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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고 비치고... 올 여름 거리를 누빌 유행이다
짧고 비치고... 올 여름 거리를 누빌 유행이다 ⓒ 양지혜
'올 여름 유행은 뭐지?' '옷이 날개라잖아!'

여자들이 모이면 유행과 패션은 빠질 수 없는 감초고 수다의 중심이다. 특히 계절이 바뀌는 이즈음이라면. 지난주에는 뜻밖의 일로 유행패션의 시발점이라는 모여대 앞부터 시작해, 강남의 유명한 패션 거리를 며칠간 유심히 살펴 볼 기회가 주어졌다. '젊음'이 넘치는 거리는 한마디로 '아줌마 접근불가'였다.

더 이상은 짧아질래야 짧아질 수 없는 미니스커트. 젓가락처럼 가느다란 다리가 아니고는 입을 수 없는 스키니진. 원피스인지 블라우스인지 알 수 없는 짧은 원피스에, 속옷과 별반 다름이 없는 레이스와 비치는 옷감, 달랑 끈 하나로 이뤄진 상의. 그 모두의 공통된 트랜드는 '과감한 노출'이다.

하늘하늘 가느다란 끈의 상의와 30센티의 미니 스커트.
하늘하늘 가느다란 끈의 상의와 30센티의 미니 스커트. ⓒ 양지혜
딱 가릴 곳(?)만 가린, 긴 다리와 큰 키, 여린 몸매가 아니고는 불가능한 옷들이니, 유행이라고 어쭙잖게 흉내라도 냈다가는 그야말로 망신당하기 '딱'인 올 유행패션. 옷조차 몸매로 인한 '양극화의 도래'란 생각에 웃음이 절로 났다.

하지만 난, 아직은 현실적 나이와 무관하게 유행과 패션에 관심이 많은 '용감한 아줌마'란 사실. 그리고 비록 실행할 순 없다 해도 찬찬히 들여다보며, 톡톡(?) 튀는 개성을 살린 옷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할 것이란 생각에 올 '유행패션'에 대해 알아보고 나만의 패션 키워드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 그러나 '알아야 면장을 한다'는 말이 있지 않는가. 최소한 유행 패션 용어라도 알고 싶어 자투리 시간을 이용, 패션타운과 백화점을 둘러봤다.

누군가의 선택을 기다리는 수 없이 많은 옷들. 그러나 모든 옷가지가 가진 트랜드는 단 한마디로 '아슬아슬' '위태위태'다.

더 이상 짧아질 수 없는 미니스커트, 긴 청바지를 자른 '크롭 팬츠' 그 모두는 짧음의 미학이다.
더 이상 짧아질 수 없는 미니스커트, 긴 청바지를 자른 '크롭 팬츠' 그 모두는 짧음의 미학이다. ⓒ 양지혜
걸려 있는 것만 봐도 괜히 눈길 한번 잘못 꽂았다가는 곤경에 처할 현란함이 전부. 그러니 저런 옷으로 넘칠 거리풍경은 오죽할까. 흘끔거릴 의지박약형 남자들의 곤혹스러움이 내심 걱정스럽건만, 그런 것쯤이야 아랑곳 않겠다는 듯 유행을 좇는 여성들의 옷은 더욱 짧고, 더 가늘며 더 과감해질 것이란다.

가장 먼저 시선을 잡는 미니스커트. 무조건 아줌마는 착용 불가라는 '경고장' 인 양 스커트 길이는 오로지 '위태로움' 그 자체. '젊음의 상징', '의상 혁명'이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유행 때마다 에피소드를 만드는 젊은 여성들만의 전유물이다.

오래 전 모 여가수가 미국에서 금의환향을 하며 이 땅에 들여 놓았다는 역사부터, 자를 들고 다니며 옷 길이를 범죄로 처벌을 했던 웃지 못할 촌극까지 있었지만, 올해는 초미니로 부활했다. '짧음의 미학'에 담긴 '노출의 용기'가 그저 부러울 뿐이었다.

노출을 즐길 수 있는 나이.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는 것으로 보는 관대해진 시선 또한 변화였다.
노출을 즐길 수 있는 나이.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는 것으로 보는 관대해진 시선 또한 변화였다. ⓒ 양지혜
그 다음에 간간히 눈에 띈 것이 따가운 햇살 속을 누비는 쫄(?)청바지. 요즘 유행이라는 '스키니진'이란다. 마치 스타킹을 입은 듯 불편(?)해 보이더니 아니나 다를까. 별명이 쫄바지, 젓가락 바지란다. 허벅지부터 발목으로 올수록 바지통이 좁아져 터질 듯 꼭 맞게 입어야 하니, 적나라한 살집과 짧은 하체가 그대로 드러날 수밖에. 그래서 동양인의 체형엔 맞지 않는다고 한다는데 다이어트를 해서라도 입겠노라고 벼르는 젊은이들이 많단다.

