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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음악큰잔치(구 국악축전) 시동을 알리는 송축공연에서 비나리를 하는 이광수 명인
나라음악큰잔치(구 국악축전) 시동을 알리는 송축공연에서 비나리를 하는 이광수 명인 ⓒ 김기
전통음악의 대중화, 세계화에 기여하기 위해 복권기금의 지원을 바탕으로 작년까지 두 해 동안 진행해온 국악축전이 작년 문예진흥원이 문화예술위원회로 전환하면서 대대적인 변모를 꾀하고 있다. 우선 명칭부터, 축제를 이끌어오던 사람들까지 모두 바뀌었다.

조직위원회가 추진위원회로 바뀌면서 추진위원장은 예술위원회 전통분과 한명희 위원이 맡았으며, 예술감독직은 폐지되고 대신 추진본부장이 신설되어 그 자리에는 중앙대 최상화 교수가 선임되었다.

나라음악큰잔치는 지난 두 번의 국악축전의 운영과 방향에 대한 비판적 시각에서 새로운 변모를 꾀하고 있다. 국내적으로는 대중음악과의 상업적 결합을 배제하고, 국악 본연의 정서와 문화적 감동을 국민들에게 전달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국외적으로는 우선 새로운 실크로드 문화시대를 선도해 갈 중추적 문화중심으로써의 축제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나라음악큰잔치 송축공연 첫 연주인 국립국악원 정악단의 보허자 연주장면
나라음악큰잔치 송축공연 첫 연주인 국립국악원 정악단의 보허자 연주장면 ⓒ 김기
나라음악큰잔치는 우선 지난 20일 옛 국사당 터 부근에 자리잡은 남산 봉수대에서 제를 마련하여 축제의 시작을 하늘에 고하는 행사를 가졌고, 29일은 본격적인 나라음악큰잔치의 시동을 알리는 송축공연을 열었다.

우리나라 국악의 본산인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거행된 이날 송축공연에는 김병익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 문화부 장관을 대신해서 최대용 예술국장, 국립국악원 김철호 원장 등이 참석하였다.

국립국악원 정악단의 보허자 연주로 시작된 이날 송축 공연은 국악으로써 만들 수 있는 가장 높은 수준의 공연을 보여주었다. 11분 정도 진행된 보허자는 "여린 버드나무 가지에 맑은 바람이 부는 봄날, 아름다운 잔치를 베푸나니 조정과 백성들이 맑은 마음으로 편안한 삶을 누리기를, 그리고 하늘의 음악이 천하에 울려퍼지기를 기원"하는 내용이다. 그 자체로 나라음악큰잔치의 뜻과 의도를 담고 있는 음악이다.

이어서 민속음악의 대가들이 모여 연주한 시나위. 시나위는 무속음악에서 기원하여 즉흥성 짙은 기악합주곡이다. 구음 안숙선, 대금 이생강, 장구 김청만, 피리 최경만, 아쟁 박종선, 가야금 지성자, 거문고 김무길, 징 한세현, 해금 홍옥미 등 최고의 연주가들이 요즘 그 빛을 잃어간다는 우려를 낳고 있는 민속음악의 농익은 흥취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이어 인간문화재 박병천 선생의 북춤이 이어졌다.

민속음악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시나위합주
민속음악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시나위합주 ⓒ 김기
이어 이날 송축공연의 절정을 이룬 비나리와 판굿 큰 마당이 벌어졌다. 비나리 하면 떠오르는 사람. 이 시대 최후의 노름마치라 일컫는 이광수 명인의 비나리가 청중들의 심금을 쥐락펴락하였다.

하늘에 고하는 듯하면서도, 함께 한 모든 국민들에게 우리음악의 소중함을 다시금 일깨우고자 하는 음악인의 간절한 소망이 깃들어 있는 듯 했다. 비나리 직전에 젊은 국악 퓨전밴드인 '푸리'가 판소리 적벽가 중 자룡 활쏘는 대목을 다양한 타악기와 신디사이저 등과 접목해 연주했다. 이곡은 신작 명곡으로 꼽히고 있다.

그렇게 비나리와 푸리의 협연까지 마치고는 이광수가 이끄는 민족음악원과 전통무용가 진유림의 설장구가 축제의 흥겨움을 한껏 드높였으며, 이어 민족음악원 풍물반주에 얹은 중앙무용단의 부채춤은 여린 여성들의 춤과 강한 풍물의 리듬이 절묘하게 어우러지면서 관객들의 뜨거운 환호를 받았다. 그야말로 판굿의 진면목을 보여주었다.

