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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4년 6월 한국시멘트 노조원들이 전 회사 대표 이아무개씨로부터 주식을 매입한 N산업 본사에 찾아가 주식 매입의 부당성을 주장하며 항의 시위를 갖고 있다.
지난 2004년 6월 한국시멘트 노조원들이 전 회사 대표 이아무개씨로부터 주식을 매입한 N산업 본사에 찾아가 주식 매입의 부당성을 주장하며 항의 시위를 갖고 있다. ⓒ 안현주
횡령자금으로 주식을 취득해 논란이 됐던 한국시멘트 주식의 불법 취득 혐의에 대해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한국시멘트 노조와 시민단체등이 법원의 판결에 반발하고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22일 광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강신중 부장판사)는 '불법주식 취득 등 범죄수익은닉 혐의'로 기소된 한국시멘트 부회장이자 N산업 대표이사인 최아무개씨와 D전기 대표이사 L씨에 대한 1심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최씨와 L씨는 한국시멘트의 법정관리 당시인 지난 2003년, 이아무개 전 한국시멘트 대표이사가 사내자금을 횡령한 돈 등으로 사들인 113만주(51%) 가운데 82만여주를 매입했다. 만약 이들의 혐의에 대해 법원이 유죄를 선고했다면 최씨는 82만여주의 주식을 몰수당하거나 추징금을 내야했고 현재 경영권 역시 흔들릴 처지였다.

법원 "주식취득행위 정당"... N산업 주식취득 '무죄' 선고

그러나 법원은 혐의 내용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이에 대해 한국시멘트 노조 관계자는 "국민의 혈세인 공적자금 1900여억원이 들어간 회사에서 불법으로 조성한 돈으로 경영권을 장악한 범죄에 대해 정당하다고 인정해 준 꼴"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판결의 관건은 최씨가 주식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이아무개 전 한국시멘트 대표이사가 취득한 주식이 범죄수익이라는 것을 알았느냐' 여부. 최씨가 이를 인지하고 있었다면 혐의 내용이 인정되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최씨가 이 전 대표이사에 대한 소송 등을 통해 혐의내용은 알고 있었지만 범죄수익이라는 것은 몰랐다고 판단했다.

이날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주요 쟁점은 주식을 매입함에 있어 피고인들이 범죄수익 등인 점을 알고 있었는지 여부"라고 전제하고 "피고인들이 (이 전 대표이사의 주식) 범죄수익에 해당한다는 점을 알았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무죄 선고 취지를 밝혔다.

재판부는 "이 전 대표이사의 소유 주식 중 일부가 범죄행위와 관련되어 있음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했지만 계약과정에서 이 전 대표이사의 민사상 손해배상소송이 유죄로 확정되지 않은 점 등으로 미뤄 '알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또 "주식을 취득한 것이 죄가 되지 않는 한 주식거래행위는 정당한 거래행위에 해당한다"며 "피고인의 주식취득행위가 범죄수익 등의 수수죄에 해당한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최씨가 지난 2002년 한국시멘트 주식을 매입하기 위해 자신이 대표이사로 있는 N산업의 공금 4억원을 빼돌린 혐의에 대해서는 업무상 횡령을 인정,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그동안 한국시멘트 노조와 우리사주조합 등은 불법으로 조성된 자금으로 취득한 주식에 대해 국가몰수를 주장해 왔다. 그러나 이날 판결로 주식의 정당성을 사법적으로 인정받은 최씨는 한국시멘트에 대한 경영권을 더욱 강화할 수 있게 됐다.

노조 "불법 주식취득, 사법적 면죄부 준 꼴"

이에 대해 300여일 넘게 파업을 하고 있는 한국시멘트 노조는 즉각 성명을 내고 반발했다. 노조는 "최씨는 이미 이 전 대표이사의 혐의내용에 대해 언론 등을 통해 알고 있었다"면서 "또 최씨 이전에 주식 매입을 추진하다 포기한 ㅂ업체 ㄴ회장이 최씨에게 '법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알려 준 사실도 있다"고 재판부의 판결을 반박했다.

노조는 "최씨는 이 전 대표이사가 구속수감돼 있는 동안 주식을 매입한 것 등은 충분히 법률적으로 문제가 있는 주식임을 알았다는 증거"라며 "재판부가 이런 구체적 사실이 있음에도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노조 한 관계자는 "이 전 대표이사와 최씨의 범죄는 전형적인 화이트칼라 범죄인데도 법원이 사법적인 면죄부를 준 꼴"이라며 "공적자금이 1900여억원이 투입된 회사에서 불법자금으로 주식을 사들여 경영권을 장악한 것을 정당한 것으로 인정해 준 것"이라고 힐난했다.

시민단체 관계자도 "이런 범죄에 대해 법원이 엄단하지 않는다면 또 비슷한 유형의 범죄가 또 발생할 것"이라며 "최소한 추징금이라도 나올 줄 알았는데 실망스럽다"고 했다.

이와 관련 검찰은 최씨에 대해 징역 1년 6월과 벌금 2000만원, 주식 64만주 몰수 등을 구형한 바 있다. 검찰은 이날 판결에 대해 항소할 것으로 알려졌다.

판결에 앞서 광주시민단체협의회는 지난 5일 성명을 내고 "공적자금 비리의 전형"이라며 "국민경제에 악영향을 미친 경제범죄를 엄단하고 이들이 보유한 범죄수익물인 불법주식을 몰수해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한편, 지난 8월 법원은 이 전 한국시멘트 대표이사에 대한 1심 선고에서 횡령한 회사 돈 등으로 사들인 주식이 범죄수익이라는 점을 인정하면서 주식 몰수가 아닌 벌금형(추징금)을 선고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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