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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왈츠>는 전작들에 비해 저조한 성적을 기록했지만, 윤석호 PD의 계절 연작은 국내 드라마 역사에서 적지않은 의미를 남겼다.
<봄의 왈츠>는 전작들에 비해 저조한 성적을 기록했지만, 윤석호 PD의 계절 연작은 국내 드라마 역사에서 적지않은 의미를 남겼다. ⓒ KBS <봄의 왈츠> 홈페이지
지난 16일 종영한 <봄의 왈츠>는 윤석호 PD의 '계절 연작' 완결편으로 방영 전부터 많은 기대를 모았지만, 예상보다 저조한 성적을 거두며 조용하게 막을 내렸다. 최종회 시청률은 8.8%(TNS 미디어 리서치)에 그치며, 4회 이후로는 한 번도 두 자릿수 시청률을 넘지 못했다.

<봄의 왈츠>의 평균 시청률은 8.6%, 자체 최고 시청률도 12.1%(3월13일-3회)에 머물렀다. 시청률이 드라마를 평가하는 절대적인 기준이 될 수는 없지만, 윤석호 PD의 이름값이나 높은 인기를 누렸던 계절 시리즈의 전작들에 비교하면 실망스러운 성적이다.

사실 <봄의 왈츠>는 유난히 우여곡절이 많았던 작품이었다. 제작단계에서부터 드라마의 절대적인 비중을 지니는 남녀 주인공의 캐스팅에 난항을 겪으며 여러 차례 주인공이 교체되기도 했다. 방영 후에는 전작들과 차별화되지 못한 진부하고 낡은 이야기구조와 신인 배우들의 연기력 부족, 주연 서도영의 갑작스런 부상으로 인한 촬영 중단이라는 악재가 잇따르면서,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계절 연작 전편의 주인공들이 이미 어느 정도 인지도 있는 스타였던 것과 달리, <봄의 왈츠>는 대부분 검증이 덜 된 신인급이었다. 남녀 주인공 서도영과 한효주는 가능성을 보여줬지만 아직 하나의 작품을 온전하게 이끌어나가기에는 스타성이나 연기력이 모두 부족했다. <내 이름은 김삼순>으로 스타덤에 오른 다니엘 헤니도 뻣뻣한 표정 연기와 어색한 한국어 대사 소화의 약점을 드러내며, 여전히 대사의 대부분을 영어에 의존하는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나 아쉬웠던 성적에도 불구하고 <봄의 왈츠>는 윤 PD의 계절 연작 완결편으로서 방송사에 적지 않은 의미를 남겼다.

누구나 한번쯤 간직하고 있을 '첫사랑'의 추억을 모티브로, 영원히 변치 않는 순수한 사랑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윤 PD의 계절 연작 시리즈는 2000년대 '한류 드라마'의 첫 붐을 일으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겨울연가>
<겨울연가> ⓒ KBS <겨울연가> 홈페이지
'첫사랑'과 '순애보'는 국적과 세대를 초월하여 변함없는 만국 공통어이다. 가볍게 만나고 헤어지는 인스턴트식 사랑이 주류를 이루는 최근의 연애 풍토에서 바보스러울 정도로 순수하고 운명적인 사랑을 예찬하는 윤 PD의 작품들은 지나치게 신파적이라는 비판 속에서도, 오히려 현실에서 찾기 힘든 사랑의 판타지를 형상화하는 매력이 있다. 그래서 국내뿐만 아니라 중국-일본 등 해외에서도 높은 인기를 모을 수 있었다.

그리고 송승헌, 송혜교, 원빈, 배용준, 최지우, 박용하 등은 계절 연작 시리즈를 통해 당대를 대표하는 한류 스타로 급부상했다. 선정적이고 극단적인 설정들이 판치는 최근의 드라마에 비해 윤 PD의 작품들은 흥미를 끌만한 극적인 요소는 부족한 편이었다. 하지만 주인공들의 내면적 갈등과 감정의 교류에 주목하는 멜로드라마의 정석에 충실하다.

계절 연작의 매력을 거론하면서 윤 PD 특유의 서정적인 영상미도 빼놓을 수 없다. <가을동화>나 <겨울연가>는 물론이고, <봄의 왈츠>에 이르기까지 각 계절의 특성을 십분 살려 담아낸 화면의 색감과 아름다운 풍광은 드라마의 배경과 주제의식을 부각시키는데 큰 역할을 담당했다.

하지만 이런 많은 장점들에도 불구하고 부족한 극적 매력의 한계를 극복해내지 못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반복되는 멜로드라마 특유의 상투성과 장기간의 미니시리즈를 지탱할만한 에피소드의 부족은 송승헌과 손예진을 주연으로 내세우고도 예상보다 저조한 성적을 거둔 <여름 향기>때부터 점차 두드러지기 시작했다.

여기에 이렇다 할 스타가 없었던 데다 이야기 구조에서 전작과 차별화하려는 노력도 부족했던 <봄의 왈츠>의 부진은 어쩌면 예고된 일이었다.

장장 6년에 걸친 윤 PD의 계절 연작은 '절반의 성공'을 남긴 채 아쉬움 속에 완전한 막을 내렸다. '한류 드라마'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을 뿐 아니라 SBS의 '연인'-'천국'시리즈 등과 더불어 국내에서도 같은 제작진과 주제의식을 잇는 '연작'드라마의 성공 가능성을 입증한 윤석호 PD의 노력은 국내 드라마 역사에서 의미 있는 성과로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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