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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포대 해수욕장 전경
청포대 해수욕장 전경 ⓒ 문일식
처음 찾은 청포대해수욕장은 잦아드는 오후 햇살 속에 광활한 모래사장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바다로부터 불어오는 미지근한 바람만이 끈적거리며 얼굴을 휘감았고, 인기척에 놀란 갈매기들의 끼룩거리는 소리만이 귓전을 맴돌았습니다.

청포대해수욕장은 태안반도의 대부분 해변이 그렇듯이 단단한 규사질로 되어 있어서 발이 빠지기는커녕 해변에서 드라이브를 즐길 수 있을 정도입니다. 예전에는 해변에서 드라이브도 했다고 하는데 지금은 차량 출입이 금지되어 있습니다.

한 순간의 멋진 모습을 만드는 행위가 곧 자연 파괴로 이어지니 당연히 자제하고 자제해야 하겠습니다. 이곳은 잘 알려지지 않은 해변이라 주변에 숙박시설도 그리 많지 않고, 사람들도 많이 찾지 않는 곳이어서 너그러운 시간을 맘껏 누릴 수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별주부전의 주무대로 알려진 곳에 세워진 거북이와 토끼상
별주부전의 주무대로 알려진 곳에 세워진 거북이와 토끼상 ⓒ 문일식
이 곳 청포대해수욕장 주변은 우화소설인 별주부전의 무대로 알려져 있습니다. 주민들 사이에 별주부전의 주 무대라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2년 전 별주부전의 유래비를 세우고 자라바위, 묘샘, 용새골, 안궁, 궁앞 등 별주부전에 나오는 지명의 유래비도 세웠습니다.

꾀보 토끼의 귀여운 모습
꾀보 토끼의 귀여운 모습 ⓒ 문일식
해변 가운데 커다란 바위섬 아래에는 거북이 토끼를 등에 태우고 바다로 향하는 조각상이 세워져 있습니다. 별주부전에서 거북이가 토끼를 꾀어 용궁으로 데려가는 모습입니다.

꾀보 토끼를 데리고 바다로 향하는 거북의 기뻐하는 모습
꾀보 토끼를 데리고 바다로 향하는 거북의 기뻐하는 모습 ⓒ 문일식
널찍한 거북이의 등 위에 조심스레 앉아있는 토끼의 모습도 그렇고, 토끼를 잘 꾀어냈다 생각했는지 만면에 웃음이 가득한 거북이의 표정도 재미있습니다. 특히 토끼는 쫑긋한 귀가 뒤쪽으로 모두 누워있고, 독특하게도 앞니가 돌출되어 있습니다. 전형적인 꾀돌이의 모습인 것 같습니다.

한편 경남 사천의 비토섬이란 곳도 별주부전의 주 무대로 알려져 있어, 태안과 사천이 서로 원조경쟁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각 지역 나름대로 원조라고 할 수 있는 근거들이 있겠지만 이는 앞으로도 고증되어야 할 부분이고, 그저 관광상품 개발이라는 미명하에 급조된 것이라면 마땅히 경계해야 할 겁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원창삼거리에서 좌회전을 해 안면도로 들어갑니다. 제주도, 거제도, 진도, 강화도, 남해도에 이어 우리나라에서 6번째로 큰 섬입니다. 안면교를 건너면 바로 안면도인데, 그리 섬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안면도 영목항까지 이어지는 길을 따라 한참을 달리다 보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일몰을 자랑하는 꽃지 해수욕장이 나타납니다. 할미, 할아비 바위의 전설을 간직한 최고의 일몰감상지인 이곳에는 해가 중천에 떠 있는 시간에도 많은 사람들이 찾아 들었습니다.

안면도 꽃지해수욕장의 아름다운 일몰
안면도 꽃지해수욕장의 아름다운 일몰 ⓒ 문일식
오후 7시가 가까워지면서 해는 서서히 작별을 고하기 시작했고, 하루의 짧은 시간 동안의 만남을 아쉬워하는 듯 했습니다. 주황색의 상큼한 기운이 하늘과 바다를 적시기 시작했고, 할미, 할아비 바위와 조화를 이루며 아름다운 일몰을 연출했습니다.

