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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오전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이 헌법재판소의 시각장애인 안마사 자격 위헌 결정에 항의하며 마포대교에서 10여일째 농성중인 시각장애인들을 만났다. 유 장관이 권인희 안마사협회비대위 위원장(왼쪽)과 농성자들을 만나 얘기를 나누고 있다.
8일 오전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이 헌법재판소의 시각장애인 안마사 자격 위헌 결정에 항의하며 마포대교에서 10여일째 농성중인 시각장애인들을 만났다. 유 장관이 권인희 안마사협회비대위 위원장(왼쪽)과 농성자들을 만나 얘기를 나누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이 농성 현장에서 대표자와 면담을 하는 가운데 시각장애인들이 '살려달라'며 울부짖고 있다.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이 농성 현장에서 대표자와 면담을 하는 가운데 시각장애인들이 '살려달라'며 울부짖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유시민 보건복지부장관은 8일 오전 시각장애인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는 서울 마포대교 농성장을 찾아 시위 중단을 호소했다. 헌재의 '안마사 자격조항 위헌' 판결에 항의하는 시각장애인들은 마포대교를 점거하고 14일째 농성을 벌이는 중이다.

이날 오전 9시 20분께 마포대교 농성장을 방문한 유 장관은 권인희 대한안마사협회 비상대책위원장을 만나 "건강이 걱정돼 나왔다"며 시위를 중단해 줄 것을 호소했다.

유 장관은 "시각장애인들의 시위는 저 뿐만 아니라 국민들의 근심이기도 하다"며 "오늘 정도에서 (농성을) 정리하시고 다음 단계에서 협의하도록 하자"고 설득했다.

유 장관은 또 "헌법재판소의 판결 때문에 독점권은 주지 못하더라도 사실상 정부 입법안에서 많은 (안마사) 일자리를 시각장애인들이 갖도록 노력하겠다"며 "시각장애인들이 전문 직업인이나 의료인으로서 자부심과 명예를 갖고 일하도록 조치하겠다"고 거듭 말했다.

8일 오전 서울 마포대교 난간에서 시각장애인들이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항의하며 10여일째 농성을 벌이고 있다.
8일 오전 서울 마포대교 난간에서 시각장애인들이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항의하며 10여일째 농성을 벌이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하지만 시각장애인들은 농성 풀기를 완강하게 거부했다. 권 위원장은 유 장관의 호소에도 "우리 회원들은 사(死)와 활(活)이라는 두 갈래 길을 앞에 두고 있다"며 "우리도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답했다.

농성을 주도하고 있는 박학성(39·안마사협회 경기지부 지도분과위원)씨도 "사람이 곤경에 처하면 어떤 식으로든 방법을 찾는데 우리는 어떤 방법도 없다"며 "국민들에게 죄송한 마음 금할 수 없지만 생존이 달려 있는 문제라 어쩔 수 없다"고 주장했다.

유 장관이 비대위 관계자들과 대화를 하고 있는 동안 농성 중이던 여성 시각장애인들이 "우리는 안마 없이 살 수 없다"고 외치며 몰려들었다. 이들은 유 장관을 향해 "장관님, 살려주십시오!"라고 수차례 울부짖기도 했다.

보건복지부와 대한안마사협회는 지난 1일 안마사 자격과 관련한 '의료법개정 실무협의회'를 구성해 법안 개정을 협의 중이다. 하지만 안마사협회가 요구하는 입법안이 헌재 판결에 배치되는 점이 많아 협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유 장관도 헌재 판결을 뒤집을 수는 없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유 장관은 권 위원장을 만난 자리에서도 "헌재 결정은 헌법과 같은 위력이 있다"며 "법을 어떻게 바꾸든 헌재의 위헌 결정은 받아들여야 하고 정부가 이를 무시하는 대체입법을 하기는 어렵다"고 난색을 표했다. 이어 유 장관은 "예전처럼 시각장애인들이 안마사로 일할 수 있도록 폭넓게 하는 것이 정부가 실질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유 장관은 약 30분간 시위 중단을 설득했지만 별다른 소득을 얻지 못한 채 오전 9시 50분께 마포대교 농성장을 떠났다.

한편 마포대교 여의도 방향 교각 위에는 6명의 시각장애인들이 플래카드를 걸어놓은 채 계속해서 농성을 벌이는 중이다. 이와 별도로 시각장애인청년연합회는 오는 10일 서울 마로니에공원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 계획이다.

마포대교 아래쪽 농성장으로 통하는 철제계단 입구에서 시각장애인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마포대교 아래쪽 농성장으로 통하는 철제계단 입구에서 시각장애인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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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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