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김진표 교육부총리
김진표 교육부총리 ⓒ 오마이뉴스 남소연

김진표 교육부총리는 21일 논란이 일고 있는 '외국어고 입학제한' 발표 배경에 대해 "학생부 반영비율을 50%로 늘린 2008년 입시제도를 지키기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또 각 자치단체장들이 지난 지방선거에서 명문고 설립을 공약으로 내세운 탓에 외국어고가 우후죽순격으로 난립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 부총리는 이날 오후 <오마이뉴스>와 가진 단독 인터뷰에서 "5.31 지방선거에서 전국의 기초자치단체장들이 공약으로 지자체 예산을 내서라도 명문학교를 만들겠다고 했다"며 "만일 (외고를) 50~100개 더 만들면 (내신 불이익 등으로) 고통받는 학생수가 엄청나게 늘어난다, 2008년 입시가 어떻게 적용되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그는 "(외고가 늘어나면) 대학들이 외고 학생을 흡수하려고 내신 반영률 50% 원칙을 지킬 수 있겠느냐"며 "(사태가) 불보듯 뻔한데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는 교육당국은 무책임하다"고 밝혔다.

김 부총리는 또 지난 19일 '외고 입학제한' 조치를 전격적으로 발표한 이유에 대해 "의견을 수렴하면 절대 정책으로 발표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부총리는 "더 시기를 늦추면 지난 선거에서 당선된 지자체장들이 취임하면서 바로 (명문고 신설) 공약을 현실화시킬텐데 외고가 전국에 만들어지면 부작용 확대를 어떻게 감당하겠느냐"며 "선거가 끝나자마자 분명한 정부의 입장을 정해줘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선거 끝나자마자 정부 입장을 정해줘야 했다"

김 부총리는 외고 설립인가권을 가진 각 시도교육감들과 사전에 협의하지 않았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만일 교육감들에게 이야기하고 언론에 보도되면 시작할 수도 없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해당되는 외고가 많은 3명의 교육감(서울·경기·부산)과는 사전에 충분히 설명하고 협의했다"고 밝혔다.

그는 관련 시행령을 개정해서라도 외고 입학제한 조치를 강력히 밀고 나가겠다는 뜻을 거듭 밝혔다.

김 부총리는 "외고 설립인가권을 환수할 수도 있느냐"는 질문에 "만일 협조가 안 되는 지역이 있다면 법령을 고쳐서라도 분명하게 하겠다"고 말했다. 또 "협의가 안 되면 시행령 개정안을 국무회의에 상정하겠느냐"는 질문에 "물론 그렇게 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오세훈 서울시장 당선자가 내건 '서울시내 25개 자립형사립고(자사고) 설립' 공약에 대해 김 부총리는 "현실을 잘 모르고 공약을 내세운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 부총리는 "자사고는 돈이 너무 든다"며 "그런 점에서 비춰보면 25개를 만든다는 것은 전혀 불가능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교육계 일부의 '사학법 재개정' 요구에 대해서도 김 부총리는 "사학법 개정의 중요한 골간이 되는 개방형 이사제 도입은 훼손하지 않고 국회에서 협의해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 밖에 김 부총리는 안팎의 비판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전교조에 대해서는 극히 말을 아꼈다. 김 부총리는 "전교조는 계속 대화하고 협의해나가야 할 상대"라며 "누가 전교조에 대해 이야기했다고 해서 한 파트를 책임진 내가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은 것 같다"고 밝혔다.

이날 인터뷰는 21일 오후 5시 50분부터 1시간여 동안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교육부장관실에서 진행됐다. 다음은 김 부총리와의 일문일답.

"외고 늘면 2008년 입시제도 지킬 수 없어"

ⓒ 오마이뉴스 남소연
- 외국어고 입학 제한 조치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제가 문제의식을 가진 것은 근본적으로 '왜 다른 모든 학교는 학군으로 제한하거나 광역자치단체로 제한했는데, 외고는 왜 전국을 모집 단위로 하느냐'는 것이다. 지금도 내신 비율이 대학입시에서 어떤 형태로든 적용되는데, 평준화 지역내 배정을 받았다면 내신을 1-2등급 받을 수 있는 학생들이 전국에서 모이니까 3-4 등급도 어려운 상태가 대부분이다.

