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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옥 지음, 성인권 그림 <물고기랑 놀자!> 앞그림.
이완옥 지음, 성인권 그림 <물고기랑 놀자!> 앞그림. ⓒ 봄나무
'꾸구리.' 내게는 낯익은 물고기 이름이다. 고향 마을에는 '구구리 바우집'이라 부르는 집이 있었다. 예전 이 곳에 구구리라는 물고기가 많다 하여 그리 부른다고 하였다. 그런데 내 어릴 적 기억으로는 이 집 근처에 있는 것이라고는 '우물'하고 '논'하고 '뒷산' 밖에 없다.

그렇다면 '우물'이 답일 터인데 여하튼 이 우물 속에는 물고기들이 참 많았다. 그때 본 물고기 중에 이 책에서 말하는 '꾸구리'가 있었는지 없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옛날에는 이 집터 주위에 물길이 있었던 것 같다.

그 정황적 증거를 들자면 저 너머 뒤쪽으로는 '생골'이라 부르는 깊은 골짜기가 있었고 오른편으로 돌아가면 산길 가는 길목 밤나무 몇 그루 듬성듬성 서 있는 그늘 아래로 겨우겨우 흐르는 도랑 물줄기가 있었다.

누군가 논을 만드느라 이 물길을 가두었거나 바꿔놓았을 것이다. 그러고는 사람 사는 집이니 우물물 하나는 남겨 놓은 모양이다. 그러나 지금 이 집에 사는 사람은 없다. 어쩌면 우물도 형편없이 망가져 묻혀버렸을지도 모를 일이다.

우리 민물고기의 운명도 어찌 생각하면 이러한 떠나간 옛사람의 흔적처럼, 온데간데없이 지워진 자리처럼 서글프다는 느낌마저 든다. '서호납줄갱이' 같은 아예 멸종된 것이 있는가 하면 '열목어' '꼬치동자개' 같이 돌보지 않으면 머지않아 멸종될 운명에 처해 있는 물고기들도 상당수다.

도시는 그렇다 치고 농촌의 자연 환경까지도 이것저것에 파괴되다 보니 어릴 적 대표적인 놀이터였던 시냇물의 '송사리'니 '중투라지'('버들치'를 내 고향에선 이렇게 불렀는데 막내가 '중투라지' '중투라지' 하며 제가 잡은 것을 자랑하던 모습이 새삼 떠오른다. '버들치'는 강의 상류 1급수에 사니 그때는 그만큼 집 앞 냇물이 깨끗했었다는 얘기인데 실제로 이 물을 손 떠 마시기도 했다.)니 '미꾸라지'니 하는 것도 보기가 그리 만만하지만은 않은 것 같다.

생각하면 '개울'이며 '여울'이며 '웅덩이'며 '하구'며 이런 물고기들의 서식지 곳곳이 오염되고 파괴되었기 때문이다. '산'이 파헤쳐지고 '들'이 더럽혀졌기 때문이다. 사람도 살 자리가 되지 못하면 죽거나 떠나거나 하는데 물고기라고 다르랴. 살 자리 가꾸어주지는 못할망정 빼앗고 허물고 메워서야 그 무엇인들 살 수 있을까.

이 책은 어린이용 도서이다. 자연체험 생생한 현실체험을 시켜주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이 책으로 우선 기본 지식을 아이가 습득토록 하게 하면 좋을 것이다.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게 말투며 풀이이며 그림이며 꾸며 놓았다.

무엇보다 실물 사진에 버금가는 세밀한 물고기 그림을 정성스레 그려놓아 아이들이 친숙하게 다가올 수 있게끔 마련하였다. 부모님께서 좀더 세심하게 배려한다면 관련 실물 사진을 거들어 보여주는 것도 좋겠고 물고기의 딴이름 말하자면 여러 시골말들도 함께 알려주면 더욱 활용도가 높아질 것이다.

앞쪽에는 '민물고기 몸 이름'과 '우리 땅 크고 작은 강줄기'부터 그림으로 설명해 놓았다. '강'의 상류, 중류, 하류, 하구로 민물고기의 서식지를 구분하여 우리 민물고기의 생태 환경이 어느 정도 가닥 잡혀지도록 본문을 시작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 가장 많은 민물고기는 무엇일까? 답은 '피라미'다. 어릴 적 면소재지에 있는 문방구에서 허술한 낚시를 사서는 '금당천'이라는 곳에 가서 비교적 물살 빠른 물줄기 한가운데 두 발 담그고 낚싯줄을 흘렸다 내끌었다 하면서 놀리다 보면 영락없이 채어 무는 녀석이 피라미였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이 책을 따르자면 '피라미'는 비교적 물이 탁한 강 중류 2ㆍ3급수 환경의 여울에서 살고 바뀐 환경에도 잘 적응하는데다가, 강의 중상류를 막아 둑을 쌓고 댐을 만들었기 때문에 피라미가 낳은 알이 떠내려가지도 않으므로 그 수가 늘 수밖에 없단다. 그만큼 깨끗한 물이 줄어들고 있다는 반증이므로 한편으로는 걱정스러운 일이다.

아주 먼 옛날, 온 나라가 숲으로 덮였을 때는 얼마나 많은 갈겨니(강의 중상류 1ㆍ2급수 물에 서식)가 살고 있었을까요? 지금은 피라미가 갈겨니 보다 자그마치 세 배나 많아졌으니, 우리 강이 얼마나 심한 몸살을 앓는지 알 수 있지요. 만약 갈겨니가 평화롭게 살고 있다면 아직 깨끗한 물이라고 믿어도 된답니다. (22쪽)

이 책은 이외에도 우리 학자들이 발견한 민물고기로 '참종개' '미호종개' '가는돌고기' '퉁사리' '임실납자루' '부안종개' 등을 소개하고 있고, 고유종으로 '어름치' '각시붕어' '쉬리' '감돌고기' '꾸구리' '꺽지' '중고기' '돌마자' 등을 소개하고 있다.

'돌마자'의 시골말 이름 중에 '써거뱅이'라는 말이 있단다. "물속 유기물을 많이 먹기 때문에 물 밖으로 잡혀 나오면 잘 죽는데다가 금방 썩어 버리기 때문"이란다. 또 '송사리'는 유난히 눈이 커서 '눈쟁이'라는 이름도 갖고 있다 한다.

한편 '열목어'는 차가운 물에서만 살 수 있고, '미꾸리'는 창자로도 숨을 쉬기 때문에 물속도 아닌 축축한 흙 속에서 겨울을 날 수 있다고 한다.

자, 그러면 우리 민물고기랑 놀 수 있는 시간을 책 속에서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덧붙이는 글 | * 지은이: 이완옥, 그린이: 성인권 / 펴낸곳: 봄나무 / 펴낸날: 2006년 5월 30일 / 책값: 10000원


물고기랑 놀자!

이완옥 지음, 성인권 그림, 봄나무(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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