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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가는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속옷.
오가는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속옷. ⓒ 양지혜
"햐∼! 저게 속옷이야? 수영복인 줄 알았네!"

어제(22일) 바겐세일을 한다기에 여름 속옷 쇼핑을 나갔다가 진열된 속옷들을 보곤 깜짝 놀랐다. 속옷이라 하기엔 아까운(?), 겉옷보다 더 화려하고 예쁜 속옷들이 서로 경쟁이라도 하듯 조롱조롱 걸린 채 지나가는 이들의 시선을 현혹했다.

형형색색. 아롱다롱. 기기묘묘한 디자인의 눈부시게 예쁜 속옷들. 그래서인가. 오가던 발길을 멈춘 몇몇 사람들은 속옷을 입고 서 있는 마네킹을 쳐다보며 대화를 한참 나눈다. 나 또한 신기한 보물이라도 발견한 기분에 성큼 매장에 들어섰다. 그러나 나는 현란한 속옷들의 퍼레이드에 넋이 나가 한동안 어디로 시선을 둬야 할지 어리둥절해 하며 감탄만 연발했다. '정말 대단하다!'

여름이라서일까. 과감한 노출과 얇아지고 짧아진 겉옷 때문일까. 속옷 같은 겉옷에 대한 반사인가. 여하튼 예전에는 쉽게 볼 수 없었던 색채의 다양함과 장식물이 화려하게 달린 '속옷 같지 않은 속옷'이 일단 놀라웠다.

아마 '과감함'이 전부인 올 유행을 속옷이라고 비켜 갈 수 없었나 보다. 특히 여성의 옷맵시를 살려 주는 첨병인 브래지어의 변화가 가장 눈에 띄었다.

월드컵 탓일까요? ^^
월드컵 탓일까요? ^^ ⓒ 양지혜
깊게 파여 쇄골 뼈를 드러내는 것이 유행인 상의 탓인지 진열대에는 컵 부분이 얄팍해지고 낮아진 제품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었다. 그리고 겉옷과 같은 올 여름 유행 경향인 꽃과 물방울무늬가 눈에 들어왔다. 더 나아가 시원해 보이는 기하학적 모양이 어우러진 원색 컬러를 담은 디자인이 진열돼 있었다.

브래지어의 소재는 망사와 레이스, 얇은 실크인 쉬폰이라는 것으로 이뤄져 있고, 그 위에 반짝거리는 장식물과 리본을 달아 화려함과 앙증맞음의 극치를 보였다. 한눈에 보기에도 속옷으로만 입기에 아쉬울 정도다.

그런 브래지어의 변화 중 또 다른 큰 변화가 바로 '끈'이었다. '짙은 색상과 저런 모양은 어깨 끈이 그대로 드러날텐데 괜찮을까?' 싶은 형형색색의 어깨 끈이었다. 이도 모자라 전체가 하늘하늘한 레이스로 된 것과 천을 꼬아 만들거나 반짝이는 보석(?)이 쪼르륵 달린 끈을 두고 나는 혼자 '별스런 걱정'을 했다.

역시 월드컵은 남성용 속옷에서도 자리했다.
역시 월드컵은 남성용 속옷에서도 자리했다. ⓒ 양지혜
그러자 옆에 있던 판매사원이 '촌스런 아줌마 고객'을 보기가 민망했던지 "요즘은 겉옷으로 어깨 끈이 드러나도 문제가 없도록 일부러 겉옷처럼 나와요"라며 "예전에는 투명 어깨 끈을 사용했는데, 그것보다 올 유행은 아예 어깨 끈을 드러내는 것이에요"라고 설명해준다.

이어 그는 "겉옷들이 어깨가 다 드러나는 것이 유행이라 브래지어 끈을 어색하게 가린다고 해서 제대로 가려지지도 않으니 차라리 당당히 내 보여도 문제가 없게 나온 거랍니다. 예쁘죠?"라면서 아예 브래지어 끈을 목에 묶는 '홀터넥'도 많이 출시가 되었다고 덧붙여 친절하게 말한다.

정신없이 예쁜 속옷의 세상에 빠졌던 나는 그때서야 판매사원과 그저 편안한 아줌마들의 수다처럼 요모조모 차분히 따져가며 올 유행 속옷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손님, 이왕 구경하시는 김에 이 팬티들도 보세요. 정말 가볍고 착용감도 좋고 시원해요. 저도 입어봤는데 정말 편해요." 판매사원의 말 몇 마디에 금세 친해지는 게 아줌마들이다. 판매사원은 얇디 얇은 레이스와 망사 천에 알록달록한 무늬며, 달콤해 보이는 색상이 보기만 해도 상쾌함을 주는 팬티를 내민다.

