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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후 1시 한나라당 대구시당사 앞에서 '활동보조인서비스 제도화 쟁취를 위한 전국총력결의대회'가 개최됐다.
7일 오후 1시 한나라당 대구시당사 앞에서 '활동보조인서비스 제도화 쟁취를 위한 전국총력결의대회'가 개최됐다. ⓒ 위드뉴스
대구시청 정문 앞에서 22일째 노숙농성을 진행하고 있는 대구중증장애인생존권확보연대(상임대표 박명애) 소속 중증장애인 20여명과 장애인 부모 등 30여명이 활동보조인서비스 제도화를 요구하는 집단 삭발식을 가졌다.

7일 오후 1시 대구중증장애인생존권확보연대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준)(공동준비위원장 박경석, 아래 전장연) 소속회원 200여명은 한나라당 대구시당사 앞에서 '활동보조인서비스 제도화 쟁취를 위한 전국총력결의대회'를 개최하고, 활동보조인서비스 제도화를 위한 집단 삭발 및 삼보일배 행진을 진행했다.

“활동보조인서비스 제도화, 중증장애인의 절박한 생존 요구이다.”

왼쪽부터 김보건 간사, 박경석 공동준비위원장, 권태훈 사무총장.
왼쪽부터 김보건 간사, 박경석 공동준비위원장, 권태훈 사무총장. ⓒ 위드뉴스
이날 대구중증장애인생존권확보연대는 "활동보조인서비스 제도화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중증장애인의 절박한 생존의 요구이며, 이를 제공할 수 있도록 제도화하는 것은 대구시의 의무"라고 밝히고 결의대회를 시작했다.

김보건 밝은내일회 간사는 이날 결의대회에서 "중증장애인들은 활동보조인이 없으면 하루 종일 화장실도 못 가고 참아야 한다"며 "비장애인들은 하루 종일 얼마나 참을 수 있냐"고 말했다.

이어 김 간사는 "중증장애인들은 활동보조인이 없으면 화장실도 가지 못하고 실수를 하는 일이 빈번하다"며 "어떻게 이렇게 평생을 살아가야 하냐"고 호소했다.

또 김 간사는 "중증장애인들의 이러한 현실에도 예산핑계를 대며 활동보조인서비스 제도화 약속을 하지 않는 것에 대해 말문이 막힐 뿐"이라며 "중증장애인들이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 반드시 활동보조인서비스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박경선 전장연 공동준비위원장은 "얼마 전 김포의 한 시설에서 장애인 6명이 약물로 인해 사망하고, 여성들이 성폭력 당한 사실이 밝혀졌는데도 이 세상은 하루 반짝 떠들어대고 말았다"며 "시설에서 이러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데도 보건복지부는 앞으로 몇 년 동안 200여개의 시설을 더 확충하겠다는 계획만을 세우는 것이 대한민국의 현실"이라고 비난했다.

박 공동준비위원장은 또 "얼마 전 그 동안 장애인이동권 투쟁에 함께 했던 40대 후반의 한 장애인이 지하철에 뛰어들어 목숨을 버렸다"며 "그가 목숨을 버린 이유는 시설에 가고 싶지 않아서, 가족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아서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가 투쟁하지 않는다면, 이 자리의 누군가는 또 지하철에 뛰어들어야 할지 모른다"며 "활동보조인서비스를 권리로 인정받고, 지역사회에서 당당하게 살아가기 위해서 목숨 바쳐 싸워보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발언에 나선 권태훈 희망사회당 대구시위원회 사무총장은 "활동보조인서비스를 요구하는 것은 중증장애인들의 생존권 요구"라며 "인간답게 살기 위한 기본권임에도 '장애인들은 요구만 하냐'고 발언하는 한나라당은 각성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권 사무총장은 이어 "지하철을 만들고, 넓은 도로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냐,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 주는 것이 중요하냐"며 "이것은 가치의 문제이지, 예산이 없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핑계"라고 지적했다.

