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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층 투표참여 홍보하는 주점 '댓고을' 젊은사장 황인택씨.
젊은층 투표참여 홍보하는 주점 '댓고을' 젊은사장 황인택씨. ⓒ 박준영
각 당 후보자들이 공식출마를 마침으로써 5.31 지방선거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벌써부터 거리 여기저기에는 후보를 알리는 플래카드가 넘쳐나고 있으며 하루에도 수십번씩 기호○번을 외치는 방송차 소리가 골목골목에서 들려온다.

아무래도 이번 지방선거는 당 이름을 걸고 나오는 첫 번째 지방선거다 보니 어느 당의 승리로 이번 선거가 마감될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승패문제를 떠나 이번 선거에서 가장 큰 관심이자 걱정거리는 아무래도 투표율이 아닐까 싶다.

갈수록 밑으로만 향하는 투표율을 볼 때 올해 지방선거 투표율이 최저치를 갱신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특히 젊은층의 선거 무관심을 투표율 저하의 가장 큰 걱정거리라고 할 만하다.

그런데 여기, 두 손 놓고 걱정할 대신 작은 아이디어로 젊은 층의 관심을 끌고 있는 사람이 있다. 한양대 앞에서 주점을 운영하고 있는 황인택(30세)씨가 바로 그 주인공.

"5.31지방선거에 민주시민의 기본인 투표에 참여하신 대학생분들에게는 동동주 한 동이를 꽁짜로 드립니다. 손 등에 투표 스템프를 찍어오세요."

황인택씨가 운영하는 주점 '댓고을'을 열고 들어가면 처음 맞이하는 글귀이다. 카운터 바로 앞쪽에 붙여놓고는 손님들이 계산을 하고 나갈 때면 꼭 "저거 한번 읽어 보세요"라고 손님들의 눈을 이끈다.

반응은 여러 가지다. 시큰둥한 사람도 있고, '저는 부재자라서'라며 관심없어 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래도 대부분은 "손등에 두 개 받아오면 두 병 공짜로 주시는 거에요"라며 재미있어 한단다.

그렇다면 왜 황인택씨는 이런 문구를 주점 곳곳에 붙여놓게 됐을까. 어느 일간지에서 젊은층의 낮은 투표참여율을 걱정한 기사를 읽고는 답답한 마음에 곧장 '투표참여 문구'를 가게에 붙였다는 황인택씨는 "5월31일을 쉬는 날 정도로만 알고 있는 대학생들을 보면 답답하기만 하다"며 투표는 민주시민의 기본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사실 젊은 층이 투표안하면 반사이익을 누가 보겠어요? 학생들, 취업난 경제난 불만 갖기 전에 선거에 참여해서 세상을 좀 더 나은 모습으로 만들어야죠. 반대를 위한 반대만 하고 그렇다고 더 나은 방안을 제시하지도 못하는 정당이 어부지리 하는 꼴을 못보겠거든요."

그는 또한 투표를 통해 자기 의사를 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기가 지지하는 정당이 중소정당이라면 그에 맞게 투표해야 합니다. 그 사람이 당선되지 않더라도 거대 당들이 중소정당의 지지율을 보면서 '아, 국민들이 이만큼 지지하는 구나'하면서 이들의 정책을 반영하려는 생각이라도 하지 않겠어요"라며 그는 마음에 드는 후보가 한 명밖에 없다면 그 한명이라도 꼭 찍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사실 한양대도 상권도 예전같지 않다. 찾는 학생들은 줄어들고 가게수는 그대로다 보니 경제적으로 느끼는 어려움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러다 보니 정치적인 모습을 보이면 손님이 줄어들까 걱정이 될 법도 한데 황인택씨는 전혀 그렇지 않단다.

"하나도 겁나지 않습니다. 제가 싫어하는 것을 표현할 뿐이에요. 선거날이 노는 날도 아닌데 쉬는 날인 줄 알고 제 친구들도 투표 안 하겠다고 하니 너무 답답하더라구요. 대학에서 공부만 하면 뭐합니까. 공부할 것을 제대로 펼칠 수 있는 세상이 있어야지요. 선거는 그런 세상을 만드는 것 아닙니까."

오히려 쓸데없는 질문을 한다며 이상하게 쳐다본다.

이번 선거를 통해 '제대로 된 개혁'이 이뤄졌으면 좋겠다는 황인택씨. 그는 타협이나 하고 눈치나 보는 정치 말고 책임있는 정치가 펼쳐지기를 바란다며 좀 더 나은 개혁을 위해 젊은 사람들이 나서기를 바란다는 바람을 피력했다. 이런 자신의 바람을 마음속에서 담아 두지 않고 가게에 5.31지방선거를 홍보하는 문구를 붙여 놓은 황인택씨의 작지만 멋진 실천이 꼭 빛을 보기를 바래본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자주민보에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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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권자전국회의에서 파트로 힘을 보태고 있는 세 아이 엄마입니다. 북한산을 옆에, 도봉산을 뒤에 두고 사니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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