궁금했지만 선뜻 물어 보기도 민망해 곁눈질만 했던 팬티들을 자세히 보니, 팬티의 경우 더 재미있는 변화가 있었다.

색상만으로도 여름임을 말하고 있다.
색상만으로도 여름임을 말하고 있다. ⓒ 양지혜
그중 가장 눈길을 끈 것은 예전엔 서양 영화에서나 아니면 외국 잡지에서나 봤던 요란한(?) 모양의 팬티들이었다. 일명 '티 팬티'라고 불리는 것인데, 일단은 생김새가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하하. 전 이런 것은 못 입겠는데요. 더 불편할 것 같아서…." 표현은 그렇게 했지만 실은 그런 팬티는 내 나이와는 맞지 않는다는 불필요한 고정관념일 뿐이다. 어차피 속옷은 자기만족으로도 입는다고 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티 팬티의 등장은 스키니진처럼 몸에 꼭 끼는 옷차림으로 인해 몸매와 속옷 모양이 고스란히 드러날 수밖에 없는 탓으로 생긴 '편의성'에 따른 유행이라고 했다. 그리고 그런 이유로 '티 팬티'뿐만 아니라, 허리를 끈으로만 만든 것과, 팬티의 봉제선을 없앤 '노라인'이라고 불리는 커팅만으로 이뤄진 것들이 주류였다.

이와 함께 이해할 수 없는 독창적인 모습을 한 팬티들이 간간이 눈에 띄었는데, 허리부분이 눈에 띄게 널찍한 밴드로 만들어진 것과 허리라인에 장신구를 달거나 화려하게 프린팅 된 것들이었다.

그 생뚱스러움이 궁금해서 판매직원에게 물어 봤더니, 바지 밑 길이가 짧아지고 허리가 아닌 골반에 걸쳐지는 유행 탓이라고 한다. 팬티를 자연스레 보이게 하기 위해 팬티 허리 부분에 장식을 해 어색하지 않게 만든 것이라고 한다. 지난해에 많이 유행을 했던 '팬티 허리부분이 드러나게 입는 진족'을 위한 팬티란 설명에서 세상의 변화에 놀라움까지 느껴야 했다.

올 유행은 역시 '물방울무늬' 입니다.
올 유행은 역시 '물방울무늬' 입니다. ⓒ 양지혜
예전 같으면 브래지어 끈이 옷 밖으로 슬쩍 밀려나오기만 해도 ''칠칠치 못하다'고 눈살을 찌푸렸고, 고등학교 에티켓 시간에도 속옷은 하얀색이나 눈에 띄지 않는 것으로 입는 것이 예의라고 교육받은 효과는 어쩌란 말인가. 그렇게 혼자만 알 수 있는 속옷조차 하얀색이나 수더분한 색으로 입지 않으면 '야릇한' 시선을 받았건만, 이젠 보일 것을 미리 생각하고 아예 드러낼 수 있도록 만들다니….

속옷을 바라보는 세상의 달라진 시선과 개념의 변화에 감동이 일기도 했다. 그렇게 나는 신기하고 예쁜 속옷들을 보며 연신 감탄하며 들여다봤다. 또 속옷에 담긴 이야기를 기웃거리며 이것저것 손에 들었다 놓으면서 진귀한(?) '속옷 삼매경'에 빠졌다.

남성용 속옷조차도 색상과 디자인이 밝고 경쾌해졌다.
남성용 속옷조차도 색상과 디자인이 밝고 경쾌해졌다. ⓒ 양지혜
이런 속옷의 변화는 남자들의 속옷이라고 다르지 않았다. 여자들의 속옷과 다름없이 남성용 팬티와 러닝은 화려해졌다. 그리고 디자인이 단순한 대신 기능성이 다양했다. 소재는 등산복이나 운동복으로 사용되는 '쿨맥스' 원단을 사용한 것과, 땀 냄새를 없애는 숯 성분이 함유된 것, 더 나아가 은이나 옥성분을 넣어 건강까지 생각한 제품, 모시느낌을 가미해 통기성과 환기성을 높이고 촉감 또한 여름에 맞게 부드럽고 시원한 느낌을 주도록 한 제품들이 전체 매장을 주로 차지하고 있었다.

특히 한여름이면 하루종일을 하얀 러닝 차림에서 벗어날 기미가 없는 남자들을 위해 여러 가지로 모양 내기와 기능성을 추가했다. 단순히 시원하고 건강을 위한 기능만이 아니라 간간이 망사를 덧대거나 재질을 달리한 디자인으로 멋을 가미한 패션 러닝들이 많았다. 그리고 여성용과 만찬가지로 팬티의 변화가 컸다.

