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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초유의 대규모 식중독 사고를 빚은 CJ푸드시스템이 26일 국민 앞에 고개를 숙였다. 지난 22일 급식을 전면 중단한 지 5일만이다. 이로써 CJ그룹 계열사로 국내 최대 규모의 식품업체란 기업 이미지는 큰 타격을 입게 됐다. 특히 현재 진행 중인 보건당국의 조사결과에 따라 이 회사의 운명은 판가름난다.

CJ푸드쪽은 이날 학교급식 철수를 비롯한 각종 지원대책 등을 내놨다. 하지만 이번에 문제가 된 식재료 유통사업이나 추가로 식중독 사고가 드러난 공공기관, 일반기업 등의 급식 등은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일부에선 회사가 뒤늦게 여론에 떠밀려 일부 사업 철수와 대국민 사과라는 모양새만을 취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학교급식 철수는 눈가리고 아웅? 전체 매출의 10%도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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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푸드시스템은 이날 전국 128개 학교(초중고와 대학 포함)의 급식사업 철수를 발표했다. 직영 급식을 위해 회사가 투자한 시설도 조건 없이 기부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직영화를 위해 직원들도 학교쪽에 파견하겠다고 전했다. 이들 내용으로만 보면 회사쪽에서 큰 결단을 내린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좀더 들여다 보면 사정은 다르다. CJ푸드시스템의 경우 학교 급식은 주력사업이 아니다. 이는 회사의 매출 등의 실적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이 회사의 지난해 매출은 모두 6183억원이다. 이 가운데 식재료 공급과 유통 사업에서 3487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전체 매출의 56.4%를 차지한다.

지난해 전체 급식시장에서 이 회사는 식자재 공급 부문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 부문 시장점유율은 2.7%다. 회사쪽 입장에선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인 셈이다.

대신 이번에 문제가 됐던 단체급식쪽에선 1972억원(31.9%)의 매출을 올렸다. 게다가 이 규모는 128개 학교 급식 이외 400여개가 넘는 직장과 병원 등 일반 사업체의 급식이 포함돼 있다. 학교 급식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가 채 되지 않는다. 따라서 학교 급식에서 철수한다고 하더라도, 매출로만 따지면 회사에 큰 타격을 주지 않는다.

이창근 CJ푸드 사장도 26일 기자회견에서 학교급식을 철수한다고 하면서도, 식재료 위생과 유통관리를 재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학교 이외 일반 기업 등의 급식은 유지할 것이라는 입장도 재확인했다.

2002년 이후 식중독 사고 줄이어... CJ푸드의 안전불감증

CJ푸드의 안전불감증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 회사가 지난 2002년부터 식중독 사고를 일으켜왔고, 행정처분도 무려 17회나 받은 사실이 공개된 것.

전재희 한나라당 의원이 26일 공개한 식품의약품안전청 등의 자료를 보면, 지난 2002년부터 최근까지 이 업체가 운영하는 학교 급식소에서 발생한 식중독 사고는 모두 3건이다. 같은 기간 다른 업체들은 무사고 또는 1건의 감염사고를 기록했다.

CJ푸드시스템은 지난 2002년 10월 청주 세광고에서 황색포도상구균으로 인한 식중독사고를 일으켜 행정지도를 받았고, 2003년 5월에는 전북 군산제일고에서 바실러스 세레우스 감염 사고로 검찰에 고발됐다. 이어 2004년 7월 수원 효원고에서도 식중독 사고가 발생했지만 원인균이 검출되지 않아 행정처분은 받지 않았다. 이 회사는 또 최근 3년동안 보건당국으로부터 위생점검을 통해 17건의 행정조치를 받았다.

이번 학교 급식사고 이외에 공공기관과 일반 기업체에서도 식중독 사고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1일 인천시 서구 환경연구단지내 구내 식당에서 점심 식사를 한 국립환경과학원과 환경자원공사, 환경관리공단 등 직원 46명이 유사 식중독 증세를 보여 보건당국이 조사에 들어갔다. 또 기업체 2군데에서도 식중독 의심 환자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회사쪽은 이같은 정보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가 언론이 확인을 요청하자 그때서야 뒤늦게 관련사실을 털어놓는 등 사고 감추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 이같은 태도는 학교 급식 사고 초기에도 그대로 드러났다. 이창근 사장은 "사안이 워낙 빨리 전개돼서 초기에 대응이 미흡했다"고 시인하기도 했다.

CJ, 그룹 이미지 타격 막으려 안간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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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사업이 주력인 CJ그룹도 안일한 대응은 마찬가지다. 사고초기 CJ푸드쪽은 자체 비상대책반을 가동하지도 않았다. 그룹 차원에서 대응할 것이라는 입장 때문이다. 하지만 그룹 총수인 이재현 회장은 미국 출장중이었고, 그 사이에 그룹의 어떤 고위층도 제대로 된 사과 한마디 없었다. 대신 일부 학생 식대지원과 빵-음료 제공 등이라는 대책 아닌 대책을 내놓은 것이 전부였다.

CJ그룹쪽은 뒤늦게 이 회장이 빠른 시일안에 귀국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번 사고에 대해 철저한 원인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을 지시했다고 전했지만, 국민들에게 큰 설득력을 갖지 못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CJ는 그동안 깨끗하고 사회공헌을 많이 하는 그룹 이미지를 보여왔지만, 이번 사건의 초기 대응방법이 미흡했던 것 같다"면서 "푸드시스템이 그룹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그리 크지 않지만, 기업 이미지는 당분간 타격을 입을 것 같다"고 말했다.

대신증권 한 애널리스트는 "그룹 이미지 손실을 최소화하려면 좀더 발 빠르게 대처했어야 했다"면서 "늑장으로 대처하거나 변명으로 일관하는 등의 모습을 보이게 되면, 장기적으로 그룹 이미지 뿐 아니라 영업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수 있다"고 우려했다.

올해로 창립 53돌을 맞은 CJ그룹이 창사이래 최대 위기를 어떻게 극복해 나갈지 국민들은 예의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