내신 불이익을 극복해야 하니까 강남 학원가에서는 외고생을 수요자로 하는 다양한 고액과외가 개발된다. 이걸 감당하지 못하고 적응하지 못하면, 수능 성적에 따라 검정고시 봐서 2-3등급 내신이라도 보장받자고 자퇴하는 학생까지 생긴다. 비교육적인 문제를 낳는 외고 문제를 지금까지 제대로 잘 지도·관리 못한 것은 교육부나 당국인 지방교육청에 잘못이 있다고 생각한다."

- 외고 입학 제한 조치를 하게 된 배경은.
"2가지 중요한 원인이 있다. 하나는 2008년도 입시제도다. 학생부의 반영율을 50% 이상 높이기로 전국 대학들이 동의해서 발표까지 했다. 그런데 이대로 가면 지금 외고 다니는 학생들은 더 고통스럽게 된다. 내신이 불리하고, 원활하게 원하는 대학교에 가려면 문제가 많아진다.

두번째는 설상가상으로 5·31 지방선거에서 전국의 기초자치단체장들이 공약으로 지자체 예산을 내서라도 명문학교 만들겠다고 했다. 모두 110개다. 만일 외고 50~100개가 더 만들어지면 그 고통받는 학생수가 엄청나게 늘어나고, 사회적인 문제가 될 것이다. 그러면 2008년도 입시가 어떻게 적용이 되겠느냐.

대학들이 외고 학생을 흡수하려고 내신 반영율 50% 원칙을 지킬 수 있겠나. 사태가 불보듯 뻔한데,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는 교육당국은 무책임하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이야기못한 것은 정부가 대안이 없었기 때문인데, 마침 '공영형 혁신학교'라는 대안을 만들었다. 그동안 교육감회의에 참석해서 외고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외고가 많은 지역의 교육감들에게 '외고를 더 만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해왔다.

모집 단위를 제한한 것은 전국에서 학생을 뽑기 때문에 부작용이 더 확대되니까 과기고 등 다른 학교와 균형을 맞춰서 광역자치단체로 한정하자는 것이다. 그러면 외고 문제도 정상화할 길을 만들 수 있지 않겠나."

- 외고 지원자들의 학교 선택권을 침해할 수 있는데.
"그 점은 생각을 달리한다. 전국에 1126개 학교가 학군에서 평준화 제도에 의해서 선지원-후배정하고 있다. 예외로 만들어진 곳도 광역자치단체로 제한해서 성공적으로 하고 있다. 외고도 밀집된 지역은 인구가 많다. 서울·경기도 천만명이 넘는데, 충분한 학생이 있다. 구태여 다른 지역에서 사람을 뽑아서 학생수를 채우지 않아도 충분한 학생수가 있다. 그 정도로 제한하면 교육의 균형발전도 되고, 외고가 없는 4개 광역단체는 외고를 만드는 요인도 생기고, 균형있게 발전할 수 있지 않겠느냐."

"외고 때문에 아이들 이사시키는 일 없도록"

- 취지는 설명되겠지만, 너무 갑작스럽게 발표를 한 것 아니냐.
"이 문제는 언제 발표를 해도 의견을 수렴하면 절대 정책으로 발표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본다. 더 시기를 늦추면 지난 선거에서 당선된 지자체장들이 취임하면 바로 명문고 신설 등 공약을 현실화시킬텐데, 외고가 전국에 만들어지면 부작용 확대를 어떻게 감당하겠나. 그래서 선거 끝나자마자 바로 분명한 정부의 입장을 정해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교육 여건이 균형있게 유지되어야 하니까 전국을 단위로 모집하는 고교 제도는 우리 교육 정책의 큰 틀에서 적합하지 않다."

