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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소꿉놀이>
ⓒ 깊은책속옹달샘
아이들은 꽃과 풀 같은 식물을 참 좋아한다. 이제 생후 8개월이 되는 딸을 데리고 산책을 가면 아이는 꽃이 무더기로 핀 곳을 유심히 본다. 유모차를 가까이로 데려다 주었을 때 손을 뻗어 만지고 잡아 당기는 모습이 신기하기만 하다. 갓난아기가 뭘 안다고 벌써부터 꽃을 좋아하는 것일까?

책 <소꿉놀이>는 우리 아가처럼 꽃과 풀에 관심이 많은 아이에게 보여주면 좋을 그림책이다. 직접 꽃이나 풀을 붙여 만드는 그림을 창작하는 화가 달연 예쁠아님이 만들고 개성 지방의 전래 동요를 한 곡조씩 붙인 것이 독특하다. 작가가 이 책을 쓰게 된 동기는 자연이 주는 소박한 정서를 아이들과 함께 나누고 싶어서라고 한다.

자연에서 얻어진 모습 그대로의 풀과 꽃을 붙여 만든 그림은 색다른 느낌이 든다. 꽃을 눌러 붙이고 그 밑바탕에 또 다른 그림을 그리면서 자연과 그림은 하나가 된 모습이다. 어떤 화려한 소재로 그린 그림보다 자연의 색채를 그대로 가져왔기에 더욱 빛이 나는 그림이 바로 풀꽃 그림이 아닐까 싶다.

책의 맨 뒷면에는 부모들을 위해 풀꽃 그림 만드는 방법이 자세하게 소개되어 있다. 책을 읽고 즐거워하는 아이들과 함께 직접 풀꽃 그림 만들기를 해 보는 것도 좋겠다. 싱싱한 풀꽃을 채집하는 데는 맑은 날 오전 10시에서 오후 2시가 가장 좋으며 비가 온 후에는 풀꽃의 수분량이 많기 때문에 적합하지 않다고 한다.

"건조 – 수분을 잘 흡수할 수 있는 종이 사이에 끼워 놓습니다. 책 사이에 끼워서 말릴 때에는 책에 자국이 남거나 물이 들지 않도록 사이사이에 하얀색 도화지와 얇은 습자지를 끼워 줍니다. 풀꽃을 끼워 놓은 책 위에 무거운 돌 등을 올려 놓은 후 말리는 동안 자주 들여다 보고 젖은 종이를 갈아 주는 게 좋습니다."

책에는 이처럼 자세한 정보가 소개되어 있어 아이와 함께 직접 풀꽃을 채집해 만들기 체험을 할 수 있다. 단순히 '책'이라는 단편적인 지식 전달에만 치우치는 것이 아니라 직접 경험을 유도하는 점에서 아이들의 흥미를 더욱 자극한다.

그림과 함께 나오는 구절들은 옛날 어린이들이 소꿉놀이를 하면서 불렀다는 노래를 바탕으로 한다. 옛날부터 소꿉놀이는 단순히 놀이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또래 친구와의 자연적인 접촉으로 인격 형성에 도움을 주고 역할 분담 활동을 통해 표현력을 길러 주었다고 한다.

이 책에 나온 소꿉놀이 노래는 경기도 개성 지방의 전래동요를 바탕으로 하여 요즘 어린이들이 읽기 쉽도록 다듬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새 아이들에게는 생소한 단어들이 많이 등장하기 때문에 엄마가 몇 개의 어휘를 설명해 주면서 아이와의 대화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

"앞산에는 빨강 꽃/ 뒷산에는 노랑 꽃/ 빨강 꽃은 치마 짓고/ 노랑 꽃은 저고리 지어/ 풀을 꺾어 머리 하고/ 게딱지로 솥을 걸어/ 흙가루로 밥을 짓고/ 솔잎으로 국수 말아/ 풀각시를 절 시키세./ 풀각시가 절을 하면/ 망근 쓴 신랑이랑/ 꼭지꼭지 흔들면서/ 박주걱에 물 마시네."
– 소꿉놀이 개성지방 전래 동요 전문.


동요 특유의 리듬감은 책을 읽는 내내 생동감과 즐거움을 준다. 4.4조 혹은 3.4, 4.3조의 운율을 기본으로 한 2음보의 구절들은 박자를 맞추며 읽을 수 있다. 옛날 아이들이 불렀던 노래이지만 요새 아이들도 쉽게 따라 부를 수 있지 않나 싶을 정도이다. 다만 어휘가 생소한 것이 문제이다.

특히 요새 아이들이 어색할 만한 것은 바로 현대 소꿉놀이 풍경과는 너무 다른 묘사이다. 현대를 살아가는 도시 아이들 중 어느 누가 솔잎으로 국수를 말며 게딱지로 솥을 거는 소꿉놀이를 하겠는가. 현대적 풍경과는 사뭇 다른 모습에 아이들이 좀 거리감을 느낄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그럼 어떠랴. 옛날이나 지금이나 아이들은 소꿉놀이를 하면서 자란다. 요새 아이들이 하는 소꿉놀이를 들여다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늦게 퇴근하는 아빠의 넥타이와 양복, 엄마가 칠하는 화장품을 이야기하며 소꿉놀이 하는 아이들이 꽤 많기 때문이다.

우리 아가가 커서 소꿉놀이를 할 때에는 이렇게 얘기해 주고 싶다.

'옛날 친구들은 이렇게 놀았대. 그때는 집 옆에 소나무가 있고 빨강 노랑 꽃이랑 풀이 많아서 그걸로 밥 짓고 옷 만들면서 소꿉놀이를 했단다. 이 책에 나온 그림처럼 말이야. 꽃으로 밥그릇을 만들고 나뭇가지로 젓가락을 만들어서 노는 그림을 보니까 너도 산이나 들판에 가서 풀꽃을 만지고 보며 놀고 싶지? 다음엔 엄마랑 들에 가서 같이 놀자.'

그러면 아마 우리 아이의 소꿉놀이 속에는 자기가 보고 느꼈던 풀과 꽃이 담겨 있지 않을까? 비록 도시의 삭막함에 가로막혀 있을지라도 자연을 눈과 마음에 품고 사는 아이는 보다 아름다운 꿈을 꾸리라 생각해 본다.

소꿉놀이 - 자연아 자연아

달연 예쁠아 지음, 깊은책속옹달샘(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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