시나위 합주 중 구음하는 안숙선 명창, 장구 김청만 명고 등
시나위 합주 중 구음하는 안숙선 명창, 장구 김청만 명고 등 ⓒ 김기
판굿을 벌인 이광수, 진유림, 민족음악원, 중앙무용단 전원은 연주의 마무리를 자연스럽게 예악당 바깥 너른 마당으로 인도하였다. 지난 남산 행사 때부터 등장된 나라음악큰잔치의 의미를 담은 만장들이 국립국악원 잔디밭을 에워싸고 있어 진풍경을 자아냈고, 떡과 전통음료들이 마련되어 참석한 관객들의 옅은 시장기를 달래주기도 하였다. 그 다과회장에서 한명희 위원장과 참석자들이 나라음악큰잔치의 성공을 기원하는 건배로 이 날 행사는 무사히 마쳤다.

지난 두 번의 국악축전과 차별성을 추구하는 나라음악큰잔치가 계획하는 사업 중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세중굿 운동'이다. 세중굿 운동이란 세마치, 중모리, 굿거리 등 우리날 장단의 대표적인 것들을 말하는 것으로, 나라음악큰잔치의 국내적 목표로 온 국민들이 적어도 이 세 장단은 탱고나, 왈츠 리듬을 알 듯이 친숙하게 만들겠다는 포부이다.

물론 그것이 올해 당장 달성할 목표는 아니다. 올해 조금, 그리고 내년에는 그보다 좀 더 많이 운동의 성과를 담아가겠다는 것이다. 그 전위에 국악동아리와 퓨전국악연주단을 내세울 계획이다.

박병천 명인의 진도북놀이
박병천 명인의 진도북놀이 ⓒ 김기
국외적으로는 '신 실크로드 문화시대'라는 개념을 통해 올해는 우선 몽골과 중국 양자강에서의 공연을 추진하고 있다. 또 몽골 초원지대에서는 영고대회를 열고, 적벽대전의 유적지에서 판소리 적벽가 공연을 연다는 것.

올해 나라음악큰잔치가 밝힌 바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 문화현상에 대한 다소 공격적인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타협보다는 적극적으로 개혁하겠다는 의지가 강해 보인다는 평이 많다. 나라음악큰잔치가 진단한 현재는 재미의 예술이고, 천격의 예술이고, 설익고 거품이 많고 표피적인 것이다. 해서 이러한 현상을 감동과 풍취의 농익은 문화로 나아가겠다고 한다.

국악계 원로학자인 권오성 한양대 명예교수는 "온국민이 감동할 수 있는 진정한 나라음악을 계기가 마련된 것으로 본다"고 평했다. 또 그는 한명희 위원장에 대해서도 "소모적인 축제가 아니라 우리음악의 진정한 가치를 추구하고, 그런 바탕에서 새로운 문화를 담아낼 수 있는 능력과 인식을 가지고 있다"고 치켜세웠다.

월드뮤직밴드 푸리의 공연 장면 '자룡 활을 쏘다'
월드뮤직밴드 푸리의 공연 장면 '자룡 활을 쏘다' ⓒ 김기
김철호 국립국악원장도 "자주 접해야 친해진다, 특정한 날 며칠 반짝하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몇 달을 걸쳐 꾸준히 국악을 중심으로 한 잔치가 벌어지게 되면 그만큼 국악이 국민들에게 친숙해질 것이다"며 "나라음악큰잔치가 발전을 거듭하여 일년 내내 국민들과 가까이 하는 온나라의 잔치가 되길 기원한다"고 바랐다.

새로운 변화를 꾀하는 나라음악큰잔치의 결과를 미리 점칠 수는 없다. 그러나 두 번의 예비 행사들을 지켜보면서 예전의 국악축전이 국악보다는 인기 대중가수들을 우대하면서 생겼던 국악인들의 소외감은 느끼지 않을 것 같다고 한 국악인은 말했다.

국립국악원 정악단
국립국악원 정악단 ⓒ 김기
전통무용가 진유림씨의 설장구 독무와 중앙무용단의 뷰채춤
전통무용가 진유림씨의 설장구 독무와 중앙무용단의 뷰채춤 ⓒ 김기
국립국악원 마당에서 끝 마무리를 하는 모습. 아래 사진은 한명희 위원장, 국립국악원장의 성공기원 건배
국립국악원 마당에서 끝 마무리를 하는 모습. 아래 사진은 한명희 위원장, 국립국악원장의 성공기원 건배 ⓒ 김기
지난 20일 남산 봉수대에서 나라음악큰잔치를 하늘에 알리고 성공을 기원하였다. 김덕수 사물패의 길놀이와 한명희 추진위원장의 축원문 낭독장면.
지난 20일 남산 봉수대에서 나라음악큰잔치를 하늘에 알리고 성공을 기원하였다. 김덕수 사물패의 길놀이와 한명희 추진위원장의 축원문 낭독장면. ⓒ 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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