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 강인춘
"원 달러! 원 달러!"

고무대야를 타고 나타난 아이들은 순식간에 10여명으로 불어났다. 오른손으로 노를 젓고 또 한손으론 작은 양동이로 계속해서 물을 퍼낸다. 까닥 잘못하다가는 고무대야가 뒤집어져 물속으로 곤두박질 하지만 곧잘 헤어 나와 다시 대야에 올라탄다. 고무대야는 뱅글뱅글 돌면서 우리가 탄 배를 끈질기게 잡고 늘어진다. 인심 좋은 우리네 한국인들은 자선을 베푸는 양, 팔을 뻗어 골고루 1달러씩을 쥐어준다.

▲ 고무대야를 타고 쫓아오는 아이들은 금방이라도 물에 빠질 것 같아보인다
ⓒ 강인춘
▲ 고무대야를 타고 순식간에 나타난 아이들은 여기저기서 "원 달러"를 외치며 배 가까이로 몰려들었다.
ⓒ 강인춘
참으로 놀라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참담한 기분이 서로 교차되는 순간이기도 했다. 그들의 모습과 우리네의 모습은 왜 이다지도 대조가 되어야 하는가? 신은 태초에 똑같은 형편의 인간으로 만들어 주었을 텐데 현실에 있어서는 이렇게 극과 극을 연출하고 있으니 과연 누구의 잘못을 말하고 있는 것일까?

이곳 사람들은 1달러만 있으면 거의 1개월을 먹고 살 수 있다는 이야기에 더욱 아연할 수밖에 없었다. 이들에게 돈을 주지 말라는 이유는 여기에 있었다. 물고기를 잡거나 농사를 지어 내다 팔아서 생계를 유지해야 하는 것이 그네들의 삶이건만 그들은 그것들을 포기했다. 차라리 구걸을 해서 편안히 먹고 사는 것이 몸도 마음도 편하고 쉬웠다. 세계를 누비고 다니는 관광객들이 이들을 이렇게 만들어 놓았다는 것이다. 결국은 인심 좋은 우리네 한국인들도 거기에 한 몫을 거든 셈이다. 왜냐면 작년 한해 캄보디아를 찾은 국가들 중에서 대한민국이 1위를 차지했으니까.

▲ 노을이 지는 톤레삽 호수 위에 많은 배들과 거주하는 집들이 장관을 이루고 있다.
ⓒ 강인춘
'톤레삽'은 캄보디아 중앙에 있어 씨엠립시내에서 약 30분 정도 가야한다. 또한 메콩강과 이어지는 동남아시아에서 제일 큰 호수이다. 호수의 크기가 우기(9월)와 건기(5월)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수위가 가장 낮은 5월이면 호수의 면적은 제주도 두배 정도의 크기가 되었다가 우기에는 경상남북도를 합친 크기로 갑자기 넓어진다. 그 크기가 캄보디아 전 국토의 15%를 차지하고 있으니 엄청난 것임에는 틀림없다. 이 호수에 상주하고 있는 주민들은 대략 30~40만 명 정도 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베트남 전쟁 때 고향을 떠나 이곳으로 온 보트피플들은 전쟁이 끝나고도 통일 베트남 정권이 받아들이지 않아 결국은 이곳에서 배를 집으로 생각하고 생활의 터전을 내렸다. 다행히 이곳에는 풍부한 민물어류가 있고 물새나 수생동물, 양서류가 살기에는 최적의 환경이다. 또한 건기 때는 이들 국민들의 논이며 밭이 되기도 한다.

▲ 가까이서 본 수상가옥들. 집에서 기르고 있는 가축들도 보인다
ⓒ 강인춘
이곳은 크메르족의 역사와 문화가 싹튼 곳으로 민족의 모태와 같은 곳으로 알고 있다. 이들 국민들 모두가 톤레삽에서 태어났다. 이곳은 그들의 젖줄인 것이다. 수백 년에 걸쳐 변치 않고 내려오는 시뻘건 황톳물은 그 옛날 앙코르와트 사원의 건립을 가능케 했다. 모든 사원의 건축 재료인 붉은 사암과 돌들을 이 호수를 통해 들여왔기 때문이다.

▲ 조그마한 보트로 이웃가옥을 왕래하면서 서로 음식을 나누고 있다
ⓒ 강인춘
어설픈 문명에 익숙해진 우리네 코에는 썩은 악취가 진동했지만 그네들은 이곳의 물을 마시고, 그리고 또 배설하면서 생활을 하는데도 용케 큰 병 없이 산다. 개, 닭, 돼지, 오리 같은 가축을 기르고 있는 집이 있는가 하면 자동차 배터리를 이용해 전기불도 들어오는 집도 있다. 요즘 들어 생활이 좀 나아진 집들은 TV, 냉장고 등을 갖추기도 한다고.

▲ 시뻘건 황토색깔의 호수위에 퍼져있는 수상가옥들의 모습이다
ⓒ 강인춘
▲ 필자
ⓒ 강인춘
지구는 우주에 비하면 아주 작은 돌덩어리에 불과하다. 그 돌덩어리 지구 안에는 희한하게도 각양각색의 인간들이 제각기의 생활방식으로 잘도 살아가고 있다. 나름대로의 '행복' 기준에 맞추어서 말이다.

과거 전쟁을 겪어 온 우리네 한국인들은 캄보디아를 보고 많은 생각을 하게된다. 오늘, 우리네의 '행복'은 과연 어디에서 어떻게 왔는가를...(계속)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