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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1 지방선거가 다가왔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이번 선거의 최대 관심지역 중 하나인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한 유력 후보의 투표 하루 전날 움직임을 동행취재했습니다. 새벽부터 선거운동 마감인 밤 12시까지 각 후보들의 치열한 현장을 전달합니다. 이 기사는 강금실 열린우리당 후보의 현장입니다. <편집자주>
강금실 열린우리당 서울시장 후보가 30일 밤 마지막 유세인 명동유세를 마친 뒤 명동성당으로 향하고 있다. 강 후보 뒤로 1천여명의 지지자들이 `강금실`을 연호하며 뒤따르고 있다.
강금실 열린우리당 서울시장 후보가 30일 밤 마지막 유세인 명동유세를 마친 뒤 명동성당으로 향하고 있다. 강 후보 뒤로 1천여명의 지지자들이 `강금실`을 연호하며 뒤따르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30일 밤, 마지막 유세를 마친 강금실 후보는 72시간 마라톤 유세를 시작했던 명동성당 앞 마리아상을 다시 찾았다. 명동 입구 유세장에서부터 강 후보를 좇아왔던 700여명의 지지자들도 성당 들머리에서 촛불을 켜든 채 자리를 잡고 앉았다.

지지자들이 부르는 '아침이슬'을 들으며 강 후보는 열린우리당 의원 10여명과 함께 기도를 시작했다. 두 손을 가슴에 모아쥔 채 입술을 움직였지만 들리지는 않았다. 기도를 마치고 돌아선 그의 첫 마디는 "굉장히 기쁘다"였다.

다음은 강금실 후보와의 일문일답이다.

"시민들 속에 있는 삶 주신 것에 감사드렸다"

- 마지막으로 유세를 마친 소감은?
"굉장히 기쁘다. 저희가 말씀드리고 싶었던 진심, 시민들의 정치, 시민들이 주인되는 시정을 잘 공감해 주시고 같이 교감해주시고 기뻐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우리에게 희망이 있다는 것을 확신한다. 더 이상 패배감에 젖거나 좌절하지 말고 같이 일어나서 힘을 합쳐서 같이 서울을 바꿔나가야 한다."

- 어떤 기도를 했나?
"처음부터 끝까지 저의 사심을 버리고 제가 할 일이라고 믿고 시민들 곁에 있겠다는 맹세를 구체화하면서 여기까지 이르렀다. 이렇게 다시 태어난 삶, 시민들 속에 세상 속에 있는 저의 삶을 주신 것에 감사드렸다. 열정과 희망 버리지 않는 우리나라 국민들의 강한 의지, 다시 한 번 합심해서 기쁘고 행복한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

- 건강은 괜찮나?
"72시간 잠을 안 잔 것은 처음이라 어떨지 몰랐는데, 생각 밖으로 괜찮다."

- 오세훈 후보에게 할 말은 없나?
"할 말 없다."

- 선거운동 기간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무엇이었나?
"노량진 수산시장에 가서 상인들과 많은 얘기를 나눴는데, 너무나 지혜롭고 우리가 갖고 있는 문제를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서민들이 생활 힘들다는 하소연을 많이 한다. 정말 관심을 기울이고 문제를 해결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5신 : 31일 새벽 0시 50분]

마라톤 완주한 강금실 "진실이 통했습니다"


72시간 마라톤 유세를 하고 있는 강금실 열린우리당 서울시장 후보가 30일 밤 마지막 유세인 명동유세에서 의원들과 함께 춤을 추고 있다.
72시간 마라톤 유세를 하고 있는 강금실 열린우리당 서울시장 후보가 30일 밤 마지막 유세인 명동유세에서 의원들과 함께 춤을 추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이제 막 불이 붙었는데…."

30일 밤 10시경, 강금실 후보의 마지막 유세가 열린 명동 입구. 한쪽 켠에 서 있던 열린우리당의 한 의원이 안타까운 듯 연단을 바라봤다. 하늘을 향해 팔을 쭉쭉 뻗어 올리며 노래를 부르는 강금실 후보의 얼굴은 상기돼 있고, 무대 아래 3000여명의 지지자들은 목이 터져라 '강금실'을 연호했다. 그렇게 강금실 후보의 72시간 마라톤 유세는 절정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 장면 1. 울음 터뜨린 노점상 "저 후보 몇 번이에요?"

"여러분이 포기하지 않으면 강금실도 포기하지 않습니다."

