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환해지는 바다. 환해지는 아이의 마음이 다가오는 햇살을 재촉합니다.
환해지는 바다. 환해지는 아이의 마음이 다가오는 햇살을 재촉합니다. ⓒ 양지혜
파란 하늘에서 햇살이 하얗게 쏟아지는 꿈을 꾸던 밤. 우리는 바다가 부르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한달음에 달려간 바다. 멀리 보이는 수평선에선 유리 같은 햇살이 피어오르고 있었습니다. 햇살은 순간순간 검은 하늘을 걷어내고 붉은 색을 지워가며 아침의 빛으로 태어났습니다.

아이의 가슴 가득 바다처럼 아름다운 푸른빛이 넘실 거립니다.
아이의 가슴 가득 바다처럼 아름다운 푸른빛이 넘실 거립니다. ⓒ 양지혜
'반짝반짝' 물결 위를 떠도는 빛의 조각들 속에 바다는 온통 은빛으로 출렁이고, 속닥거리는 모래알들의 수다 속에 조개껍질은 밤새 어둠과 물결에 젖은 몸을 슬그머니 햇살 속으로 내밀었습니다. 싱그럽게 하루를 펼쳐내는 아침 바다에 우리들 가슴까지 환하게 열렸습니다.

하얀 조개껍질 속에는 조개의 옛이야기가 가득 하겠지요?
하얀 조개껍질 속에는 조개의 옛이야기가 가득 하겠지요? ⓒ 양지혜
파란 물결은 영원을 닮은 몸짓으로 거듭 밀려들며 햇살에 가벼워진 몸을 하얀 거품으로 부풀렸습니다. 보송해진 모래알은 나른하게 늘어져 물결에 모든 것을 맡긴 채 속절없이 몸을 뒤채고, 하늘을 날던 갈매기는 무료함을 못 견디겠다며 자신의 발자욱을 모래밭에 콕콕 찍어댑니다. 아이는 햇살 틈새로 손을 내밀고 바다친구들과 첫인사를 나눴습니다.

한정 없는 고요한 시간 속에 바다는 틈틈이 색을 바꾸기 시작합니다. 구름 한 송이에 그림자를 띄우고, 햇빛 한줌에 색을 날렸습니다. 그리고 짙어지고 옅어지며 바다는 파랗고 푸르게 투명한 5월의 마지막을 저장합니다.

바다가 들려주는 이야기. 그 속에서 꿈을 찾고 있습니다.
바다가 들려주는 이야기. 그 속에서 꿈을 찾고 있습니다. ⓒ 양지혜
빛이 휘감던 자리에 어느새 바다소리까지 들어섭니다. 귀를 쫑긋 세우곤 소리가 들리는 곳을 찾아 봅니다. 바다가 전해주는 이야기가 시작 되었습니다.

아픈 시간은 뒤 돌아 보지 않기를 소망 합니다.
아픈 시간은 뒤 돌아 보지 않기를 소망 합니다. ⓒ 양지혜
스르르, 촤르르. 깊고 너른 바다를 감으며 밀려들고 나가는 파도의 노랫소리. 조개껍질에 묻어 있는 조분한 물결소리. 아이의 종아리에 감겨드는 물거품이 소곤거리는 소리. 내 아이 여린 가슴에 '뾰로롱' 희망이 솟는 소리. 포실한 햇살이 서늘한 내 가슴을 다독이는 소리. '사각사각' 모래알이 미움을 털어내는 소리. 이제는 날아야 한다고 나직나직 종알대는 갈매기의 날갯짓소리. 아이의 호기심이 '콩당콩당' 설레는 소리.

한뼘씩 쌓아가는 모래성처럼 아이의 꿈도 그렇게 쌓여 가겠지요.
한뼘씩 쌓아가는 모래성처럼 아이의 꿈도 그렇게 쌓여 가겠지요. ⓒ 양지혜
나는 바다와 아이가 나누는 대화에 귀를 열었습니다. '도란도란' 파란 물에 젖어가며 나누는 대화가 뽀얀 햇살 아래, 어느덧 은빛 밀담이 되어 갑니다. 저만치 검은 갯바위 뒤에서 살랑이며 날아든 미풍도 수줍게 그들의 이야기 속에 들어서고, 아이의 온 몸엔 어느덧 바다의 파란 물이 깊이깊이 들어갔습니다.

흉터지지 않는 삶,  아름다운 이야기만 점점이 쌓여가는 바다를 기억하길.
흉터지지 않는 삶, 아름다운 이야기만 점점이 쌓여가는 바다를 기억하길. ⓒ 양지혜
그즈음입니다. 잃었던 길을 찾은 듯 아이의 가슴 속 아픔의 얇은 껍질을 벗어난 희망이 오롯이 일어섰습니다. 바다를 머금은 모래밭이 바다를 닮아 은빛이 되었고, 아이의 배시시한 웃음도 은빛을 반사합니다. 화사한 5월의 마지막 바다는 눈이 부셨습니다.

마음껏 펼쳐질 꿈들을 바다는 그대로 담아 주었습니다.
마음껏 펼쳐질 꿈들을 바다는 그대로 담아 주었습니다. ⓒ 양지혜
유리알 같은 햇살 속에서, 하얀 모래밭에서, 파란 물결에서 아이는 가슴을 적시고 뺨을 물들였습니다. 그랬습니다. 살아서 넘실거리는 바다에서는 모든 것이 춤추고 환하게 빛나고 있었습니다. 아이는 바다와 손을 꼬옥 잡은 채, 세상을 그득 채우는 투명하고 아름다운 빛을 못 견뎌하며 고스란히 바다 속에 스며들었습니다.

'찰랑찰랑' 넘칠 듯, 가슴 가득 바다를 담고 돌아오던 길, 하늘을 이고 있는 바다는 기막히게 푸르렀고, 바다를 품은 하늘은 하염없이 맑고 파랬습니다.

덧붙이는 글 | 가진항 옆의 공현진 옵바위는 아름다운 일출을 볼 수 있는 곳입니다. 고성과 간성을 가는 사이에 있습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