뒤편 방파제에는 수많은 사진작가들이 진을 치고 셔터 누르기에 여념이 없었고, 카메라에 신경을 빼앗기기 싫은 사람들은 저마다 눈으로 아름다움을 담고 있었습니다. 카메라는 메모리에 그 흔적을 남기지만, 사람들의 눈에는 기억과 추억으로 그 흔적을 남깁니다. 모두 나름의 추억관리법이 아닌가 합니다.

꽃지해수욕장의 일몰과 어울어진 아름다운 연인의 모습
꽃지해수욕장의 일몰과 어울어진 아름다운 연인의 모습 ⓒ 문일식
꽃지 해수욕장을 찾은 가족들, 친구들, 연인들은 저마다 해변을 거닐며 해가 저무는 시간까지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사진도 찍고, 손잡고 거닐기도 하고, 지는 해를 한없이 바라보며 무언가를 읊조리고, 다짐하기도 합니다. 그들이 바라보는 풍경과 함께 그들의 모습은 또 하나의 자연스러운 풍경이 됩니다. 아름다운 풍경과 함께 그들이 만들어 내는 추억들이 고스란히 담기고 있었습니다.

태양을 따라가는 갈매기들과 일몰의 풍경
태양을 따라가는 갈매기들과 일몰의 풍경 ⓒ 문일식
갈매기들은 아쉬움이 많이 남은 모양입니다. 서편으로 말없이 넘어가는 해를 따라 그 뒤를 따릅니다. 'V'를 그리며 붉은 해를 향해 날아가는 갈매기의 모습을 바라보는 사람들도 인상적이었습니다. 해변은 어느새 깜깜해졌습니다. 옅은 어둠의 장막이 드리워지며 한편의 아름다운 영상은 끝나고, 사람들은 진한 아쉬움과 함께 하나 둘씩 해변을 떠났습니다.

이제는 아무도 없는 해변입니다. 수많은 사람들의 발길이 닿았던 곳이지만, 외로움만이 파도가 되어 사람들이 지나간 자취를 따라 철썩거렸습니다.

드럼통 위에서 펼쳐지는 먹거리 한 판(삼겹살)
드럼통 위에서 펼쳐지는 먹거리 한 판(삼겹살) ⓒ 문일식
밤이 무르익어 가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있습니다. 드럼통 위에서 구워지는 맛있는 삼겹살과 조개구이가 그것입니다. 바닷가 마을이기에 육지의 대명사와 바다의 대명사를 동시에 맛볼 수 있습니다. 백사장항에 들러 조개를 산 뒤 숙소에서 펼치는 맛의 향연은 여유롭고 느긋한 여행의 한 면을 장식합니다.

기름에 불이 붙은 삼겹살이 뿜어내는 '화악'하는 소리와 함께 신명나는 고기잔치가 벌어지고, 뜨거움을 견디다 못한 조개들의 하나 둘씩 입을 벌리기 시작했습니다. 소주 한 잔을 들이키면 사람들의 환한 미소 가득한 이 순간이 영원할 것만 같습니다.

마늘,양파,버섯,김치 등이 맛있게 버무려진 야채볶음
마늘,양파,버섯,김치 등이 맛있게 버무려진 야채볶음 ⓒ 문일식
키조개 잡탕볶음
키조개 잡탕볶음 ⓒ 문일식
삼겹살과 조개구이로 얼추 배를 채울 때 쯤 일행 한 명이 퓨전 메뉴를 선보였습니다. 드럼통 번개탄 위에서 만들어지는 고소한 야채볶음과 키조개 잡탕볶음이었습니다. 사실 선 보였다기보다는 이래저래 하다 보니 만들어진 먹거리였습니다. 버섯, 김치, 양파, 마늘을 넣고 참기름을 넣은 뒤 볶은 것이 야채볶음이요, 키조개 위에 역시 마늘, 양파, 고추 등을 넣고 고추장으로 버무린 것이 키조개 잡탕볶음이었습니다.

밤은 그렇게 깊어 갔고, 드럼통 속 번갯불이 서서히 잦아들 때쯤 사람들의 하루도 그제야 막을 내리고 있었습니다.

덧붙이는 글 | ※유포터에도 송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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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아름다운 자연과 역사를 느낄 수 있는 글과 사진을 남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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