오후 6시 40분경 삼성본관 앞 유세차량에 오른 임종석 의원의 말에 지지자들이 함성을 지르며 흥분했다. 무대에 오른 강금실 후보도 음악에 맞춰 제자리에서 펄쩍펄쩍 뛰기 시작했고, 퇴근길에 나섰던 100여명의 시민이 순식간에 차량 주변으로 몰려들었다. 강 후보의 얼굴은 지친 기색없이 웃음을 가득 머금고 있었다.

그의 유세는 늘 "사랑하는 시민여러분, 강금실입니다"로 시작해 "여러분과 끝까지 함께 가겠습니다"로 끝난다. 이번에는 새로운 내용이 추가됐다. "정치 경험 없는 제가 선거판에 뛰어들어서 많은 시민들을 만났고, 분노하고 울었습니다. 저를 이렇게 당당하게 키워준 분은 여러분입니다."

유세를 마친 강 후보는 다음 유세지인 종로 2가까지 걷기 시작했다. 만나는 시민들과 일일이 악수를 하고, 사진을 찍고, 사인을 해줬다. 다음 유세시간에 맞추기 위해 마음이 급한 강 후보였지만 구두수선점과 노점상은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었다.

시청 길 건너편에서 토스트와 김밥 등을 팔고 있는 배춘애(60)씨가 강 후보를 붙잡고 "힘 없는 영세민들을 잘 좀 봐주세요"라고 말하다가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강 후보도 "힘 내세요"라며 안쓰러운 표정으로 배씨의 손을 놓지 못한 채 그 자리에 멈춰섰다.

배씨는 "남편이 5급 장애인이다, 오죽했으면 길거리로 나왔겠느냐"며 "중구청과 시청에서 너무 심하게 (단속을) 한다"고 토로했다. 강 후보가 지나가자, 배씨는 눈시울을 닦으며 뒤늦게 운동원들에게 "저 후보가 몇 번이냐"고 물어봤다.

# 장면 2. 다리 절기 시작한 강금실 "마지막까지 질주하겠다"

강금실 열린우리당 서울시장 후보가 30일 밤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강금실 열린우리당 서울시장 후보가 30일 밤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낮에 삼겹살을 먹었던 강 후보는 저녁을 먹지 못했다. 참모진에 따르면 강 후보가 너무 피곤하고 속이 메스꺼워 끝내 밥을 넘기지 못했다고 한다. 강 후보는 광화문을 지나 종로로 접어들면서 오른쪽 다리를 약간 절기 시작했다.

종로 2가로 향하는 강 후보의 뒤로 100여명의 지지자들이 따랐다. 광화문 사거리에서 영화배우 명계남씨도 강 후보의 대열에 합류했다. 그러나 명씨는 "다른 언론에 악용될 수 있다"며 인터뷰를 극구 사양했다.

종로 2가 사거리 유세차량에 오른 강 후보는 언제 다리를 절었냐는 듯 음악에 맞춰 다시 힘차게 팔을 뻗어 올렸다. 그의 유세는 "(마라톤 유세가) 4시간 남았습니다, 마지막까지 질주하겠습니다"로 시작됐다.

# 장면 3. 3천개의 핸드폰, 지지 호소를 타전하다

저녁 8시 50분경 명동 입구 유세차량 앞. 강 후보를 기다리는 3천여명의 지지자들과 시민들이 유세차량에 시선을 집중시켰다. 임종석 의원이 마이크를 잡았다.

"바닥에 등 한번 붙이지 않고 강 후보는 여기까지 달려왔습니다. 여러분의 꿈이 깨지지 않는다면 강금실도 부서지지 않겠습니다. 강금실도 꺾이지 않겠습니다. 강금실을 지켜준 것은 여러분입니다. 여러분이 강금실입니다."

'와' 하는 함성과 함께 사람들이 강금실을 연호하기 시작했다. 임 의원의 말이 이어졌다.

"지금 이 순간 사랑하는 사람의 이름을 한 명씩 떠올리십시요. 그리고 강금실 후보가 시장이 되어야 하는 이유를 생각해주십시요. 다 됐으면 자 핸드폰을 꺼내 그 사람에게 전화를 걸어 그 이유를 말합시다."

강금실 열린우리당 서울시장 후보의 30일 밤 마지막 유세인 명동유세에 3천여명의 지지자들이 운집해 있다.
강금실 열린우리당 서울시장 후보의 30일 밤 마지막 유세인 명동유세에 3천여명의 지지자들이 운집해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순식간에 3천여개의 핸드폰이 명동 거리를 수놓았다. 기자가 서 있는 주변으로 전화를 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들려왔다.

