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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의 영정에 절을 하기 앞서 향쪽에 불을 당기는 한군의 아버지와 어머니
아들의 영정에 절을 하기 앞서 향쪽에 불을 당기는 한군의 아버지와 어머니 ⓒ 안서순
아들에게 편지도 쓰고 좋아할 수박과 참외, 오렌지, 귤, 사과, 등 각종과일과 알록달록한 사탕까지 상에 수북하게 쌓아놓고 아빠, 엄마는 아들에게 절을 올렸다. 철없는 아들은 사진 속에서 천진스럽다. 엄마는 절을 하다 "우리 찬구가 좋아하는 과일들인데 하나도 먹어보지도 못하고" 엄마가 울고 아빠도 울고 모여 선 모든 사람들이 눈물을 훔쳤다.

23일 오후 1시 지난4월 9일 하교 길에 예기치 못한 교통사고로 참혹하게 숨진 한찬구(10.서동초 3학년) 어린이의 원혼을 달래기 위한 노제(路祭)가 사고현장에서 올려졌다.

한군의 아버지 한만복씨(48.서산시 동문동)씨는 "아들이 보고 싶어 꿈에라도 나타주길 밤마다 기도하는데도 한번 스치듯 꿈결에 보이고는 보이지 않는다"며 아들이 간 먼 하늘을 바라보며 눈물을 머금었다.

어머니 이운옥씨(41)씨는 "가끔 찬구와 노는 꿈을 꾸는데 꿈에서 막막해서 하염없이 눈물만 흘리다가 잠에서 깬다"며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며 흐느껴 울었다.

찬구의 작은 누나 한진이 양(17)은 "언젠가 꿈속에서 찬구가 길을 잃고 헤매고 있어 빨리 집에 가라고 하니 '집에 가는 길을 몰라 그러고 있다'며 슬픈 얼굴을 하고 있었다"고 울먹였다.

한씨는 찬구가 하늘나라로 간지 두 달이 넘었지만 아직도 어디선가 "아빠"하며 나타날 것 같다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찬구 방에는 찬구가 쓰던 학용품 등도 아직 찬구가 둔 그대로 있다.

찬구의 엄마, 아빠는 "찬구 없이 살아야 할 날들이 길어지면 어떻게 하나 하는 생각으로 괴로웠지만 찬구는 영원히 우리 곁에 있다고 생각하며 가슴에 묻고 살기로 했다"며 서로의 손을 꼭 잡았다.

한씨는 "우리 찬구의 일을 계기로 경각심을 일으켜 다시는 이런 참혹한 사고가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며 "남아있는 찬구의 학우들의 안전한 학교생활을 위해 찬구의 추모제를 겸한 거리제를 갖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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