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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31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이 압승한 가운데 박근혜 대표가 1일 오전 염창동 당사에서 확대당직자회의를 주재하기 위해 이재오 원내대표, 허태열 사무총장 등과 함께 회의실에 들어서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지방선거가 끝났다. 결과는 모두가 다 아는 것이다. 문제는 그 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앞으로 어떻게 해 나가느냐이다.

언론은 모두 시ㆍ도지사 선거결과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지역에서 풀뿌리 시민운동에 참여해 온 입장에서는, 주민들과 가장 밀접해 있는 기초지방의원 선거결과를 유심히 들여다보게 된다.

오늘 아침 이메일을 열어보니, 경기도 어느 지역에서 무소속 시민후보로 출마했던 쪽에서 이메일이 와 있다. 무소속 시민후보로 나간 사람이 현역 시의원(기초의원)임에도 불구하고 낙선했단다. 한나라당이 그 선거구에 배정된 2명의 기초의원을 싹쓸이했다는 내용이다.

그 지역에서, 그리고 다른 지역에서 출마했던 다른 대부분의 무소속 시민후보들도 낙선했다고 한다. 이번에 낙선한 사람들은 내가 아는 어떤 기초지방의원보다도 성실하게 의정활동을 했던 사람들이다. 절망의 느낌들이 절절이 이메일 속에 묻어난다.

신문 1면 '한나라당 압승'보다 더 가슴 아픈 것은

신문 1면을 장식하고 있는 '한나라당 압승'보다도 더 가슴이 아픈 것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풀뿌리 민주주의의 실현을 위해 열심히 활동해 온 사람들이 좌절하고 절망하는 것이다. 전국 여러 지역에서 무소속 시민후보들이 대부분 낙선한 것을 보면서, 풀뿌리 민주주의의 미래는 있는지 스스로 묻게 된다.

정당공천제의 폐해는 이번 선거를 통해 드러났다. 기초지방의원까지 정당공천제를 한 것은 무소속 시민후보들에게 치명타였다. '2-가'만 받으면 지역사회에서는 전혀 무명인 후보도 당선이 어렵지 않았다. 선거운동을 열심히 할 필요도 없었다. 누가 풀뿌리 생활정치에 적합한 후보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정당공천제는 이번 기초지방의원 선거의 가장 큰 변수였다. 거세게 몰아친 한나라당 바람은 기초지방의원 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노무현 정권에 대한 실망이 진보-개혁세력 모두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진 측면도 있다. 민주노동당이나 시민단체출신 후보를 보는 눈이 예전같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물론 민주노동당이나 시민운동이 얼마나 지역에 밀착해서 활동해 왔는지는 평가해 보아야 한다. 특히 이번에 울산 북구와 동구에서 민주노동당 구청장 후보가 낙선한 것에 대해 민주노동당은 원인을 잘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단지 한나라당 바람 때문인지, 아니면 지역에서의 일상적인 정치활동에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 스스로 평가해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좀더 본질적인 문제는 없을까? 필자는 단지 이번 선거만이 문제가 아니라, 전반적으로 지역사회의 흐름이 보수일변도로 가고 있는 것을 우려한다. 개발에 대한 욕구, 경쟁에 대한 맹신이 주민들의 생각을 사로잡고 있어서 풀뿌리 시민운동을 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 5·31 지방선거에 투표하기 위해 줄지어 선 유권자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중앙 정치의 광풍... 풀뿌리 민주주의에 희망은 어디에

지역에서는 구호나 슬로건보다는 주민들이 어떤 정보를 얻고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그리고 다른 주민들과 어떤 이야기들을 주고받는지가 중요하다. 일상적으로 주고받는 이야기속에 새로운 변화의 싹이 보이지 않을 때에 희망을 찾기가 어렵게 된다. 땅값, 집값이 주민들의 최우선적인 관심사일 때에, 그리고 지역공동체보다는 내 아이나 내 가족의 이익이 우선일 때에 희망을 찾기는 어려워진다.

어젯밤 필자가 6년째 살고 있는 경기도 과천에서도 기초의원 선거결과가 나왔다. 지역의 시민사회운동이 힘을 모은 결과 무소속 시민후보 1명과 민주노동당 소속 후보 1명이 당선됐다. 정원 7명의 시의원중에 2명을 차지하게 됐다. 이것은 지난 몇 년간 지역에서 풀뿌리 시민운동에 참여해 온 여성들이 적극적으로 나서고, 많은 자원봉사자들이 발로 뛴 결과이다.

그렇지만 기뻐할 수만은 없다. 오늘의 이 결과가 앞으로 유지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솔직히 자신이 없다. 개발과 경쟁, 그리고 보수기득권 정치의 광풍 앞에서 풀뿌리 시민운동의 존재는 아직 미약하기만 하다.

어쨌든 오늘 절망의 이메일을 보내온 분에게 답장을 써야겠다.

"그래요. 저도 오늘은 절망스럽네요. 풀뿌리민주주의를 믿고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노력해 왔지요. 오늘의 결과는 우리의 노력이 헛된 꿈을 좇는 것처럼 보이게 하네요. 그렇지만 사람 속에서 변화를 만들어내고 사람 속에서 희망을 만들어내는 것 외에 다른 대안을 찾을 수도 없네요. 원론적인 것은 알지만, 이번 선거결과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다시 지역주민들 속으로 들어가는 수밖에 없는 것같습니다. 비록 주민들 때문에 힘들고 지치고 절망스러워도 우리에게 다른 대안은 없는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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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법률센터 농본 대표,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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