활동보조인서비스 제도화 위해 31명 집단 삭발... 삼보일배 행진

이날 중증장애인과 장애인부모 31명이 집단 삭발식을 진행했다.
이날 중증장애인과 장애인부모 31명이 집단 삭발식을 진행했다. ⓒ 위드뉴스
결의대회에 이어 대구중증장애인생존권확보연대 소속 중증장애인 20여명과 장애인부모 등 31명의 집단 삭발식이 진행됐다. 삭발식이 진행되는 동안 삭발식에 참가한 장애인과 장애인부모들의 편지글 낭송이 있었다.

김봉조 대구사람자립생활센터 운영위원은 "나의 머리카락이 잘려 나갈 때마다 내가 받아왔던 차별과 그리고 지금 모든 장애인들의 차별이 잘려 나가는 것 같다"며 "이 삭발을 통해서 그 동안 활동보조인제도화를 위해 열심히 싸워준 우리 동지들 얼굴이 생각나고, 오늘 삭발을 하는 모든 동지들이 나와 같은 생각으로 모였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함께하는장애인부모회의 이순화씨는 "내 아이를 살릴 수 있는 길이라면 이까짓 머리는 수천번도 더 자를 수 있고, 내 아이를 살릴 수 있는 길이 이 자리에서 죽는 것이라면 저는 기꺼이 할 수 있다"며 "왜 이렇게 까지 내 아이의 권리를 찾기 위해 비참한 행동을 해야 하는지, 이 현실이 너무나 원망스러울 뿐"라고 울분을 토했다.

삭발식에 이어 장애인부모들은 소복을 입고 활동보조인서비스 제도화를 염원하는 삼보일배 행진을 진행했다.

이들은 "활동-보조-쟁취-투쟁"라는 구호에 맞춰 한나라당 대구시당사 앞을 출발해 대구시청을 향해 삼보일배 행진을 이어나갔다. 이날 저녁 7시경 김범일 한나라당 대구시장 당선자의 선거운동캠프가 있는 범어네거리 부근에서 도착해서 삭발한 머리카락을 태우고 이날 결의대회를 마무리했다.

이날 삭발식에 이어 장애인부모들은 소복을 입고 활동보조인서비스 제도화를 염원하는 삼보일배 행진을 진행했다.
이날 삭발식에 이어 장애인부모들은 소복을 입고 활동보조인서비스 제도화를 염원하는 삼보일배 행진을 진행했다. ⓒ 위드뉴스
한편, 대구중증장애인생존권확보연대가 지난 5월 18일부터 대구시청 정문 앞에서 무기한 노숙농성을 벌이고 있는 농성장이 8일 오전 10시경 경찰에 의해 강제 철거됐다.

남병준 전장연 활동보조인서비스제도화 투쟁위원은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오늘 오전 10시경 경찰이 시청 건너편 주차장에 천막을 설치하고 농성단에게 이동을 요구했다"며 "농성단이 계속 이동을 거부하자 강제로 농성장을 철거하고 농성단을 건너편 주차장으로 이동시켰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현재는 다시 농성단이 시청 정문 앞에 모여 경찰과 대치하고 있는 중"이라며 "오늘 이번 사태에 대해 대책회의를 한 뒤, 내일 기자회견을 갖고 앞으로 더 강력한 투쟁을 전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구중증장애인생존권확보연대는 ▲활동보조인서비스를 중증장애인의 권리로 인정하고 예산을 확보해 제도적으로 보장 ▲중증장애인에 대한 즉각적인 실태조사 ▲활동보조인서비스 제공에 따른 기준 마련 ▲활동보조를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중증장애인들에게 즉각 활동보조인 파견 등을 요구하면서 무기한 노숙농성을 강행해 왔다.

또 이들은 김범일 한나라당 대구시정 당선자가 장애인 비하발언을 한 것에 대해 지난 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한나라당 지방자치단체 당선자 약속실천 다짐대회'에서 기습시위를 벌이는 등 공개사과와 함께 활동보조인서비스 제도화 약속을 요구하면서 항의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윤보라 기자는 장애인인터넷신문 <위드뉴스>(www.withnews.com) 기자이며, 이 기사는 <위드뉴스>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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