"애경이니? 내일 1번 찍어!"
"현영아! 나야, 내일 선거날이잖아."
"내일 꼭 투표 하셔야 해요. 그리고 고모부 좀 바꿔주세요. 고모부? 내일 알죠?"

임 의원은 "투표가 끝나기 전까지 10명에게 전화를 하자"고 호소했다. 잠시 후 강금실 후보 홈페이지 지지글이 10만개가 넘었다는 소식을 전하자 참석자들은 다시 '강금실'을 연호하기 시작했다.

이계안 의원은 "사람들은 시간이 없다고 말하지만 그래도 우리에게는 기적을 이룰 2시간이 남았다"며 “강금실 후보가 시장이 되면 (의원직을 던지고) 경제 활성화를 위해 힘을 보태겠다"고 선언했다.

저녁 9시 25분경 강 후보가 대열을 가르고 유세차량에 올랐다. 강 후보의 첫마디는 "우리의 진실이 통했습니다"였다.

"정치에 뜻이 없던 제가 뛰어들었습니다. 뛰어들고도 망설였습니다. 그러나 여러분이 제가 할 일을 가르쳐주었습니다. 서울시장은 여러분의 심부름꾼입니다. 아무한테나 맡길 수 없습니다."

유세가 끝나자 참석자들이 곳곳에서 '꼭지점 댄스' 등 춤판을 벌였고, 분위기가 절정으로 치달았다. 마지막 유세를 마친 강 후보는 참석자들이 양쪽으로 늘어서서 만들어준 길을 따라 명동성당으로 향했다.

[4신 : 30일 오후 6시30분]

"우리는 맛이 갔는데, 강금실 후보는 오히려 더 기가 살았다"


72시간 마라톤 유세를 하고 있는 강금실 열린우리당 서울시장 후보가 30일 오후 구로디지털단지역 앞에서 유세를 마친뒤, `강 후보 건강이 걱정돼서 나왔다`는 시민과 손을 맞잡고 있다.
72시간 마라톤 유세를 하고 있는 강금실 열린우리당 서울시장 후보가 30일 오후 구로디지털단지역 앞에서 유세를 마친뒤, `강 후보 건강이 걱정돼서 나왔다`는 시민과 손을 맞잡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삼겹살로 기력을 회복한 것일까?

오후 2시 30분경 점심식사를 마치고 신도림역에 도착한 강금실 후보의 표정이 밝다. 강 후보를 발견하고 수줍어 뒷걸음치던 시민들이 강 후보의 손에 붙잡히자 "힘내세요"라고 한 마디씩 했다. 한 아주머니는 "서울시장이 되시면 일 많이 하세요"라며 격려했다.

청량리에 사는 김인희(69)씨는 "계속 TV 화면으로만 봤는데, 직접 보니까 반갑다"며 "여자분이라서 부정부패 없이 일을 잘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강 후보가 개찰구를 지나 역 안으로 들어서자 길을 가던 시민 50여명이 발을 멈추고 강 후보 주변으로 몰려들었고, 강 후도는 그들을 향해 연신 손을 흔들었다.

인천에 사는 백주원(29)씨는 강 후보의 모습을 핸드폰에 담았다. 백씨는 "남자가 많은 정치판에 들어와서 대단하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인상이 부드럽다"며 "핸드폰 사진은 두고두고 지인들에게 보여주며 자랑하겠다"고 쑥스러운듯 웃어보였다.

인터넷을 통해 강 후보가 신도림에 온다는 소식을 전해듣고 찾아왔다는 남병우(51·구로구)씨는 역내 화원에서 장미꽃 한 다발을 사서 강 후보에게 전했다. 남씨는 "열린우리당보다는 강 후보에 대한 호감이 많았다"며 "인생을 살아온 것이나, 운동권 남편의 빚까지 떠안고 사는 모습이 인간적으로 공감이 많이 됐다"고 말했다. 역시 강 후보의 홈페이지를 통해 유세 일정을 듣고 노량진에서 찾아온 조무현(31)씨는 노트에 강 후보의 사인을 받고 흐뭇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다음 행선지로 이동하기 위해 강 후보가 오른 차량 안에는 다른 지지자들로부터 받은 것으로 보이는 꽃다발이 3~4개 더 있었다.

