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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장연(준)을 비롯한 장애인단체들은 28일 국가인권위원회 건물 앞에서 장애인생존권 보장을 촉구하며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전장연(준)을 비롯한 장애인단체들은 28일 국가인권위원회 건물 앞에서 장애인생존권 보장을 촉구하며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 윤보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준)(공동준비위원장 박경석, 아래 전장연)를 비롯한 장애인단체들이 최근 일어난 김포 '사랑의 집' 시설수용자 살해 및 성폭력 사건, 시각장애인 안마사 위헌 판결로 인한 시각장애인 자살 및 중증장애인 자살사건들에 대해 '사회에 의한 타살'이라며 합동 추모대회를 개최했다.

전장연(준)을 비롯한 장애인단체 소속회원 150여명은 28일 오후 2시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에 개최하는 '장애인차별철폐 행동의 날'을 맞아 국가인권위원회 정문 앞에서 활동보조인서비스 제도화, 장애인수용시설 확충 반대, 시각장애인 생존권 보장 등을 요구하며 집회를 열었다.

이들 단체들은 합동 추모대회 전에 열린 결의대회에서 "인간으로서의 기본적인 권리가 보장되지 않는 시설에 장애인을 가두고 활동보조인서비스 등 아무런 사회적 지원 없이 중증장애인의 삶을 방치하고 있다"며 "시각장애인의 마지막 생명줄처럼 여겨졌던 안마사마저 직업 선택의 자유라는 허구적인 논리로 위헌 판결을 내린 우리 사회가 그들을 죽음으로 몰고 갔다"고 비난했다.

이날 150여명의 결의대회 참가자들은 국가인권위원회를 출발해 광화문까지 가두행진을 벌였다.
이날 150여명의 결의대회 참가자들은 국가인권위원회를 출발해 광화문까지 가두행진을 벌였다. ⓒ 윤보라
박영희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대표는 "장애인차별철폐 행동의 날이 9회 째를 맞았지만 여전히 우리는 활동보조인서비스와 시각장애인 생존권보장, 시설확충반대를 요구하면서 장애인차별철폐를 외치고 있다"며 "우리의 이러한 외침에도 여전히 이 사회는 장애인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박 공동대표는 "집에서만 갇혀서 사는 장애인이 없고, 생존권이 보장되지 않는 시각장애인이 없고, 시설에서 죽어 가는 사람이 없도록 이 사회가 변화해야 한다"며 "더 이상 사회로부터 버림받아 억울하게 죽어 가는 장애인이 없도록 우리의 투쟁으로 세상을 바꿔나가자"고 호소했다.

"장애인들의 죽음, 우리 사회에 의한 타살!"

이어 조백기 김포 '사랑의 집' 시설수용자살해, 성폭력사건진상규명대책위원회 부위원장은 "김포에서 일어난 사건은 장애인들이 이 사회에서 어떻게 억압받고, 차별 받으면서 살아가고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라며 "반드시 이에 대한 책임을 지자체와 보건복지부에 추궁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국시각장애인청년연합회의 권순철씨는 "시각장애인들은 고등학교 3년 내내 국·영·수 대신 손가락이 부르트도록 안마를 배워왔고 정부는 시각장애인의 직업재활을 안마에만 국한한 채 방치해왔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헌법재판소의 위헌판결은 시각장애인들에게는 사형선고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권씨는 "현재 시각장애인들은 국회 앞에서 생존권을 찾기 위해 투쟁을 벌이고 있고, 2명의 시각장애인이 아파트에서 투신해 유명을 달리했다"며 "우리는 생존권 보장을 위해 앞으로 더 힘찬 투쟁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 윤보라
약 한 시간동안 진행된 결의대회에 이어, 이날 참가한 150여명의 참가자들은 국가인권위원회 건물 앞을 출발해 광화문 사거리까지 ▲활동보조인서비스 제도화 ▲장애인수용시설 확충 반대 ▲시각장애인 생존권 보장 등을 요구하며 가두행진을 벌였다.

광화문 사거리에 도착한 이들은 도로를 점거하고 한 시간이 넘도록 광화문 사거리에서 '합동 추모제'를 진행했다. 이들은 합동 추모제에서는 관을 태우는 퍼포먼스를 벌여 경찰과 충돌하기도 했다.

이들 단체들은 이날 오후 5시 30분경 광화문 사거리에서 다시 정부중앙청사 후문으로 이동해 마무리집회를 갖고 해산했다.

전장연(준)을 비롯한 장애인단체들은 성명서를 통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기본적인 생존의 권리를 박탈당한 채 살아가는 장애인들에게 더 이상 사회적 타살이 자행되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라며 "이제 우리는 수많은 장애인들의 슬픔과 분노를 모아서 정부의 살인적인 장애인 정책을 투쟁으로 끝장낼 것"이라고 밝혔다.

퍼포먼스를 위해 준비된 관에 한 시각장애인이 장애인의 피를 상징하는 빨간 리본을 달고 있다.
퍼포먼스를 위해 준비된 관에 한 시각장애인이 장애인의 피를 상징하는 빨간 리본을 달고 있다. ⓒ 윤보라
이들 단체는 광화문 사거리에서 도로를 점거한 채 '합동추모제'를 진행했다.
이들 단체는 광화문 사거리에서 도로를 점거한 채 '합동추모제'를 진행했다. ⓒ 윤보라
이들 단체는 광화문 사거리에서 한 시간이 넘도록 도로를 점거한 채 관을 태우는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했다.
이들 단체는 광화문 사거리에서 한 시간이 넘도록 도로를 점거한 채 관을 태우는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했다. ⓒ 윤보라
장애인단체들이 관을 태우는 퍼포먼스를 벌이자, 이를 저지하려던 경찰과 장애인들이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장애인단체들이 관을 태우는 퍼포먼스를 벌이자, 이를 저지하려던 경찰과 장애인들이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 윤보라
ⓒ 윤보라
한편, 지난 5월 23일 김포 '사랑의 집' 시설에서는 시설장이 장애인들에게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폭력을 행사하고, 강제로 향정신성 의약품을 수십 알씩 먹여 6명을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다. 또, 6월 2일에는 치매를 앓고 있는 노부와 함께 살아가던 중증장애인 박아무개씨가 자신의 처지를 비관해 인천 간석역 선로에 투신해 자살한 사건이 일어난 바 있다.

이외에도 시각장애인의 안마사 유보고용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 판결 이후 6월 4일에는 시각장애인 손아무개씨가, 6월 13일에는 변아무개씨가 자살하였다. 그리고 시각장애인들은 마포대교 시위에 이어 현재 여의도 국민은행 앞에서 단식농성을 벌이며 생존권 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윤보라 기자는 장애인인터넷신문 위드뉴스(www.withnews.com)기자이며, 이 기사는 위드뉴스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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