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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랑이라는 화랑이 절경에 반해 한동안 머물렀다하는 영랑호의 전경
영랑이라는 화랑이 절경에 반해 한동안 머물렀다하는 영랑호의 전경 ⓒ 문일식
영랑호의 전경이 보이는 곳으로 진입한 곳은 영랑교의 동쪽이었습니다. 영랑호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설악산의 전경이 보이는데, 찾아간 그날은 비가 내릴 듯, 말 듯한 흐린 날이어서 설악산의 웅장한 모습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영랑호의 명칭은 삼국유사에 근원을 두고 있습니다. 삼국유사에 따르면 금강산에서 수련을 하던 영랑, 술랑, 안상, 남랑 등 화랑이 무술대회를 위해 경주로 가던 중 맑은 호수와 설악산의 웅장한 모습, 물에 잠긴 범바위의 모습에 도취되었고, 여러 화랑 중 영랑은 무술대회에 나가는 것도 잊고 오랫동안 머물렀다 한데서 영랑호로 불렸다 합니다.

영랑호에 두둥실 떠 있는 바위.. 상어지느러미 같이 생겨서 죠스바위로 붙여봤습니다.
영랑호에 두둥실 떠 있는 바위.. 상어지느러미 같이 생겨서 죠스바위로 붙여봤습니다. ⓒ 문일식
오랫동안 아무런 일렁임도 없는 호수 표면위로 물고기의 생동감있는 펄떡임만이 간간이 있었습니다. 호수 건너편으로는 영랑리조트로 알려진 건물이 길쭉하니 서 있고, 8km에 이르는 길을 따라 양방향 자전거도로와 좁은 일방통행도로가 이어져 있습니다.

숲속에서 먹이감을 기다리는 육식공룡이 생각납니다.. 공룡바위로 지어봤습니다.
숲속에서 먹이감을 기다리는 육식공룡이 생각납니다.. 공룡바위로 지어봤습니다. ⓒ 문일식
영랑호 동쪽으로는 밋밋하지만 바위가 한두 개 정도 있고, 영랑 리조트 쪽으로는 유명한 범바위가 우람한 풍채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바위 중에는 입을 꽉 다물고, 숲 속에서 조용히 먹잇감을 노리고 있는 공룡처럼 생긴 바위도 있고, 영랑호 한가운데는 삼각형 모양으로 상어지느러미처럼 생긴 바위도 있습니다. 딱히 표지판도 없고 해서 공룡바위, 죠스바위라 이름 지었습니다.

영랑리조트 안으로 들어서서 범바위와 영랑정을 찾았습니다. 범바위는 마치 범이 웅크리고 있는 형상이어서 붙여진 이름인데, 커다란 바위군락을 여러 개 겹쳐 놓은 듯 합니다. 영랑정 표지판을 보고 올라가면 범바위 곁에 지어진 영랑정이 나오는데 범바위의 규모 때문인지 왜소하고 초라해 보였습니다.

범바위에 앉아 휴식을 취하는 여행객들...
범바위에 앉아 휴식을 취하는 여행객들... ⓒ 문일식
영랑정 뒷편으로 범바위를 오르면 영랑호의 전경을 볼 수 있습니다. 영랑호 주변에는 별장식콘도가 있는데 숲속에 폭 파묻혀서 지붕만 빼꼼히 내밀고 있습니다. 영랑호를 따라서 순환도로를 냈는데, 드라이브 코스로도 괜찮을 듯합니다.

돌산이었던 것을 항구만든다고 폭파시켜 암반형태로만 남았다 합니다.
돌산이었던 것을 항구만든다고 폭파시켜 암반형태로만 남았다 합니다. ⓒ 문일식
영랑호 인근에는 또다른 석호인 청초호가 있습니다. 청초호를 가기 전 들른 동명항 북쪽에는 바닷가와 접하여 넓은 암반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파도가 부딪치는 소리가 마치 신이 가야금을 타는 듯 하다하여 붙여진 이름인데, 원래 이곳에는 일제시대 전까지만 하더라도 육지와 이어진 돌산이 있었다고 합니다. 속초항을 만들 때 이 돌산을 폭파하여 사용했기 때문에 지금처럼 평평한 암반이 된 것입니다.

50여 미터의 긴다리 건너편에 지어진 영금정의 전경...
50여 미터의 긴다리 건너편에 지어진 영금정의 전경... ⓒ 문일식
그 위로 50여m 정도의 긴 다리를 놓고 정자를 하나 만들었는데 이것이 바로 영금정입니다. 휘몰아치는 파도 때문에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시멘트로 지어진 건물이라 그다지 볼품은 없었습니다. 다만 영금정 아래로 에메랄드 빛 바다와 파도가 만들어 내는 희디 흰 포말이 만들어내는 상큼한 색깔들이 눈을 시원하게 해주었습니다. 영금정과 함께 둘러봐야 할 곳은 등대전망대입니다.

횟집거리를 지나면 바다를 접하고 있는 높은 언덕에 등대가 하나 서 있는데, 이곳이 바로 등대전망대입니다. 횟집거리에는 싱싱한 활어들이 수조안에 가득했고, 특히나 멍게의 색깔이 무척 독특했습니다. 여기저기 둘러보며 가자니 군침만 흘렀습니다. 현재 등대전망대는 공사 중이어서 입장할 수는 없습니다(12월까지 공사 예정).

