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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에 걸쳐 7m 가량의 보트를 직접 만들어 온 우길호씨. 오는 7월 이 배가 완성되면 울산 북구 강동 바다에서 진수하고 싶다는 바람을 갖고 있다. 사진은 우 씨의 형 회사 자재창고에 마련된 작업장에서 찍은 것.
2년에 걸쳐 7m 가량의 보트를 직접 만들어 온 우길호씨. 오는 7월 이 배가 완성되면 울산 북구 강동 바다에서 진수하고 싶다는 바람을 갖고 있다. 사진은 우 씨의 형 회사 자재창고에 마련된 작업장에서 찍은 것. ⓒ 김정숙
"배를 띄우는 데 실패한다 해도 후회 없어요. 아직 배를 띄우진 못했지만 만드는 그 과정을 통해 얻은 '할 수 있다'는 미래의 희망보다 더 값진 것이 어디 있겠습니까."

보트를 소유하거나 타는 것이 대중화돼있지 않은 우리나라에서 자신의 손으로 길이 7m 가량 되는 보트를 2년에 걸쳐 직접 만드는 '이색 취미'를 갖고 있는 우길호(36·울산 중구 태화동)씨. 우씨는 "우리나라에서는 개인이 직접 제작하는 일이 드물지만 그런 '희소가치'보다 제작 과정을 통해 '나'를 변화시켜 나간 것이 더 의미 있었다”고 말했다.

오는 7월 '진수'를 목표로 제작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우씨가 보트를 직접 만들어 보겠다고 작정한 것은 지난 2004년 7월. 원래부터 독특한 취미를 갖고 있던 사람도 아니었고, 거창한 계획에서 출발한 것도 아니었다.

인터넷 관련 사업을 하고 있는 그는 사무실에서 종일 처박혀 하는 일이 대부분이었고, 쳇바퀴 같은 일상에서 탈출하기 위해 '그저 지금까지 안 해본 일'에 도전해보고 싶었다고 한다.

처음에는 노를 젓는 나룻배를 만들고 싶었는데 그 배를 만들기 위해 인터넷을 뒤지다 보니 미국과 캐나다 등 외국에서는 유람선과 같은 보트를 만드는 것이 일반화돼 있다는 걸 알았다. 그래서 나라고 왜 못할까 하는 생각에 덤벼들었다고.

7m(약 23피트) 가량 되는 배를 만들려면 적당한 장소가 필요했고 마침 울산 북구 달천농공단지에서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형 우철호(46)씨가 자재창고를 내줬다.

형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제작비 일체를 후원했다. 물론 동생이기 때문이지만 "큰 배를 만드는 조선업은 우리나라가 선진국이지만 보트와 같은 소형배 제작은 대만과 일본 등이 우위를 점하고 있는 현실에서 우리나라에서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걸 동생을 통해 확인하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다고 하다.

우씨는 사전 준비를 거쳐 2004년 10월부터 본격적인 제작에 뛰어들었고, 거의 매일 퇴근 후 몇 시간씩 배 만드는 데 매달렸다. 여섯 살 된 아들에게 이런 과정을 체험시켜 주기 위해 제작현장에 자주 데려가기도 했다.

우씨는 스스로에 대해 "배를 만들기 전까지 그동안은 남한테 말도 잘 못 거는 굉장히 내성적인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그런 자신이 배를 만들면서 적극적인 사람으로 변화해나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우리나라는 3면이 바다임에도 불구하고 개인이 배를 타는 대한 문화가 활성화돼 있지 않을 뿐더러, 자재는 물론 보트 제작에 대한 정보도 전무하다시피 했다. 그래서 인터넷을 뒤지고 영어를 공부하고, 또 모르는 것을 묻기 위해 먼저 전화하거나 메일을 보내다보니 '적극적'인 사람이 되지 않을 수 없었던 것.

실제로 그는 배를 제작하기 위한 도면에서부터 엔진, 각종 부품 등을 온 세계 인터넷 사이트를 뒤져 가격 비교까지 해가며 구입했다. 가족단위나 혹은 학교단위에서 배 만들기가 특이한 일이 아닌 미국, 캐나다, 뉴질랜드 등에는 마니아들이 많아서 그만큼 정보도 풍부하다고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배 만들기에 몰두하며 땀 흘리는 그 과정 자체가 차분하게 자신과 대화하고 뒤돌아보는 시간이 됐다고 한다.

현재 보트는 공정률 80% 정도로 겉모습은 다 갖춰진 상태다. 사진은 배의 내부 모습으로 이 배에는 5~6인이 실제로 먹고 자고 할 수 있는 침실과 조리실, 수납공간에서부터 화장실까지 다 갖춰질 예정이다.
현재 보트는 공정률 80% 정도로 겉모습은 다 갖춰진 상태다. 사진은 배의 내부 모습으로 이 배에는 5~6인이 실제로 먹고 자고 할 수 있는 침실과 조리실, 수납공간에서부터 화장실까지 다 갖춰질 예정이다. ⓒ 김정숙
현재 이 배는 공정률 80%인 상태로 선체를 비롯한 외양은 갖춰진 상태다. 앞으로 해야 할 것은 배 내부 인테리어와 선체 도색 작업 등.

이 배는 5~6명이 탈 수 있는 크기로 실내에는 조종실과 실제로 사람이 먹고 자고 할 수 있는 침실과 조리시설, 화장실, 수납공간까지 다 갖춰질 예정이다.

배가 다 만들어지면 울산 북구 강동 바다에 띄워 동해 쪽으로 시험운행을 해보고 싶단다. 일단 이 운행이 성공하면 동력기관과 돛이 같이 있는 더 큰 배를 만들어 우리나라 이름을 걸고 세계일주를 하는 것이 꿈이라고.

그러나 바다에 띄우기까지는 배만 만들면 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난제들이 기다리고 있다. 우선 개인적으로는 배를 운전하기 위해 수상 조종면허를 따야한다.

그것은 본인이 노력하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 치더라도 길이 7m에 무게 2t 가량 되는 배를 해안까지 운반하는 것 등 '진수' 전까지 준비해야 하는 일들이 하나 둘이 아니라고 한다.

우 씨는 "배 운항이 성공하면 뭔가 '의미있는' 일을 해보고 싶은데 그건 일단 배가 완성되면 생각해 보겠다"고 말했다.

우 씨는 또 "외국에서는 가족과 함께 혹은 학생들이 배를 같이 만들면서 대화도 나누고 우애를 다져가는 문화가 있는데, 지금 내가 배를 만드는 것은 독특한 일이지만 앞으로 우리나라에도 가족 문화를 위해서도 혹은 건전한 여가 문화를 위해서도 이런 작업들이 대중화돼 소형 배 제작산업이 활성화되길 바란다"며 "배를 만들어보고 싶은 사람이 나처럼 정보를 찾아 헤매는 일이 없도록 그동안 내가 해 놓은 과정들이 좋은 정보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울산 북구 웹진 <희망북구>(www.hopebukgu.ulsan.kr)에도 올려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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