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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가 내려 물이 불어난 웅덩이에 올챙이들이 헤엄을 치고 있다.
봄비가 내려 물이 불어난 웅덩이에 올챙이들이 헤엄을 치고 있다. ⓒ 권용숙
나뭇잎배 타고 놀던 꼬마 올챙이들이 사는 웅덩이에 물이 불어나기 시작했다. 자작자작한 물에 꼬물대던 올챙이들은 한두 차례 내린 봄비로 넓어진 웅덩이에서 마음 놓고 꼬리를 치며 헤엄을 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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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까지 대동하고 찾아간 웅덩이. 금세 뒷다리가 나오려니 생각했지만 올챙이들은 거의 한 달여 동안 다리 없는 올챙이로 있었다. 도대체 뒷다리가 나오지 않은 채 올챙이로만 꼬물대는지 걱정이 되기도 하여 누군가에게 물어봤더니, 다리 나온 올챙이들은 저를 보호하기 위해 물풀 등에 숨어서 지내기 때문에 눈에 띄질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구나" 하며 무릎을 쳤다. 올챙이들은 약육강식의 자연에서 살아남는 법을 다리가 나올 때부터 터득하는가보다. 커 가는 올챙이를 쉽사리 지켜보겠다는 욕심이 앞선 내가 부끄럽다.

가만히 앉아있으니 물이 맑아지며 올챙이가 모여들고 있다.
가만히 앉아있으니 물이 맑아지며 올챙이가 모여들고 있다. ⓒ 권용숙
그 동안 작은 발걸음소리에도 흙탕물을 일으키며 어디론가 숨어버려, 미나리 초록이파리 밑으로 올챙이가 뒤집어놓은 황토 흙물만 멍청하니 바라보다 돌아오곤 했다. 올챙이가 개구리로 성장하는 과정을 지켜보겠노라고 한 약속을 포기하려고 했다. 올챙이들이 나보다 훨씬 약은 것 같아 슬며시 약도 오른다.

그래서 이번 주엔 올챙이 뒷다리를 보겠다는 욕심을 버린 채 웅덩이 앞 작은 돌멩이 위에 꼼짝 않고 앉아 있었다. 얼마가 지났을까. 흙탕물이 맑아지며 올챙이들이 물가 미나리 밑으로 모여들기 시작한다.

숨을 죽이며 흙탕물만 일으켜놓던 얄미운 올챙이들을 보니 한 달 전에 본 올챙이들과 머리모양부터 다르다. 이미 올챙이라고 하기엔 미안할 정도로 성장해 있었다.

올챙이는 알에서 깨어난지 약 20일이 지나면 꼬리의 앞부분쪽에서 뒷다리가 먼저 나온다.
올챙이는 알에서 깨어난지 약 20일이 지나면 꼬리의 앞부분쪽에서 뒷다리가 먼저 나온다. ⓒ 권용숙

뒷다리가 나온지 약 10일이 지나면 머리 앞부분에서 앞다리가 나옵니다.  올챙이의 앞다리가 나오면 아가미가 사라지면서 허파가 생기고 이때부터 허파로 호흡을 하게되며 물 위로도 올라온다.
뒷다리가 나온지 약 10일이 지나면 머리 앞부분에서 앞다리가 나옵니다. 올챙이의 앞다리가 나오면 아가미가 사라지면서 허파가 생기고 이때부터 허파로 호흡을 하게되며 물 위로도 올라온다. ⓒ 권용숙

밖에 한번 나가 볼까?
밖에 한번 나가 볼까? ⓒ 권용숙

꼬리달린 아기 개구리야 너무 빠른거 아닐까?
꼬리달린 아기 개구리야 너무 빠른거 아닐까? ⓒ 권용숙

머리가 개구리처럼 뾰족해졌으며 뒷다리와 앞다리가 모두 나오고 꼬리가 짧아져 개구리헤엄을 치고 있다. 모자를 벗어 햇빛을 가리는데도 소리가 난 것일까. 겁도 없는 아기개구리가 웅덩이 밖으로 펄쩍 뛰어 나왔다. 갇혀있던 작은 물웅덩이에서 세상을 향한 첫 외출이다.

친구들아 우리 함께 나가 놀자. 아기개구리들이 여기저기 나와 놀고있네
친구들아 우리 함께 나가 놀자. 아기개구리들이 여기저기 나와 놀고있네 ⓒ 권용숙

아기 개구리의 크기가 청개구리보다 훨씬 작다고 하면 거짓말이라고 할까. 개구리 종류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겠지만 꼬리가 채 퇴화하기 전, 밖으로 힘차게 뛰어나온 개구리들은 나의 상상을 무참히도 깨어 버렸다.

손톱만 하다는 말. 그렇다 손톱 만 한 아기개구리들은 움직이지 않는 날 이미 사람취급(?)도 하지 않겠다는 듯 여기저기를 펄쩍펄쩍 잘도 뛰어다녔다. 그러다 약간의 움직임을 눈치 채면 바로 안전한 웅덩이 물속으로 뛰어 들어가길 반복하고 있다. 주위엔 엄마 개구리인 듯한 어른개구리가 풀숲에 숨어 동그란 눈으로 날 노려보기도 한다.

저 어때요?  까만 피부에 동그란눈이 똘망 똘망
저 어때요? 까만 피부에 동그란눈이 똘망 똘망 ⓒ 권용숙
생각해보니 날 궂은 오후엔 산에서 개구리 울음소리가 들리기도 했었다. 논이라고는 한 평도 없는 산 속에서 울어댔던 개구리들이 이렇게 사람들이 필요해서 또는 저절로 생긴 작은 물웅덩이에서 때에 맞춰 알을 낳고 자라고 어른개구리가 되고 있었던 것이다.

거창하게 자연을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 다만 그대로의 자연을 가끔씩 숨어서 저들 몰래 훔쳐 볼 수 있다는 것에 희열을 느낀다. 돌아오는데 맑은 하늘이 갑자기 흐려지며 궂은 날이 될 것만 같다. 어디선가 개구리 한 마리가 선창을 하니 따라 우는 산개구리들 울음소리가 들렸다. 곧 비가 내릴지도 모르겠다.

우리집 멋있죠? 아기개구리가 태어난곳 입니다.
우리집 멋있죠? 아기개구리가 태어난곳 입니다. ⓒ 권용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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