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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의 남자>의 한 장면입니다. 아이들 분장 어때요?
<왕의 남자>의 한 장면입니다. 아이들 분장 어때요? ⓒ 김현
온 나라가 월드컵의 열기에 쌓여 있습니다. 사람들이 모이는 곳엔 축구 이야기가 주된 화제를 이룹니다. 학교도 마찬가지입니다. 교실에 들어가면 아이들도 축구 이야기뿐입니다. 누가 골을 넣었다느니, 스위스가 토고를 이겨 좀 복잡하게 되었다느니, 길거리 응원 후 쓰레기를 방치한 것이 어떻다느니 등 모이면 온통 월드컵과 관련된 이야기에 입을 다물 줄 모릅니다.

새벽 응원이 펼쳐진 다음 날, 교실에 들어가면 아이들은 대부분 부스스한 눈을 게슴츠레 뜬 채 '10분만 자고 수업하면 안 될까요?'하는 간절한 눈빛을 보내지만, 아이들의 생각을 들어줄 수가 없습니다. 수업 자체가 엉망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피곤하고 졸린 건 아이들뿐만이 아니지만 어쩔 수 없는 게지요.

<백설공주>의 한 장면입니다. 고깔 모자를 쓴 아이들이 난쟁이래요.
<백설공주>의 한 장면입니다. 고깔 모자를 쓴 아이들이 난쟁이래요. ⓒ 김현
얼마 전, 월드컵 열기 속에서도 아이들은 자신들만의 끼를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습니다. 영어과에서 주최한 '영어 페스티벌'입니다.

예선을 거쳐 본선에 오른 반은 모두 일곱 반입니다. 아깝게 우리 반은 탈락했지만 아이들이 축제를 준비하는 모습은 매우 열정적이고 진지했습니다.

영어 축제이니만큼 아이들은 영어로만 대화를 했습니다. 주로 아이들이 하는 것은 일종의 영어 연극과 반 뮤지컬 같은 것이지요. 아이들이 선택한 소재도 매우 다양합니다. 동화책에서 소재를 선택한 것도 있고, 영화나 드라마를 선택해 아이들 나름대로 재구성하여 연극화했음을 볼 수 있습니다.

<가위손>의 한 장면입니다.
<가위손>의 한 장면입니다. ⓒ 김현
그런데 그 모든 준비는 아이들 스스로 했습니다. 의상에서부터 음악, 필요한 소품에 이르기까지 아이들끼리 상의하여 결정하는 모습을 보면서 아이들은 동기만 주어지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이들이 도움을 받는 건 가끔 영어과 교사들에게 영어 발음 지도를 받는 정도가 전부입니다. 그렇게 아이들은 수업이 끝난 시간을 활용해 연습하여 무대에 올랐습니다.

<흥부전>의 한 장면입니다. 흥부 아이들이 큰 엄마(놀부 부인)에게 대들고 있습니다.
<흥부전>의 한 장면입니다. 흥부 아이들이 큰 엄마(놀부 부인)에게 대들고 있습니다. ⓒ 김현
첫 번째 무대는 3학년인 초희와 은지가 후배들을 위해 찬조 출연을 하여 'Baby one more time'이라는 팝송을 멋들어지게 불러 분위기를 고조시켰습니다.

팝송이 끝나고 1학년 막내들이 동화 <백설공주>를 들고 무대에 섰습니다. 어설픈 무대복과 고깔모자를 쓴 난쟁이 모습을 하고 영어로 극을 진행하는데, 어설프지만 참 귀엽습니다. 중간중간 실수를 하는 모습에 관객의 웃음을 유발시킵니다.

'고음불가'의 한 장면입니다. 이건 직접 들어야 제 맛인데...
'고음불가'의 한 장면입니다. 이건 직접 들어야 제 맛인데... ⓒ 김현
다음엔 2학년 아이들이 영화 <가위손>을 들고 무대에 오릅니다. 1학년 아이들보다 훨씬 잘 합니다. 영어도 그렇지만 분장이나 행동에서도 뛰어나 아이들에게 많은 박수갈채를 받았습니다. 특히 손가락에 종이를 오려 붙인 가위손과 머리와 얼굴 분장이 단연 압권입니다.

이밖에도 흥부가 놀부 부인에게 주걱으로 뺨을 맞는 장면을 영어 연극으로 올린 <흥부전>, 마법에 걸려 야수가 된 왕자와 한 아름다움 소녀의 사랑이야기를 패러디한 <미녀와 야수>, 영화 내용을 어설프게 흉내 내어 영화의 맛을 조금 떨어트린 <시스터 액트> 등이 무대에 올라 보는 사람들에게 많은 웃음을 선사했습니다.

<시스터 액트>의 모습인데, 화려한 의상에 비해 연극은 조금 그랬습니다. 그래도 아이들은 무척 좋아했습니다.
<시스터 액트>의 모습인데, 화려한 의상에 비해 연극은 조금 그랬습니다. 그래도 아이들은 무척 좋아했습니다. ⓒ 김현
그리고 이날 펼쳐진 연극의 하이라이트는 <왕의 남자>입니다. 아이들은 분장은 물론 대사와 행동에 이르기까지 능청스러울 정도로 영화 <왕의 남자>를 연극적으로 소화시켜 대상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날, 가장 호응과 함성과 박수를 받은 건 '고음불가'를 흉내 낸 2학년의 예란이와 함께 나온 친구들과 우희라는 아이입니다. 이 아이들은 찬조 출연을 하여 강당에 모인 모든 사람들에게 엄청난 박수를 받았습니다.

예란이는 'My love, She′s gone'을 불러 아이들을 자지러지게 했고, 우희와 친구들은 'How to succeed by keeping in time'이란 팝송으로 온 강당을 함성으로 뒤덮어 놓았습니다.

이게 뭐냐구요? <미녀와 야수>랍니다.
이게 뭐냐구요? <미녀와 야수>랍니다. ⓒ 김현
아이들은 어떤 땐 아무런 생각 없이 사는 것 같으면서도 아이들이 즐겁게 할 수 있는 적절한 동기만 마련되면 기발한 모습으로 변화됨을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왕의 남자>를 영어 대사로 무대 위에 올린다는 생각이나 '고음불가'를 흉내 내 팝송을 불러 모두를 즐겁게 한 것은 우리 아이들만이 생각해낼 수 있는 것이라 봅니다.

<왕의 남자>의 한 장면입니다. 아이들이 아주 잘 합니다. 그래서 많은 박수와 대상을 받았구요.
<왕의 남자>의 한 장면입니다. 아이들이 아주 잘 합니다. 그래서 많은 박수와 대상을 받았구요. ⓒ 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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