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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공군 대구기지에 마련된 F-15K 조종사들의 빈소에서 고 이재욱 소령의 유가족들이 오열하고 있다.
8일 공군 대구기지에 마련된 F-15K 조종사들의 빈소에서 고 이재욱 소령의 유가족들이 오열하고 있다. ⓒ 연합뉴스
F-15K 추락 사고로 차세대 전투기의 안전성 문제가 급부상한 가운데 시민단체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회원들이 9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앞에서 F-15K 도입 전면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F-15K 추락 사고로 차세대 전투기의 안전성 문제가 급부상한 가운데 시민단체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회원들이 9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앞에서 F-15K 도입 전면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지난 7일 밤 야간전투훈련 중 동해상으로 추락한 F-15K 전투기의 사고 원인이 정확히 밝혀지지 않아 갖가지 추측만 낳고 있다.

권오성(준장) 공군본부 정책홍보실장은 8일 오후 긴급 브리핑을 통해 "현재 광범위하고 정밀하게 (사고원인을) 분석 중"이라며 "보잉과 공군 관련부서 요원들을 참여시켜서 광범위하고 자세하게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보잉사로부터 적극 협력하겠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국방부와 공군은 일단 추락 직후 사라진 블랙박스를 찾는데 주력하고 있다. 공군 측 설명에 따르면 블랙박스는 수심 2만 피트(약 6km)에서도 30일 가량 버틸 수 있어 이를 수거하면 정확한 사고 원인도 나올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사고 지역인 동해의 깊은 수심과 광범위한 수색 범위로 인해 블랙박스를 찾는 작업은 어려움이 예상된다.

①기체나 엔진 결함으로 추락? = 사고를 당한 F-15K 전투기는 한국에 도입되면서 원래 사용하던 프랫앤드휘트(P&W)사의 엔진 대신 제너럴일렉트릭(GE)사의 엔진을 처음 달았다. 이 때문에 도입 이전부터 각종 보조장치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엔진을 바꾸게 되면 기체에 변화가 생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 GE사의 엔진을 장착한 F-15K의 성능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었다. 실제 F-15K는 지난해 미국 시험평가과정에서 일부 장비의 오작동이 발생하기도 했다. 기체나 엔진 결함으로 인한 추락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1대 당 1000억원에 달하는 최신예 전투기가 기체 결함으로 추락했을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게 군 당국의 견해다. F-15K 전투기에 이상이 발생할 경우 지상통제소(MCRC)와 연결된 데이터링크시스템(데이터링크16)이 곧바로 알려준다는 것. 따라서 기체결함으로 인한 추락 가능성은 적다는 게 군 당국의 설명이다.

동해상에 추락한 F15K의 첫비행 모습.
동해상에 추락한 F15K의 첫비행 모습. ⓒ 보잉사

F-15K 추락 사고로 차세대 전투기의 안전성 문제가 급부상한 가운데 시민단체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회원들이 9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앞에서 F-15K 도입 전면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F-15K 추락 사고로 차세대 전투기의 안전성 문제가 급부상한 가운데 시민단체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회원들이 9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앞에서 F-15K 도입 전면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②조종사의 비행착각? = 기체결함 외에 또 다른 가능성으로 제기되는 것이 '비행착각'과 같은 조종사의 실수다. '비행착각(Vertigo)'이란 전투기나 항공기 조종사의 착시 현상을 말한다. 야간 비행 도중 하늘과 바다를 구분하지 못해 종종 바다를 향해 뛰어드는 사고도 조종사의 비행착각 때문에 일어난다.

군 당국은 사고 전투기에 탑승한 조종사들이 실수로 비행착각을 일으킨 게 아니냐는 추측도 하고 있다. 하지만 최신 전자장비를 탑재한 전투기 조종사들이 비행착각을 일으켰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약하다는 지적도 있다.

공군 발표에 따르면 주조종사인 김성대(36) 중령은 미국에서 비행적응훈련까지 받고 돌아와 F-15K 비행 교관을 맡을 정도의 베테랑이다. 이재욱(32) 소령 역시 1000여 시간이 넘는 비행기록을 갖고 있다.

공군의 최정예 전투기 조종사 두 명이 한꺼번에 비행착각을 일으켰을 리 없다는 게 일부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또 F-15K는 전자헬멧 등 비행 착각을 방지하기 위한 최신 장비가 장착돼 있어 가능성이 적다는 주장이다.

③특수한 상황에서의 공중폭발? = 일부에서는 사고 전투기가 훈련 도중 특수한 상황에서 공중폭발을 일으켰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공군 발표에 따르면 전투기 조종사들은 사고 직전 차분한 목소리로 다른 전투기와 '임무종료'를 교신한 뒤 갑자기 사라졌다. 조종사들이 미처 탈출하지 못한 채 추락 사망한 이유도 갑작스런 사고가 일어났기 때문이라는 점에서 공중폭발 역시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

하지만 전투기가 갑작스런 폭발을 일으켰다면 다른 전투기 조종사들이 못봤을 리 없다는 주장도 있다. 더구나 야간훈련이었으므로 불꽃은 더 멀리서 더 선명하게 보였을 수 있다. 한 군사전문가는 "주간에는 전투기 간격이 1만 피트 이상 멀어져도 알아볼 수 있다"며 "야간에는 가시거리가 떨어지지만 불꽃이 일어날 경우 더 잘 보여 다른 전투기가 못 볼 이유가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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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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