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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얻은 휴일인 토요일에 오랜만에 아내와 대형할인점에 갔다. 아내가 가정생활에 쓰임새를 찾아 물건을 고르는 사이에 발걸음을 자연스럽게 식품코너로 옮겼다. 평상시에 늘 하는 직업적 버릇이기에 아내도 별로 개의치 않았다.

여기 저기 둘러보다가 쌀 판매장 앞에서 자연스럽게 발걸음을 멈추었다. 쌀값 동향이나 소비 형태를 알아보기 위해서다. 판매대에 놓인 다양한 쌀 포장이며, 구매하는 손님들을 관찰하여 보았다.

남자 한 분이 와서 20kg 한 포대를 번쩍 들어 카트에 싣는다. 조금 지나 부인과 함께 나타나 쌀 포대를 내려놓고서 10kg으로 바꿔갔다. 아마 부인이 다른 일 보는 사이에 20kg 포대를 마음대로 골라 갔다가 포장이 크다고 퇴자를 받은 모양이었다.

한참을 머물러 관찰하였더니 대개 5kg, 10kg 포장을 많이 구매하였다. 그러나 판매대에 쌓여 있는 것은 20kg이 절반 이상이었다. 평소에는 큰 포장이 많이 나가는 모양인가?

판매를 담당한 아주머니는 연신 도정기를 이용해 즉석에서 도정한 5kg 쌀을 포장하기에 손길을 멈추지 않았다. 수첩을 꺼내서 쌀값을 적는 등 하다 보니 '쌀을 살 것 같지 않은데 뭐하는가?' 하는 표정이었다. 눈치가 보여서 슬쩍 말을 걸었다.

"즉석 도정한 것이 잘 팔리나요?"
"그렇지도 않아요. 5kg, 3kg와 같은 소포장을 찾는 경우에 많아요."

무게가 있는 탓인지 부부가 함께 올 때와 한꺼번에 몇 포대씩 구매하는 경우 20kg 포장한 것을 많이 구매한다는 판매원의 말이었다.

쌀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은 선뜻 골라가지 않고 이것저것 많이 둘러보고서 의사결정을 하고 있었다. 값이 가장 싼 것은 kg에 1890원부터 가장 비싼 경우는 4400원까지 편차가 있으니 쉬운 일은 아니리라.

그러나 아무래도 중간 정도의 kg에 2500∼3000원 정도 하는 지역 중심의 브랜드에 손길이 몰렸다. 가장 값이 싼 브랜드는 다량 구매를 할 때 많이 나간다는 이야기이고 보면 집단 급식처라 여겨졌다.

가장 비싼 4400원 하는 브랜드는 2005년 가을부터 시장에 나온 것으로 많이 나가지는 않지만 꾸준히 나간다는 판매원의 말이었다. 마니아가 생겼다는 이야기이다. 쌀의 품질로서 값을 인정받은 셈이리라.

미국, 중국 수입쌀은 아직 구경 못했다…품질로 평가받는 안정된 국면

▲ 완전미-완전한 쌀의 형태를 갖추고 투명한 것
ⓒ 성종환
최근에 신문에 많이 오르내린 미국, 중국에서 수입된 쌀에 대한 이야기를 슬쩍 비쳐보았다. 이야기는 들었지만, 구경 못했다는 판매원의 이야기이고 보면 아직은 일반 시장 진입에는 성공하지 못한 것 같았다.

이런 저런 정황을 종합해 보면 아직은 쌀의 품질에 대한 확실한 인식이 계층화되지 않은 상황이나 우리나라의 쌀 시장도 품질로 평가받는 안정된 국면으로 진입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이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판매원과 대화를 나누는 사이에 친구처럼 보이는 젊은 여성 두 명이 나타나 이것저것 쌀 포대를 둘러보다가, 판매대 윗부분에 홍보용으로 전시된 표본병에 들어 있는 쌀의 내용들을 보면서 한마디 던졌다.

"현미는 뭐고, 7분도 쌀은 무언가? 현미 이야기는 많이 들어보았는데..." "도정할 때 많이 깎고 적게 깎은 차이에요. 보통으로 깎은 것이 7분도이고 깎지 않은 것이 현미예요" 판매원 아주머니는 간단히 설명했다.

"쌀을 왜 깎아요."
"쌀을 깎지 않으면 거칠어서 밥맛이 없어요."
"그럼, 많이 깎을수록 좋겠네?"
"그렇지도 않아요. 많이 깎으면 밥맛은 좋으나 손실이 많아요."
"어떤 게 좋아요?"
"7분도가 보통이고요, 사용 목적에 따라 5분 도에서 8∼9분도까지 도정해 드려요."

한참을 둘러보고서야 3kg 한 포대를 골라갔다. 옆에서 지켜보자니 대화가 재미가 있기는 하였지만 '그런 기초도 모르는가?'하는 생각이 들어 판매를 맡은 아주머니에게 질문을 던졌다.