- 외고 준비생들의 위장전입 등 편법이 동원될 우려가 있는데.
"지방에서 서울 시내나 경기도로 오려면 기숙사가 완비되면 몰라도 그런 외고는 많지 않다. 결국 학생만 오든가, 일부 가족 혹은 온 가족이 완전히 이사해야 다닐 수 있다. 지방은 인구가 빠르게 줄고, 시군구의 경우 최근 10년간 인구가 70% 줄어들었다. 그런 점도 고려한다면 광역자치단체들이 필요한 외고를 만들어 교육 때문에 아이들을 이사시키는 부작용은 없도록 해야 한다. 처음부터 외고의 모집단위를 전국으로 한 것은 실패했다."

- 일부 시도교육감들은 협의가 없었다며 반발하고 있다.
"외고 정책 전반에 대한 우려와 걱정을 여러 차례 전달했다. 외고가 많은 지역은 외고 신설지역을 공영형 혁신학교로 흡수해달라고 전체회의에서 공개적으로 여러 차례 이야기했다. 학군을 광역으로 제한하는 문제는, 만일 교육장들에게 이야기하고 언론에 보도되면 시작할 수도 없다. 외고가 많은 3명의 교육감-서울시·경기도·부산 교육감과는 사전에 충분히 협의했다."

- 시도교육감의 외고 설립인가권을 환수할 수도 있다고 발표했는데.
"현재의 틀 속에도 교육 정책에 관해서는 지금 외고의 설립인가권을 교육감들에게 위임한 것도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대통령령에 의해서 위임된 것이다. 위임을 할 때는 한계 등을 정해서 위임된 거 아니겠나. 큰 교육정책 전반에 걸쳐서 교육감과 충분한 협의를 하고 있기 때문에 다 잘 협조해주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만일 협조가 안 되는 지역이 있다면 법령을 고쳐서라도 분명하게 하겠다. 정부가 말만 하고 실천이 안 되면 되겠나."

- 외고의 입시 과열 문제를 동일계 진학시 내신 성적 우대 등 외고 내부에서 찾아야 하는 것 아닌가.
"지금 2008년도 입시 제도에서는 외고에서 어문학계열로 진학하는 경우 내신 불이익 안 받는 장치를 만들어놓았다. 그 문제는 이미 2004년 10월 발표됐다. 그런데도 외고 동일계 진학률이 높아지지 않고 있다. 지금도 동일계에 진학하지 않는 전체 학생의 70%가 고통을 받고 있다. 고통은 2008년으로 가면서 더욱 커지는데, 이번 선거에서 정확한 내용을 모르고 그런 학교를 100여개 만든다는 욕심이니까 분명하게 교통정리를 해드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 실효성 있다고 보는 것인가.
"그렇다. 우선 외고가 없는 광역자치단체에서 외고를 만들 것이다. 전국 시도에서 외고가 없는 지역은 없어진다. 그리고 자기 지역에 있는 고등학교에 진학해서 충분히 원하는 교육적 꿈을 달성할 수 있다. 꼭 서울에 가고, 경기도에 가야만 꿈이 이뤄지나."

- 신생 외고가 학생들의 욕구를 똑같이 충족시켜줄까.
"지자체장이 지원하고 교육청 노력해서 경쟁력을 갖고 이기도록 해야 한다. 학교간 선의의 경쟁이 있어야 발전이 있다."

- 협의가 안 되더라도 시행령 개정안을 국무회의에 상정하나.
"물론이다. 법령을 개정해서라도 분명하게 권한을 확보해야 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고도 잘 되리라고 생각한다."

"사학법, 개방형 이사제 도입 훼손 않고 협의해주길"

ⓒ 오마이뉴스 남소연
- 오세훈 서울시장 당선자는 25개 자치구에 자사고를 하나씩 세우겠다는 공약을 세웠다.
"선거 때니까 현실을 잘 모르고 공약을 내세웠다. 자사고의 경우 입시에서 아무런 이득을 보는 것이 없었음에도 교육을 충실히 잘 시켰다는 평가가 있다. 큰 문제는 교육의 내용이 대학입시에 관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있고, 돈이 너무 든다. 한국에서 학교를 자기 돈으로 세우고 매년 정상적으로 운영하려면 20억 가까이 돈을 집어넣어야만 하는데 과연 그럴 사람이 몇이나 되겠나. 그런 점에서 비춰보면 25개 만든다는 건 전혀 불가능한 일이다."