유행이 뭐기에 그러는지 신기하기도 하지만, 이 스키니진의 몸매 노출 또한 긴장감과 아슬함이 넘친다. 여하튼 젊음과 패션은 '도전'과 '모험'이며 자기만족이 우선이라 하지 않던가.

스키니진. 요롱이 패션. 이름만이라도 알자.
스키니진. 요롱이 패션. 이름만이라도 알자. ⓒ 양지혜
스키니진의 고스란히 드러나는 몸매 탓 때문일까? 한편엔 원피스인지 블라우스인지 모를 엉덩이를 가리는 기다란 상의가 주류를 이루고 있었다. 알아보니 '요롱이 패션'이란다. 옷 이름조차 새로운 유행임을 실감케 했다.

물방울 무늬와 쉬폰 원피스. 디자인이 아니면 옷감을 선택해 보자. 유행이란 자신이 만들어가는 것이 아닐까.
물방울 무늬와 쉬폰 원피스. 디자인이 아니면 옷감을 선택해 보자. 유행이란 자신이 만들어가는 것이 아닐까. ⓒ 양지혜
이렇게 봄부터 시작해 여름과 다가오는 가을에도 우리 '아줌마'들은 감히 흉내조차 낼 수 없는 노출패션이 유행을 주도한다니 내 아무리 용감한 아줌마'라 한들, 올해만큼은 유행하는 옷을 입고 싶어도, 가녀린 몸매와 긴 다리, 나이라는 '기본'이 갖춰지지 않으면 절대로 불가한 '그림의 떡'이다.

아쉬움과 부러움을 안고 나이와 걸맞은 부인복 매장으로 발길을 돌렸다. 밋밋함과 평이한 디자인. 더구나 사이즈는 크고, 무거운 색감에 중간 연령대의 옷이 별로 없었다. 그러나 몇 시간 발품을 판 덕분에 나이와 체형을 고려한 실용성 있고, 옷감을 통해 나름대로 올 여름 유행의 멋을 느낄 수 있도록 한 옷가지를 찾았다.

노출이 유행을 주도하지만, 원피스엔 윗옷 하나만 걸쳐도 시원하고 멋스런 여름 패션을 즐길 수 있다.
노출이 유행을 주도하지만, 원피스엔 윗옷 하나만 걸쳐도 시원하고 멋스런 여름 패션을 즐길 수 있다. ⓒ 양지혜
유행 탓인지 디자인이 복고풍이듯 옷감도 마찬가지로 일명 '땡땡이'라 불리는 물방울무늬와 줄무늬로 된 옷들과 역시 속이 비치는 '쉬폰'이지만 겹겹으로 만들어 적당히 유행을 따른 블라우스. 청바지도 디자인은 젊은층의 것과 별반 다르지 않지만 '스판'이 들어가 탄력성이 있는 제품을 추천 받았다.

그리고 시선을 사로잡을 미니스커트는 아니지만, 무더위 속에서 편하고 시원하게 입을 수 있는 나풀거리는 물방울무늬 원피스에, 매끈한 팔뚝과 어깨를 다 드러내지는 못하더라도, 그런 대로 민망하지 않을 정도의 샤랄라한 민소매 블라우스와 가느다랗고 긴 다리가 아니면 입지 못하는 스키니진이 아니라, 활동하기 편한 부드러운 청바지를 나의 올 여름 유행패션을 위해 찜했다.

계절에 맞게, 자신을 표현하는 옷을 찾는 안목, 그것이 '유행패션'에 합류하는 지혜로움이란 생각.
계절에 맞게, 자신을 표현하는 옷을 찾는 안목, 그것이 '유행패션'에 합류하는 지혜로움이란 생각. ⓒ 양지혜
그러나 지금까지 '용감한 아줌마'로서의 '내 멋대로' 옷 입기에 자발적 포기를 하도록 만든 올해 '유행패션 들여다보기'에서 느낀 것은 유행에 대한 이해와 올바른 옷 입기였다. 출산과 육아를 거친 30대 중반 이후가 되면 유행을 좇기보다는 자신의 체형 변화를 인식하고, 연령과 주어진 환경에 맞게 '자기다움'을 찾아내는 패션 센스가 더욱 필요하다.

또한 이왕 구입할 옷이라면, 충동구매나 무작정 유행을 따르기보다는 자신의 만족과 함께 타인에게도 호감을 주는 안목을 발휘한다면 사회생활 속에 경쟁력을 갖춘 패션리더가 되지 않을까.

그리고 비록, 짧은 치마와 속옷 같은 상의로 노출을 즐기거나, 금방 터질 듯한 바지로 당당히 세상 속을 활보하는 '젊은 유행'을 좇을 순 없다 해도 그런 젊음을 이해하고, 자신의 개성을 찾는 여유로움이 있다면 그 또한 여전히 '유행패션'을 즐기는 모습이 아닐까. 패션과 유행을 바라보는 관대해진 사회의 시선을 보며, 올 여름은 조금은 시원하고 상큼하게 맞게 되리란 기대를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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