강 후보와 함께 72시간 마라톤 유세를 벌이고 있는 우원식 열린우리당 의원은 "우리는 맛이 갔는데, 강 후보는 오히려 더 기가 살았다"며 탄성을 질렀다. 우 의원은 "밤에 서민들이 일하는 현장을 돌아본 강 후보가 '아, 이것이 꼭 해야 될 일이구나'라는 신념을 갖게 된 것 같다"며 "유세문도 자신이 본 구체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72시간 마라톤 유세를 하고 있는 강금실 열린우리당 서울시장 후보가 30일 오후 구로디지털단지역 앞에서 유세를 한뒤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72시간 마라톤 유세를 하고 있는 강금실 열린우리당 서울시장 후보가 30일 오후 구로디지털단지역 앞에서 유세를 한뒤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오후 3시 18분, 신도림역에서 먼저 차를 타고 어디론가 떠났던 이인영 열린우리당 의원이 어느새 오류역 앞 유세차량에 올라 열변을 토하고 있다. 우원식 의원이 "똥개도 자기 집에서는 반은 먹고 들어간다더니, 어디서 저런 힘이 나는 거야?"라며 의아해 하며 웃었다. 구로구는 이 의원의 지역구다.

이 의원의 목에 힘이 들어가는가 싶더니, 곧 갈라지는 듯한 목소리로 강 후보를 소개했다. 강 후보는 손을 번쩍 치켜들며 유세차량에 올랐다. "72시간 밤잠 안자고 마라톤 유세를 하고 있습니다. 이제 8시간 남았습니다." 강 후보의 유세가 시작됐다.

도로 건너편에 모여있던 지지자들이 박수를 치며 열광했다. 뒤편 건물 2층 한의원 창문으로 간호사 3명이 얼굴을 내밀고 핸드폰으로 사진 찍기 시합을 벌이고 있다.

100여명의 시민과 지지자들 머리 위로는 오세훈 한나라당 후보의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강 후보는 이들을 바라보며 연설을 했다. "서울시가 이대로 가다가는 사회가 분열됩니다. 반드시 고치고 바꿔야 합니다!" 목소리에 힘을 줬다.

임종석 "3일만 더 있었으면..."

이인영 의원이 다시 마이크를 잡고 열변을 토한다. 옆에서 지켜보던 임종석 의원이 "저 모습을 87년 6월 항쟁 이후 20년만에 처음 보는 것 같다"며 "목소리는 조금 변했지만, 팔 뻗는 것은 하나도 안변했다"고 한 마디 했다.

임 의원은 "3일만 더 있으면 좋겠다"며 "그동안 가려있던 강 후보의 진실이 선거 막판으로 오면서 국민들에게 표출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의원들은 그동안 강 후보를 외면했던 40~50대 중년층이 유세장에서 강 후보를 보기 위해 발길을 멈추는 현상에 잔뜩 고무된 표정이다.

오후 4시 10분경 구로디지털단지역 앞에서 유세를 마친 강 후보는 저녁 식사를 한 뒤 오후 6시 30분부터 시청 앞 삼성본관을 시작으로 막판 표 다지기에 나선다. 밤 8시30분에는 명동 신한은행 앞에서 마지막 유세를 할 예정이다.

강 후보는 "선거운동 마감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소감이 어떤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대꾸도 하지 않은 채 시민들을 향해 발길을 옮겼다.


[3신 : 30일 오후 2시 45분]

삼겹살 투혼... 62시간째


강금실 열린우리당 서울시장 후보가 출근하는 직장인들에게 인사하던중 비타민 음료를 마시고 있다.
강금실 열린우리당 서울시장 후보가 출근하는 직장인들에게 인사하던중 비타민 음료를 마시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꿀물 한 병과 비타민 음료 한 병. 떡 몇 조각 그리고 삼겹살 점심식사.

투표일을 하루 앞둔 30일 오전 강금실 열린우리당 서울시장 후보가 체력을 보충하기 위해 유세 도중 먹고 마신 것들이다.

72시간 마라톤 유세 중인 강 후보는 이틀 밤을 새운 탓에 아침 식사에는 밥 한 공기를 다 비우지 못했다고 동행한 박선숙 선거대책본부장이 전했다. 박 본부장도 "눈을 한 번 감으면 다시 뜨기가 힘들다"고 토로할 정도로 강 후보 선거팀은 육체적으로 지친 상태다.