편하다는 이유로 즐기는 트렁크 팬티조차 소재 자체를 여성용과 같은 것을 사용해 예전의 우중충하고 무겁고 단순한 디자인에서 벗어나 시원하고 화사한 느낌을 주었다. 소재 역시 다양하고 부드러운 것으로 변화되어 있었다. 이렇게 남자들의 속옷 또한 자신의 취향이나 겉옷에 따라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게 됐다.

이게 속옷이라구요? 겉옷과 속옷의 경계가 없어진 것 아닌지...
이게 속옷이라구요? 겉옷과 속옷의 경계가 없어진 것 아닌지... ⓒ 양지혜
이렇게 다양해지고 편안하고 쾌적한 기능을 가진 멋진 속옷이라 할지라도 지켜야 하는 에티켓을 잘 지키지 않는다면 타인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그래서 이제부터는 올바른 속옷 챙겨 입기에 대해 알아보기로 했다. 흰색이나 얇은 겉옷을 착용할 경우는 속옷 또한 흰색이나 살색과 비슷한 엷은 색을 착용하는 것이 좋다. 아무리 유행이라고 해도 겉옷보다 더 도드라진 색상의 속옷은 에티켓에 어긋난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그리고 디자인과 기능이 좋은 속옷이라고 해도 자신의 체형에 맞지 않는다면 문제가 있다. 그 예로 남자들 경우 편안함을 위한 넉넉한 크기의 트렁크 팬티는 얇아진 여름 바지에선 뭉치게 된다.

여자의 경우 브래지어 하나만으로도 평생 6번의 사이즈 변화가 있다는 것을 기억해 나이와 체형에 맞는 사이즈를 찾아야 한다. 더구나 작은 사이즈로 인해 살집들이 정리가 되지 않아 울퉁불퉁 옷 사이로 나올 경우가 있어 얇아진 겉옷을 불편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정확한 사이즈로 착용해야만 편하고 아름다운 겉옷 맵시가 나온다고 한다.

이렇게 속옷은 정확한 사이즈를 선택하지 않을 경우 옷의 맵시가 떨어짐은 물론이고, 타인들로부터 민망한 시선과 핀잔 섞인 눈총을 받아야 한다. 그러니 정확한 사이즈를 측정해 착용하고 겉옷에 따라 속옷을 알맞게 착용하는 센스가 필요하다.

매장의 판매직원은 여름일수록 속옷을 제대로 갖춰 입는 것이 건강을 챙기고 여름 멋쟁이가 되는 방법이라고 귀띔했다.

이번 속옷 쇼핑을 통해 요즘과 같은 장마철에는 통기성 좋고, 땀 흡수가 잘 되는 것으로 속옷을 선택하면 땀과 높은 습도로 끈적끈적하고 눅눅한 장마 기운을 뽀송뽀송하게 이기는 상쾌한 여름나기의 한 방법이란 사실도 알게 되었다.

남성용 속옷은 단순한 디자인 탓인지 기능성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남성용 속옷은 단순한 디자인 탓인지 기능성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 양지혜
참 요지경이다 싶은 속옷의 세상. 그 동안 신체를 감추는 역할과 실수로 드러나기라도 하면 민망해 하던 속옷의 기능에서 벗어나, 보다 예쁘고 멋스러우며 자연스럽게 드러내는 속옷의 유행이 차라리 여러 가지로 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속옷은 그저 하얀 속옷으로 폭폭 삶아 입었던 개념에서 넘어서 겉옷의 맵시를 더 살려 주고, 보정을 필요로 하는 부위에 보정의 기능까지 갖춘 독자적인 패션영역으로 자리 매김을 했다. 나아가 속옷에 대한 인식은 속옷과 겉옷의 경계를 무너뜨리며 속옷만의 새로운 유행을 만들고 창조하고 있었다.

눈으로 보기만 해도 '호기심' 속에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예쁜 속옷.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니 숨겨진 기능까지 있어 무더위를 달래 줄 속옷의 세상은 역시 재미있고 흥미로운 얘기로 가득했다.

진정한 멋쟁이는 속옷부터 다르다는 말이 있다. 예쁜 속옷 한 벌로 마음껏 멋도 즐기며, 몸까지 시원하고 가볍게 만들어 보자. 여름 속옷의 세상 속에서 나의 올 여름 무더위와 장마는 이미 저만치 달아났다.

속옷 세상을 들여다보며 긴 시간 속옷 이야기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내 손에는 남편과 아이의 여름 속옷 몇 벌이 들려 있어 시원한 여름나기가 시작됐음을 알려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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