아바이마을을 향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갯배들.. 모두 2척이 운행됩니다.
아바이마을을 향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갯배들.. 모두 2척이 운행됩니다. ⓒ 문일식
호수와 바다를 담아 청초호를 향하면 속초시내를 통과해야 합니다. 시내를 빠져나가기 전 중앙동에는 갯배라고 불리우는 독특한 교통수단이 있습니다. 차를 타고 청초호를 빙 둘러서 가는 방법도 있지만, 갯배를 타고 건너면 불과 수 분만에 청초호 반대편인 아바이마을을 갈 수 있습니다. 갯배는 직사각형의 거룻배로 약 30명 남짓 정도의 승객을 태울 수 있는데 배를 운전하는 선장은 따로 없고 중앙동과 아바이마을을 연결하고 있는 쇠사슬을 끌어 건널 수 있습니다.

갯배를 끄는 모습... 타는 사람 누구든지 갯배를 끌어야 건널 수 있습니다.
갯배를 끄는 모습... 타는 사람 누구든지 갯배를 끌어야 건널 수 있습니다. ⓒ 문일식
배 위에 오르면 누구라고도 할 것 없이 갯배를 끌어야 합니다. 출발한다는 기적소리도, 매표소의 시끌벅적한 분위기도 없습니다. 건너가기 위한 사람이라면 단지 배위에 올라 묵묵히 쇠고리를 가지고 배를 끌어야 합니다. 그때만큼은 바로 내가 선장이 됩니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말이 있지만 갯배는 사공이 많으면 많을수록 더 빨리 건너갈 수 있습니다.

특히 이곳을 찾는 여행객이라면 갯배를 끌어본다는 것은 더없는 체험이 될 수 있을 겁니다. 건너편 아바이마을에서 편도요금을 냅니다. 노동의 대가를 받는 것이 아닌 지불해야 하는 아이러니컬한 일이 생기는 곳이 바로 이곳입니다.

아바이마을... 장미가 활짝핀 골목의 전경입니다.
아바이마을... 장미가 활짝핀 골목의 전경입니다. ⓒ 문일식
아바이마을은 1·4후퇴 때 내려온 함경도 일대의 피난민들이 휴전된 후 돌아갈 고향이 없어지자 정착하여 만든 집단촌락입니다. 돌아갈 수 없는 고향을 가슴속에 항상 묻고 살아야 되는 아픔이 있는 마을이라 갯배를 타고 들어오는 그 짧은 순간의 묵묵함이 있었나봅니다.

그리 큰 규모의 마을은 아니지만 작은 골목을 하나 지나면 바로 바닷가와 접하고 있습니다. 아바이마을이 유명해진 것은 비단 갯배 뿐만이 아니라 드라마 '가을동화'의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입니다.

가을동화의 촬영지이기도 한 아바이마을의 가을동화 안내표지판... 한글로 된 안내는 없습니다..
가을동화의 촬영지이기도 한 아바이마을의 가을동화 안내표지판... 한글로 된 안내는 없습니다.. ⓒ 문일식
한류의 열풍으로 우리나라 뿐 아니라 외국관광객도 많이 찾은 듯 안내표지판만 하더라도 영어와 일본어, 한문으로만 되어 있고, 한글은 우습게도 안내판 뒷편에 적혀 있고, 외국어들이 난무한 앞면에는 '한글은 뒷면에 있습니다'라고 친절하게(?) 적어 놓았습니다.

어떤 곳은 아예 한글 안내판이 없는 곳도 있어 다소 실망스럽기도 했습니다. 이제는 드라마의 주인공 사진만이 옛 인기를 증명해 보일 뿐 드라마 속 주인공이 남긴 흔적을 찾는 사람들은 거의 없습니다.

아바이마을과 접해 있는 바닷가는 아무도 없는 적막한 바다였고, 빨간 등대가 그 적막함을 더해주는 배경이 되고 있었습니다. 아바이마을을 나서며 또 다시 갯배에 올라 그들이 슬픔과 쓰린 가슴을 짓누르며 당기듯이 쇠고리에 쇠줄을 걸어 끌어봤습니다.

갯배를 끄는 손아귀에는 그들이 지금까지 살아온 억척스러움이, 쇠고리를 부여잡고 묵묵히 내딛는 발길에는 지금까지 살아온 슬픈 시간들이, 건너편으로 향하는 갯배의 더딘 행보에는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애절함이 있었습니다. 중앙동에 도착한 갯배는 타고 있던 승객들을 내려주고, 다시 몇 명을 태운 뒤 또다시 서서히 서서히 아바이마을로 향했습니다. 멀어져 가는 갯배의 모습이 왠지 쓸쓸해 보였습니다.

덧붙이는 글 | 영랑호 드라이브 즐기는 방법
1. 영랑리조트에서 영랑호 동쪽까지는 일방통행이므로 출발은 영랑리조트에서 출발하여 한바퀴 도는 것이 좋습니다.
2. 범바위와 영랑정을 가려면 영랑리조트내로 진입하여 범바위 표지판을 보고 차를 주차 시킨 뒤 들어가야합니다.(진입로부터 일방통행이라 차돌리기 어려움)

★ 아바이마을 홈페이지(http://www.abai.co.kr/main/main.html)
   가시기 전에 한번 들어가서 둘러보시면 좋을 듯합니다.

유포터에 송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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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아름다운 자연과 역사를 느낄 수 있는 글과 사진을 남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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