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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방영된 한 연속극에서 튜닝(새롭게 개조한 물건)을 한 실내화가 선물로 건네지는 모습으로 인하여 실내화 튜닝이 잠시나마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요즘 아이들에게는 드라마에서처럼 실내화뿐만 아니라 교과서, 샤프연필, 심지어 선생님들의 매까지도 새롭게 튜닝하려고 든다. 아이들만의 튜닝의 세계를 카메라에 담기 위해 한 학원을 찾아 갔다.

▲ 잠수함이라고 제목을 바꾼 수학책
ⓒ 문필성
교과서 튜닝 - 제목 바꾸기

학원의 고등부수업이 시작되기 전 한 학생에게 교과서 제목을 바꿔 본적이 있냐는 질문에 학생은 가방을 열어 책을 한권 꺼내 놓았다. 책 제목은 잠수함. 알고 보니 수학이라는 제목을 매직펜으로 수정 하여 바꿔 놓았다고 했다. 초등학생들도 책 표지를 바꾸는 일에 열심(?)이다.

초등부 영어 반을 다니는 초등학생이 보여준 학원 교재는 하얀 종이로 표지 모델의 상반신이 덮여있었다. 표지모델의 모습이 노출이 심하여 자기가 종이를 오려 붙였다고 했다. 여자 초등학생 눈에는 상의를 걸치지 않은 남자 꼬마들이 해변을 뛰노는 것이 민망해 보였나보다.

▲ 아이들이 보기 민망하다고 하는 영어 책 원래표지
ⓒ 문필성
▲ 아이들의 손을 거쳐 옷을 입은 표지.
ⓒ 문필성
샤프연필의 변신- 샤프 튜닝

학원의 한 교실에서 한 무리의 아이들이 모여 있었다. 아이들은 제 각각 손에 자기가 개조한 샤프연필을 자랑하고 있었다. 일반 볼펜에 샤프연필을 집어넣어 볼펜 모습의 샤프 연필을 만들었는가 하면 샤프심통 자체를 샤프연필로 바꾸는 대단한 기술을 가진 아이들도 있었다.

▲ 빨간 볼펜을 샤프 연필로 바꾸다.
ⓒ 문필성

▲ 샤프 연필심통 자체를 샤프로 바꾸었다.
ⓒ 문필성
그러나 그중에서 유독 눈길을 끄는 것이 있었으니 일명 전갈 샤프. 샤프연필 뒤쪽에 달린 금속 걸이를 모아 전갈모양의 샤프를 만들었단다. 전갈 샤프연필을 사진에 담으며 아이들의 상상력과 기발함에 탄성이 절로 나왔다.

▲ 전갈 이라는 작품. 은빛 찬란한 전갈의 자태가 탄성을 자아냈다.
ⓒ 문필성

▲ 옆모습을 찍은 전갈의 자태
ⓒ 문필성


사랑의 매- 사망의 매?

학원 선생님들이 가지고 다니는 매도 아이들의 손길을 피할 수 없는 모양이었다. 학원의 교무실 책상마다 갖가지 형태의 매가 놓여 있었다. 학원이 학교와는 달리 좀 더 자유로운 분위기라 아이들이 선생님들의 매를 가지고 장난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매를 가지고 서로 때리는 흉내도 내고 어떤 아이들은 굵은 펜으로 글자를 새겨 넣기도 했다.

매에 새겨진 낙서를 보면 누구의 매인지 구분이 된다고 한다. 한 선생님의 말로는 매가 너무 더러워져 새롭게 종이나 테이프를 새로 붙이면 붙이기가 무섭게 아이들이 달려들어 서로 선생님의 별명이나 이름을 새겨 넣는다고 한다. 어쩌면 아이들의 애정 표현인지도…….

▲ 선생님들 매에 적힌 아이들의 애교석인 문구들.
ⓒ 문필성

▲ 사랑의 매가 아닌 사망의 매. 웃음을 자아 내게 한다.
ⓒ 문필성
갖가지 물건에 갖가지 모양을 새롭게 하는 튜닝. 아이들에게 왜 이런 일을 하냐는 질문에 아이들은 한결같이 “그냥 하고 싶어서요”라고 대답했다. 흔히 우리가 예상할 수 있는 스트레스 해소용이라든지 취미 생활이라든지 아니면 새로운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는 것 같아서라든지 등등의 대답이 아니라 ‘그냥 하고 싶어서’ 한다고 한다.

그렇다. 그들이 여러 가지 사물의 모습을 바꾸고 남하고는 다른 모양으로 물건을 변형시키는 것은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거창한 것이 아닌 그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은 작은 욕망의 표현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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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서 실제로 일어나는 안타까운일들, 꼭알리고 싶은 선행, 그리고 모두가 본받아야할 덕목을 말로써 전하기보다. 글로써 더욱더 많은 이들에게 전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날카로운 필체보다는 유화되고 부드러운 어투로 ,사람들의 분노를 자극하기보다는 사람의 마음을 녹일수 있는 따뜻한 기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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