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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연정(洗然亭)
보길도의 고산 윤선도 유적지에서
글/나천수
세상은 다 그렇고 그런 것이다.
세상을 해부해보면
뼈가 있는 것 같기도 하고
가시가 있는 것 같은데
칼질 하는데도 걸림이 없는 걸 보면
다 그렇고 그런 것 아닐까.
세상은 흐르는 물 같아
흘러가도록 놓아두든지
잠시 머물라고 가두어 놓든지
그렇다고 물이 저항 하는가.
아니면 불평 하는가.
저 담은 그릇 모양대로
다 그렇고 그런 것처럼 있으니,
가장 맛있는 것 입속에 넣고 씹는 순간
가장 더러운 것으로 변하고
가장 아름다운 것도 껍질 하나 벗기면
구역질나도록 추한 것 되니,
사람 눈에 비친 것들
본래 모습이 다 그렇고 그런 것 아닐까.
나 자신의 실체도 그렇고 그런 것처럼,
그렇고 그런 것마저 씻어내야(洗然)
참 나를 볼 것인가,
참 나를 알 것인가.
억겁으로 이어온 세연(世緣)들 얼 키고 설 키었는데
씻는다고 씻어질 것인가.
하지만 보길도에 은둔하고 있는 윤고산은
세연(世緣)도 다 그렇고 그런 것이라고
그것마저 씻어버리려 세연(洗然)이라 했거늘...
덧붙이는 글 | 완도군 보길도 섬에가면 윤고산이 살았던 무릉도원이 있다. 육지에서 배로 약 1시간 거리인 섬에 살면서도, 세상사 그렇고 그런것 마저 씻어 버리려고 정자의 현액을 세연정(洗然亭)으로 내걸었다. 도시의 그늘에서 벗어나 한번쯤 보길도 섬에 들어가 1박하면서 세연의 의미를 새겨봄도. 필자가 오마이 독자에게 추천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