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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기원
논두렁에서 돌나물 한 소쿠리를 걷어다 다듬던 어머니와 아내가 나누는 대화입니다. 돌나물이 간에 좋다는 말을 듣고 예전 같으면 중늙은이 소리 들을 법한 아들을 위해 허리 굽어 걷기도 힘겨운 어머니가 돌나물을 걷어왔습니다.

“애비는 돌나물만 있으면 밥 잘 먹었지.”
“지금도 그래요.”

초등학교 1학년 때로 기억됩니다. 학교가 끝나고 집으로 오는데 개울 건너에서 어머니가 밥 먹고 가라고 불렀습니다. 아버지와 함께 밭일을 하시다가 집에 오는 아들 녀석을 발견하고 부르신 것이지요.

어머니는 밭두렁 아래 평지에다 돌을 주워 모아 양은솥을 걸고 쌀을 씻어 안치고 나무를 주워다가 불을 땠습니다. 그 사이에 아버지는 밭두렁을 돌아다니며 돌나물을 걷어다 다듬었습니다. 다듬은 돌나물이 수북해지자 어머니는 도랑물에 씻어 고추장에 무쳤습니다.

ⓒ 이기원
다른 반찬은 없었습니다. 밭두렁에서 걷어온 돌나물 무침 하나만 놓고 세 식구가 밭 가장자리에 둘러앉아 밥을 먹었습니다. 밥맛은 꿀맛이었습니다. 밥 한 그릇 금방 비우고 빈 그릇을 내밀자 어머니는 환하게 웃으며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밥을 담아 주었습니다. 돌나물 무침을 얹어 싹싹 비벼서 먹는 밥이 얼마나 맛있었는지 지금도 그때 생각을 떠올리면 절로 군침이 돕니다.

“어머니도 돌나물 좋아하세요?”
“요샌 속이 쓰려서 못 먹겠다.”
“날마다 돌나물 뜯으신다면서요.”
“내가 먹자고 하는 게 아니지.”
“장에 내다 파시는 거예요?”
“돌나물 팔아 4만 원 벌었다.”

돌나물 다듬어 수북히 한 무더기에 천 원씩 받고 팔았는데 봄 내내 시장에 내다 판 게 모두 4만 원이라는 겁니다. 힘만 들고 돈벌이도 시원치 않은데 그만두시라고 해도 몸 움직일 수 있을 때 잔돈푼이라도 벌어야 한다며 웃으십니다.

“오늘 걷어온 건 다 가지고 가.”
“조금이면 돼요. 집에서도 드세요.”
“울타리만 나서면 지천이다. 걱정 말고 가지고 가.”

ⓒ 이기원
술 많이 먹는다는 아들 생각으로 걷어와 다듬은 걸 아내도 모를 리 없습니다. 산나물과 소소한 양념거리를 챙겨 짐을 싸서 트렁크에 넣어주면서 어머니는 몸 생각해서 술 적게 먹으라고 하십니다.

아이들이 차에 오르려 하자 이제는 불쑥 커버린 손자 녀석들의 손에 만 원씩을 쥐어 주십니다. 봄철 내내 돌나물 걷어 파신 돈의 절반입니다. 허리 굽은 어머니는 훌쩍 커버린 손자 녀석들의 머리를 쓰다듬는 대신 밥 잘 먹고 건강하라고 번갈아 두 녀석의 등을 토닥였습니다.

덧붙이는 글 |  제 홈페이지  에도 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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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서 있는 모든 곳이 역사의 현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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