이날 낮 12시 10분께 영등포역에 도착한 강 후보는 신세계백화점 앞 광장을 돌며 시민들과 악수를 나누며 한 표를 부탁했다. 한 시민이 준비한 보라색 꽃바구니를 든 강 후보는 유세차에 올라 율동으로 이같은 선물에 답하기도 했다. 강 후보는 자신의 이름이 들어간 노래를 따라불렀다.

매번 유세마다 "사랑하는 시민 여러분, 강금실입니다, 반갑습니다"로 말문을 여는 강 후보는 자신의 주요 공약인 교육·육아 문제 해결 등을 내세워 한 표를 호소했다.

강 후보는 "60시간 유세를 하면서 노량진 수산시장, 남대문 시장 등을 돌면서 여러 분을 만났다"며 "모두 '살기가 힘들다' '정치인들이 왜 해결해주지 않느냐'고 한 목소리를 냈다"고 전했다. 그는 "여성들은 아이낳기가 힘들어서 결혼을 피하고, 서민들은 내집 마련·노후대책이 어렵다고 말한다"며 "세계 10등 부자도시 서울이 왜 이렇게 됐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강 후보는 "정치의 주인은 바로 시민 여러분이다, 시민들이 직접 나서서 예산안도 만들고, 시정 감독도 하기 위해서 우선 투표를 참여해주실 것을 간절히 호소 드린다"고 덧붙였다. 강 후보는 유세를 마친 뒤 지하도로 내려가 상인들과 인사를 나눴다.

강 후보의 현장 유세에는 차량 다섯대가 움직인다. 강 후보와 박선숙 본부장 등 비서진 2명이 탄 7인승 RV차량 뒤로 의원들과 기자들이 이용하는 리무진 버스, 강 후보의 모습이 녹화된 전광판을 실은 노란색 유세차량, 선거 캠프에서 나온 비서진들이 타는 차 등이 뒤따르고 있다.

선거 캠프 관계자 10여명은 비디오카메라와 수첩 등을 손에 들고 강 후보의 일거수 일투족을 '현장 중계'하고 있다. 이들이 현장에서 전송한 소식들은 강 후보의 홈페이지 첫 화면에 그대로 업데이트된다.

경호원 2~3명도 강 후보 주위를 떠나지 않고 있다.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 피습을 의식한 듯 영등포역과 같이 시민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에는 어김없이 남녀 경호원들이 강 후보 주위를 둘러싸고 있다. 럭비공처럼 가게마다 들어가는 강 후보를 쫓느라 이들은 적잖이 애를 먹었다.

강 후보는 영등포역 유세를 마친 뒤 점심식사로 삼겹살을 먹은 것으로 알려졌다. 오후 2시 30분부터는 신도림역을 출발해 구로 디지털단지, 시청 앞 삼성본관을 거쳐 명동에서 촛불기도를 끝으로 마지막 유세를 마칠 예정이다.

강금실 열린우리당 서울시장 후보가 30일 오전 서대문구 영천시장에서 한 상인에게 인사하던중 쓴소리를 듣고 있다.
강금실 열린우리당 서울시장 후보가 30일 오전 서대문구 영천시장에서 한 상인에게 인사하던중 쓴소리를 듣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2신 : 30일 오전 11시 50분]

에너지 초절전 모드... 막판 전속력


30일 오전 11시 30분께 강금실 열린우리당 서울시장 후보는 머리를 말끔히 정리한 모습으로 독립문 영천시장 앞에 나타났다. 30분만 지나면 '마라톤 유세' 60시간째다.

화장도 고친 덕분에 새벽까지 입가에 또렷이 보이던 뾰루지도 어느새 감쪽같이 사라졌다. 오후에 있을 유세에 대비하기 위해 머릿속에 연설문도 정리하느라 예정보다 30여분 늦게 나타났다.

이틀 밤을 꼬박 새운 강 후보는 유세 외에는 거의 입을 열지 않고 있다. 시민들을 만나 "잘 부탁드린다", "감사하다"는 말 이외에는 기자들의 질문에 손짓으로 답할 뿐이다. 남은 마지막날 오후를 버티기 위해 에너지 '초절전모드'에 들어간 셈. 이날 아침 식사도 밥 한 공기를 다 비우지 못했다.

하지만 강 후보의 거리 유세는 여전히 강행군이다. 이날 오전 지하철 을지로 입구역에서 출근하는 직장인들과 수인사를 나눈 이후 곧바로 독립문 영천시장, 가양2동 임대아파트 단지 등을 둘러봤다. 신문 볼 틈도 없다는 강 후보는 선거운동 막판 전속력을 내고 있다.

