔다. 꼬막재를 지나 다시 원효사 계곡 주차장으로 발길을 돌렸다. 구름으로 싸인 꼬막재는 저녁을 준비하는 어스름이 다가오는 것 같았다.

저 위로 무등산 천황봉은 구름에 가려 보이지 않았다.

우리들은 그냥 그렇게 발길을 멈추었다.
우리들은 그냥 그렇게 발길을 멈추었다. ⓒ 류홍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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