- 공영형 혁신학교에 대한 비판도 거센데.
"전교조에서 내용을 잘 모르고 반대한 것은 아닌지…. 처음에 실무적으로 검토할 때는 공영형 혁신학교의 모집단위를 광역으로 했다. 그런데 그 뒤에 평준화 틀을 지키자고 해서, 평준화 지역은 다른 지역하고 똑같이 한다. 선지원-후배정 원칙 그대로. 비평준화 지역도 다른 지역하고 똑같이 한다. 그것을 정확히 알고 나서는 반대할 명분과 이유가 없다."

- 여전히 자사고, 특목고 등 입시 위주 학교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반박한다.
"기우다. MOU(양해각서)를 체결할 때 절대로 사교육 형태로 되서는 안 된다는 것을 확실하게 확보할 것이다. MOU를 체결하면 교육방법과 평가방식 등을 정해서 다 공개할 참이다. 매년 그리고 4년 종합평가도 한다."

- 사학법 재개정에 대한 교육부의 입장은.
"입법권은 국회에 있으니까 여러 이유에서 국회가 만일 사학법을 개정한다면 행정부가 어떻게 하겠나. 다만 사학법 개정의 중요한 골간이 되는 개방형 이사제 도입은 전문가들이 중론을 모아줬다. 그것은 크게 훼손하지 않고 국회에서 협의해주셨으면 좋겠다."

"나대로 생각은 있지만, 전교조는 대화하고 토론할 협의상대"

- 전교조가 안팎에서 비판을 받고 있다. 김진경 전 청와대 비서관의 발언에 대한 의견은.
"나대로 생각이 있지만, 전교조는 우리가 늘 같이 대화하고 토론해야 할 협의 상대다. 계속 대화하고 협의해나가야 할 상대다. 누가 전교조에 대해서 이야기했다고 해서 한 파트를 책임진 내가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은 것 같다."

- 갑작스런 교육정책 변화에 대해 청와대와 코드 맞추기 아니냐는 비판론이 나오고 있다.
"정책을 바꾼 것은 아니다. 공영형 혁신학교는 교육부에서 공개적으로 1년 넘게 토론하고 준비했다. 전문가 토론회, 국회 토론회 등을 열었는데, 거기서 외고 문제도 다함께 연결해서 토론했다. 외고 모집단위를 제한하는 문제는 반대에 부딪히고 매를 맞더라도 가야 하고, (입시학원으로 전락한 외고 문제 같은) 잘못된 정책이라면 지금이라도 그 잘못을 시인하면 된다. 여기서 극복하지 못하면 점점 더 힘들어진다. 그럼 점을 고려해서 고뇌와 고민을 하다가 부득이하게 내린 결단이라는 점을 이해해달라."

- 부동산 정책도 그렇고, 정부가 정책을 내놓으면 질타와 불만으로 되돌아온다. 그 원인은.
"다른 분야까지 언급할 자격은 없고, 교육에 관해서는 정책이 일관성있게 가야 한다고 본다. 좋은 대학을 많이 만들고, 학생들이 원하는 대학이 너무 적으면 어떤 입시제도 하에서도 과열이 되니까 피터지는 경쟁을 해야 한다. 중요한 대학입시 제도를 바꾸는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냈다. 그 과정에서도 언론의 질타가 얼마나 많았나. 내가 얼마나 매일 신문에서 얻어맞았나. 그러나 대학 직접 찾아가서 중고교생들이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서 사교육 받는 것을 줄일 수 있다면 무릎꿇고 빌겠다는 말까지 했다. 교육부총리가 그렇게 4~5시간 호소한 적이 없었단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