"시민들과 악수하는 것보다 이야기를 더 듣고 싶다"며 거리 유세 도중 가게를 하나하나 들어가 보느라 보좌진들의 진땀을 빼기도 한다.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시간을 아껴야 하는데 강 후보의 '엉덩이'가 무겁기 때문.

강 후보는 영천시장 앞 유세에서 "서민들이 나서서 서울을 바꿔야 한다"며 "내일 투표에 꼭 참여해 서울을 방치하지 말아 달라"고 호소했다.

강금실 열린우리당 서울시장 후보가 30일 오전 서대문구 영천시장에서 한 시민과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던중 시민이 사진을 안찍겠다고 하자, 손을 흔들며 제지하고 있다.
강금실 열린우리당 서울시장 후보가 30일 오전 서대문구 영천시장에서 한 시민과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던중 시민이 사진을 안찍겠다고 하자, 손을 흔들며 제지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1신 : 30일 오전 9시 55분]

57시간째... 보좌하는 의원들이 더 "헉헉"


72시간 마라톤 유세를 하고 있는 강금실 열린우리당 서울시장 후보가 임종석 의원과 함께 30일 아침 현대 계동 사옥 앞에서 출근하는 직장인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72시간 마라톤 유세를 하고 있는 강금실 열린우리당 서울시장 후보가 임종석 의원과 함께 30일 아침 현대 계동 사옥 앞에서 출근하는 직장인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세수를 못 해 죄송합니다."(웃음)

강금실 열린우리당 서울시장 후보의 72시간 마라톤 유세에 동참하고 있는 김형주 의원은 30일 오전 종로구 계동 현대 사옥 앞에서 출근중인 직장인에게 악수를 청하며 너스레를 떨었다.

지난 27일 자정부터 시작된 강 후보의 마라톤 유세는 30일 오전 9시로 유세 57시간을 맞았다. 27일 저녁 일정까지 합하면 거리에서 보낸 시간은 60시간을 훌쩍 넘는 셈.

강 후보는 이동 중인 차에서 '쪽잠'을 청하며 사흘을 버티고 있다. 세수나 화장실 등은 이른 아침이나 유세 도중 근처 건물의 세면실을 이용하고 있다.

마라톤 유세가 지속될수록 강 후보를 보좌하는 의원들은 '죽을' 맛이다.

전날 유세에도 강 후보와 함께 한 김형주 의원은 "할 만한가?"는 기자의 질문에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웃음을 지어보였다. 김 의원의 두 눈은 이미 충혈돼 있었다. 캠페인 본부장을 맡은 임종석 의원의 양복 윗도리는 구김이 가득했다. 주변에서 "면도 좀 하시라"는 조언도 나왔다. 우원식 의원은 버스에서 잠시 눈을 붙이느라 현대 사옥 앞 유세에 결석했다.

번갈아가며 유세에 동참하고 있는 의원들의 상태와 달리, 강 후보는 말수가 조금 줄었을 뿐 밝은 표정에는 변화가 없었다.

강 후보는 유세 연설 이외에는 극도로 말을 아끼고 있다. 거리 유세 첫날 기자들을 만나면 "(같이 선거운동 다니니) 어떠세요?"라는 질문을 하며 반겼던 반면, 최근에는 기자들의 질문에 손짓으로 긍정과 부정을 표현할 뿐이다. 전날 선대본부장인 김영춘 의원이 "혈압 좀 재보자"고 3일째 밤을 샌 강 후보의 건강을 걱정했지만, 강 후보는 단호히 거절했단다.

강 후보는 투표 직전일인 이날, 새벽 1시부터 용답동 지하철 차량기지를 시작으로 청진동 해장국 골목, 동대문 신평화시장, 북창동 인력시장 등을 방문했다. 출근 시각인 오전 7시30분부터 계동 현대사옥 근처인 안국역(지하철 3호선) 앞을 지키며 직장인들을 맞았다.

버스로 강 후보의 뒤를 쫓던 의원들의 도착이 늦어지자 '나홀로' 유세 중이었던 강 후보는 주변을 둘러보며 "의원님들, 어디 가셨어요?"라고 묻기도 했다.

강금실 열린우리당 서울시장 후보가 아침식사를 파는 편의점에 들러 인사하고 있다.
강금실 열린우리당 서울시장 후보가 아침식사를 파는 편의점에 들러 인사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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