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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림산(日林山) 글/나천수
집안의 정원에 피는 꽃은
그냥 꽃이라 부르지만
산에서 핀 꽃은
그냥 꽃이라는 이름 하나로 족하기에는
무언가 속이 빈 것 같다
전라도 보성 득량만에서는
여명의 햇살 쏟아내며
뜨는 태양은 동쪽에 있지만
햇살이 닿는 곳은
득량만을 양팔로 한아름 안고 있는
서쪽 산 가슴
그 산에는 매년 봄이면
철쭉꽃이 온산에 만발하는데
해발 627m 높이면
크지도 작지도 않는데,
60여 만평의 동양 최대 철쭉 자생지가 된 것은
득량만의 바다 끝에서
여명의 붉은 햇살이,
날마다 철쭉나무에 내리 꽂혀
꽃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냥 철쭉꽃이라 하기에는,
서운한 것이다
산 전체가 하나의 꽃이요
산 전체가 하나의 꽃다발이라 하여도
꽃집 주인이 아니라 할 수 없다
그래서 득량만 수평선에서 뜨는
하나의 태양 빛이,
철쭉꽃에 도달하면
꽃 이파리 하나 하나
모두 해를 닮아서 햇살을 뿜어내니
그야말로 60여 만평의
붉은 해의 숲인 것이다
사람들은 그 산을,
태양의 수풀 일림산(日林山)이라 부른다
북으로는 첩첩 산이요
남으로는 짙푸른 남해 바다,
남해바다 동무 삼아 첫새벽에
한재 코스로 올라가면,
여명의 햇살이,
동쪽에서만 뜨는 것이 아니라
서쪽에서도 뜨는 것을 보고
사람들은 그저 입 크게 벌리고
감탄만 할뿐이다
태양이 서쪽에서 뜬다고,
하나도 아닌 태양이 숲을 이루고 있음을......
'일림산'은 해발 600고지 정도의 남해안에 접한 보성군의 산이다. 산 정상의 붉은 철쭉 군락지가 장관을 이룬다.
필자가 5월 7일 녹차 마라톤을 참가하고 일림산을 등정했던 바, 아직 만개가 아니었다. 만개의 장관을 보려면 5월 셋째주에 등정하기를 바란다.
덧붙이는 글 | 오마이 독자에게 보내는 남도의 꽃 소식