"방금과 같은 질문을 하는 사람이 자주 있나요?" "젊은 사람들이 가끔 묻곤 해요. 잘 모르잖아요, 가르쳐 주는 사람도 없고, 요즈음은 여학교에서도 가사 시간이 없잖아요" 한다. "그런가? 여자만이 아니라, 남자들도 가사를 배운다던데…." "어쩌거나, 사람들이 쌀을 잘 몰라요" 흔하게 접할 수 있다 보니 잘 알 것 같은데 이외로 모른다는 말이다. 특히 브랜드마다 적힌 품질 표시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을 갖지 않는 경우가 많아 소비 형태에 문제가 있었다.

그리고 모든 브랜드의 쌀 포장지에는 품질 표시를 하고 있었으나, 아직까지 제대로 표기하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도정일자 등은 법정 표시 기준이므로 대체로 지켜지고 있었으나 날자가 경과된 것도 있었다. 도정일자가 오래된 것일수록 쌀의 품질이 떨어진다는 것은 상식이다.

쌀에 대한 지식을 갖추어 가짜 쌀 유통을 막아야 한다

▲ 불량미-쌀알 속에 밀가루 같은 것이 들어 있는 복백미로 품질이 떨어진다
ⓒ 성종환
흔히 쌀 품질을 평가하는 가장 기본적인 잣대로 이용되는 '완전미' 비율을 표기하고 있는 것은 5kg에 22000원, 즉 kg에 4400원하는 브랜드뿐이었다. 즉 최고 비싼 가격으로 판매되는 쌀이다.

우리나라 쌀의 완전미 비율이 2005년도에 가장 높아 평균 88% 수준이고, 품질이 낮은 쌀일수록 완전미 비율은 낮다. 4400원하는 브랜드는 95% 이상이니 품질의 특장을 잘 나타내는 기준임을 증명하고 있었다.

특별히 가장 중요한 품종 표기에는 문제가 있었다. 예를 들면 '품종명'에 '일반계'라고 버젓이 표기한 경우이다. 품질을 신뢰할 수 없는 여러 품종이 섞인 쌀을 의미한다. 자연히 질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대개 가장 값싼 브랜드가 차지하고 있었다. 바르게 표현한 것은 '태봉', '설악', '추청', '일품', '동진' 등으로 지명도가 높은 브랜드들이었다.

최근의 언론보도처럼 앞으로 품질이 낮은 외국산 수입쌀이 값싸게 들어 와 유통될 때, 우리 나라에서 생산된 품질 좋은 쌀과 섞여서 '일반계'로 둔갑하여 팔리지 말라는 보장은 없다.

그러기에 올해 초 발표된 것처럼 시중에서 유통되는 쌀 가운데서 포장의 표기와 내용물의 품종을 달리하여 외국에서 수입된 고급 쌀인 것처럼 소비자를 현혹시켜 비싼 값으로 판매하다가 적발된 경우가 생각났다.

이제, 쌀을 판매하는 도정업자도 정확히 표기하고, 소비자도 정확히 표기 내용을 읽을 수 있는 지식을 가져야 하겠다. 앞으로 수입된 쌀과 우리나라에서 생산된 쌀이 혼재 돼서 팔리기 마련이지만, 중요한 것은 소비자들의 쌀에 대한 정확한 정보만이 시장을 장악하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많은 논란 끝에 이루어진 쌀 시장 개방이 우리나라 농업계에 미치는 여파를 최소화 시키도록 가짜 쌀이 유통되는 경로를 철저히 차단하고, 아울러 현명한 소비자가 되기 위해서는 쌀에 대한 지식을 정확히 알도록 적극 노력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다시 가져 본 하루가 되었다.

덧붙이는 글 | 성종환 기자는 '농촌진흥청'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쌀 포장지에 표기된 품질 표시의 내용은 대개 몇가지로 구분된다. 즉 생산지, 생산년도, 품종명, 가공업자, 도정일자 등이 기본이다. 이밖에 브랜드별로 완전미 비율, 단백질함량, 도정비율, 친환경재배 유무, 여타 기능성 요소 투입 여부 등이 표기된다.
  
이들 가운데서 중요하게 다루어야 할 것의 순서를 나열하면 완전미율 > 단백질함량 > 품종명 > 도정일자 > 생산년도 > 생산지역 등이다. 도정율은 대개 비슷하며, 친환경재배유무, 여타 기능성 투입 여부 등은 옵션 정도로 인정해야 한다. 
  
완전미율은 쌀의 완전한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비율을 말하는 것으로, 비율이 높을수록 품질이 우수해서 품종 고유의 특질이 유지돼 밥맛이 좋다. 반대되는 개념은 불완전미로 싸라기, 토막쌀, 금간쌀, 병해충 피해쌀, 색채미, 복백미 등이 포함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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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다양성을 인정 할 수 있는 연륜의 지경에 이르렀다고 믿고 싶습니다. 나와 너의 다름을 인정할 때 서로간에 존중과 협력이 가능하리라 여깁니다. 세계의 평화로운 공존은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는 폭이 넓어질수록 가능하리라 여깁니다. 그 일을 위해 미력하나마 힘을 보태도록 노력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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