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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헌책방에서 보낸 1년>
ⓒ 그물코
헌책방을 운영하는 사람들은 도대체 얼마나 이득이 남길래 그 퀴퀴하고 냄새 나는 책들을 부둥켜 안고 있을까? 전국에 흩어져 있는 헌책방 중 문을 닫는 곳들이 꽤 많은 걸 보면 그다지 이윤이 남지 않는 장사임에 틀림없다. 헌책방지기들은 자신들을 일컬어 “헌책 장사 아니면 할 줄 아는 게 없거나 진짜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책 <헌책방에서 보낸 1년>은 헌책방 순례와 헌책 소개로 유명한 최종규씨의 최신작이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아니 우리나라에 이렇게 많은 헌책방이 있어? 한번쯤 방문해 봐야겠군…’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그만큼 알려지지 않은 채 조용히 제 자리를 지키고 있는 헌책방이 많다는 얘기이다.

그 많은 헌책방들이 있는데도 사람들은 대부분 새책을 선호한다. 책 <헌책방에서 보낸 1년>은 물밀듯이 쏟아져 나오는 새 책에 밀려 소외된 채 한 귀퉁이로 처박힌 헌책들과 그 책을 다루는 이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잘 알려지지 않은 헌책방들을 소개하고 거기서 발견하는 삶의 의미와 책 이야기를 저자 특유의 입담으로 술술 풀어놓고 있다.

전국 구석구석에 있는 헌책방을 어떻게 다 알고 순례를 하였는지, 책을 읽다 보면 ‘아니 우리 나라에 이렇게 많은 헌책방이 있었어?’ 하고 깜짝 놀라게 된다. 책방 순례도 순례이지만 저자가 골라 읽는 책의 종류도 참으로 다양하기 그지없다. 정말 책을 좋아하지 않고서야 할 수 없는 것이 바로 이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책의 두께가 꽤 나가는 편이어서 처음에는 읽을 엄두가 안 나던 것이 읽다 보니 저자의 글재주에 흠뻑 빠져들게 된다. 나도 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그가 소개하는 다양한 책들을 직접 읽어보지는 못하지만 간접적으로나마 여러 책에 담긴 이야기를 알게 되는 기분이다. 여성학, 만화, 고서, 사회학, 사진 서적 등등 일반인들이 쉽게 접하지 못하는 책들도 자세히 소개되어 있어 이 책 한 권으로 다방면의 지식을 습득하기에 좋다.

헌책방 소개와 헌책 안내로만 끝났다면 아마 굉장히 지루하고 재미없는 책일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책에는 저자가 헌책방을 찾아 발로 뛰면서 헌책들의 먼지와 함께 지내며 느낀 삶에 대한 단상들이 많이 담겨 있다. 저자가 생각하는 인생 철학이 고스란히 묻어나기 때문에 지루하지 않고 내 삶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된다.

“그 동안 맨몸, 그러니까 두 다리로 헌책방 나들이를 하다가 자전거로 나들이를 하며 달라진 것이 많습니다. 먼저 찻삯을 아낄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운동을 많이 하게 되니 몸이 날씬해지고 군살도 빠집니다. 하지만 전철에서 하던 책 읽기가 줄었어요. 사진기도 한 대만 들고 다니니 헌책방에서 찍던 사진도 줄고, 사는 책도 줄입니다. 등에 메고 자전거 짐받이에 책을 묶으면 무거워지거든요.

모든 것이 좋기만 할 수는 없겠죠? 한 가지를 얻으면 한 가지를 잃는 게 사람 삶이고, 하나를 배우면 하나를 잃는 것도 사람 삶이라 하지 않습니까. 헌책방 나들이를 하는 만큼 책 보는 시간은 늘지만 다른 일을 하는 시간은 줄어요. 몸이 고단하다고 잠을 더 자면 그만큼 책 보는 시간이 줄지만, 잘 시간을 줄여서 책을 보면 몸은 그만큼 덜 쉬니 고단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저자를 소개하는 글을 보니 “기름 안 먹는 자동차가 나와도 죽는 날까지 자전거를 타고 헌책방 나들이를 즐길 생각입니다. 새소리와 바람소리가 좋아서 텔레비전은 처음부터 들여놓지 않았고, 신문도 끊었습니다. 2006년부터 텃밭 농사를 지으려 합니다. 지금은 이오덕 선생님이 돌아가신 충주 무너미 마을에 집 한 칸 얻어서 살고 있습니다”라고 나와 있다.

어찌 보면 조금 고지식하고 고집스러워 보이는 저자의 모습과 헌책에 대한 집념은 평범한 사람들이 쫓아갈 수 없는 또 다른 삶의 방식을 보여 준다. 비록 그게 지나친 고집처럼 보일 지라도 이렇게 독특한 분야를 파고드는 이가 있기에 이 세상은 다양한 목소리를 보여 주며 움직이고 있다. 한 분야를 향한 그의 끊임없는 노력에 응원을 보내고 싶다.

언제 한 번 이 책에 나온 헌책방 중 몇 군데라도 들러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집에 쌓아 놓은 헌책 꾸러미를 들고 나가 몇 푼 안 되는 값이라도 받고서 거기 있는 색다른 책들을 몇 권 사서 오는 일도 재미가 있을 것이다. 우리 집에 쌓여 있던 헌책들은 이 헌책방에서 또 다른 주인을 기다리며 빛 바랜 모습으로 머무르겠지? 그 생각을 하면 왠지 마음이 흐뭇하다.

헌책방에서 보낸 1년 - 함께살기 최종규의 헌책방 나들이

최종규 지음, 그물코(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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